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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권대장, 5만여 직장인의 점심 해결 솔루션으로 우뚝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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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를 직원 복지로 제공하는 회사가 많다. 하지만 구내식당을 갖추지 못한 회사라면 식권 제공과 비용 정산 등 관리에 여간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다. 회사 주변 식당주인 역시 고정고객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지만 식대 정산이 쉽지 않다. 돈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뭘 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다. 회사에서 정해준 거래 식당의 수가 너무 적어 불만인 경우도 많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통해 식대를 결제하는 모바일식권으로 이런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스타트업이 있다. ‘식권대장’이란 브랜드로 유명한 ‘벤디스’다. 이번에는 벤디스 조정호 대표를 만나봤다.
“국내 기업식대 시장은 약 10조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이 시장에 모바일 혁신을 불어넣는 것이 목표입니다.”
벤디스는 2014년 1월 설립, 그해 9월부터 모바일식권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듯 처음부터 순탄하게 길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조 대표는 학생 창업자다. 한국외국어대 법대 시절 신림동에서 사법고시 공부를
3년간 했다. 2010년 당시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돼 돌풍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따분한 법 공부를 때려치우기로 했다.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데 시험합격을 위한 법 공부를 하는 것이 너무 따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TV를 보다가 특정 지역에 광역버스가 모자라 시민들이 출퇴근길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이거다 싶었죠.”
그는 고시공부를 그만두고 버스가 부족한 지역에 전세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망했다. 현행법상 허가받지 않은 전세버스사업이 불법이라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현실은 모르고 시험만을 위한 법을 공부했단 사실을 절감했다.


종이식권 필요 없는 모바일시스템, 운영비용 줄이고 직원 선택권 넓혀
그 후 조 대표는 동네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포인트가 쌓이는 마일리지서비스로 사업모델을 전환했다. 보도된 내용을 보고 연락해온 사업가로부터 엔젤투자금도 유치했다.
2013년에는 한 게임 대기업이 직원전용 상품권시스템을 개발해달라는 의뢰를 해왔다. 구내식당에서 종이식권을 대체하는 포인트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한 것이다. 기존 사업을 중단하고 개발을 했는데 의뢰 업체의 사정으로 납품이 좌절됐다.
“좌절했지만 여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 시스템을 확장하면 좋은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본 거죠.”
조 대표는 그동안의 사업을 정리하고 2014년 앞서 돈을 투자해줬던 엔젤투자자에게 새로 투자를 받아 식권대장 사업을 시작했다. 모바일식권은 회사에서 지정한 식당에 가 식사를 한 후 식권을 선택해서 주인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화면에 ‘정원칼국수
6천원 사장님 눌러주세요’라는 버튼이 나오면, 식당에서 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점주의 스마트폰 식권대장 앱에 사용내역이 업데이트된다. 식당주인은 번거롭게 회사별로 식권을 받아 보관하거나 장부를 운영하지 않아도 된다. QR코드나 바코드도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만들었다. 분주한 식당에서 최대한 신경을 덜 써도 되게 배려한 것이다. 또 매달 혹은 몇 달에 한 번씩 정산하던 식사대금을 정기적으로 자동 결제되도록 했다. 벤디스는 보통 법인카드로 정산하던 금액을 현금매출로 처리하고 카드수수료 수준의 운영수수료를 받는다.
회사 측에서는 종이식권을 발급하는 수고 없이 각 직원의 계정에 회사 지원액만큼 포인트를 충전해주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니 직원들의 식권 오·남용을 줄여 식대 운영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벤디스에 따르면 고객사의 평균 식대 절감률은 18%에 달한다.
제휴회사 직원 입장에서도 예전보다 많아진 제휴식당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식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개인적으로 포인트를 충전해 회사에서 지급한 포인트와 통합 사용할 수 있어 지원금보다 비싼 메뉴도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자와 선배기업의 지원, 상생하는 생태계의 힘 보여줘
조 대표는 이런 솔루션을 갖고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며 2015년 초부터 고객사를 한두 개씩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본엔젤스와 배달의민족으로부터 7억원의 초기투자금을 유치했다. 2015년 23억원이었던 식권대장의 거래금액은 2016년 103억원, 2017년 240억원, 올해는 500억원을 예상할 정도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산업은행, 한국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 굵직한 210개 기업 5만여명의 임직원이 매일 식사를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제휴식당도 2,500곳이 넘는다.
올 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자원봉사자를 위한 모바일식권 사업자로 선정돼 1만5천명의 식사 50만끼를 처리하는 시스템으로 식대거래액만 35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성공을 거두니 경쟁회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어 모바일식권시장 자체가 확대되고 있다.
벤디스는 지난 7월 65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 107억원을 기록하고 직원 수도 33명으로 성장했다. 대기업이 작은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꺼이 구매해주는 문화가 부족한 한국에서는 B2B(기업 간 거래)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어려운 편이다. 조 대표는 “제값을 주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문화가 부족해 힘들었다”며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끈기 있게 설득한 덕분에 그래도 이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제 식권대장은 직장인 5만여명의 데이터가 매일 쌓이는 매력적인 플랫폼이 됐다. 식사를 넘어 다양한 복지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 조 대표는 직원 수가 적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관공서, 지자체 등 공공영역 쪽의 고객을 늘리는 것도 숙제다. “식권대장을 이용해 사무실 주변의 제휴식당을 늘리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모바일식권을 적극 이용해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IT나 혁신에 대해 보수적이며 변화를 꺼리는 공무원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벤디스를 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스타트업은 역시 ‘문제를 푸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벤디스는 점심을 고민하는 직장인, 식대관리를 합리적으로 해야 하는 기업, 고정고객을 확보하면서도 관리요소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식당의 문제를 풀었다.
스타트업에 실패는 거의 필수라는 점도 느낀다. 실패에서 빠르게 배우고 개선하는 적응력이 있는 회사가 살아남는다. 조 대표에게도 식권대장 이전에 경험한 4년간의 시행착오가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
마지막으로 상생하는 생태계의 힘이다. 벤디스의 경우에도 엔젤투자자, 초기투자자(본엔젤스), 선배기업(배달의민족) 등이 적절하게 투자하고 사업처를 연결해주면서 기회가 만들어졌다. 이런 선순환이 늘어날수록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더 성장하고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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