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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는 없는 4차 산업혁명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KDI 겸임연구위원 2017년 08월호



“교수님, 어제 인사차 뵈었지만, 꼭 말씀 나누고 싶은 것이 있어서 이렇게 메일 드립니다.” 8월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이 면담 신청을 했다. 물리 전공에 수학 부전공을 하고 수학 교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이었다. 한 학기를 더 다녀 전기전자컴퓨터 부전공도 이수하고 싶었지만, 고교 교사인 엄마가 만류했단다. 지금껏 어떤 모녀보다 각별히 소통하고 교감했던 사이였기에 의외였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수학 교사는 SW(소프트웨어) 소양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딸의 말에 엄마는 손들어주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 같은 것이 학교 교무실에서는 딴 세상 얘기”라는 것이 교사 엄마의 고백이었다.


임박한 코딩 수업, 교사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
지금부터 긴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coding)은 기성세대를 괴롭혔던 영어 능력보다도 훨씬 더 중요한 소양이다. 더욱이 코딩 작업은 문제인식과 해결과정이 종합된 사고훈련이라는 점에서도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선진국들이 다투어 공교육에 코딩 수업을 보편화하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중학생은 2018년부터, 초등 5·6학년은 2019년부터 SW교육이 필수화된다. 중학생은 정보과목을 통해 34시간 이상, 초등학생은 실과과목을 통해 17시간 이상 SW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이를 가르칠 교사다.


2016년 12월 기준 전국 3,209개 중학교의 정보·컴퓨터 관련 교사는 총 1,428명(학교당 0.4명)에 불과하다(한국일보, 2017. 7. 14.). 초등 교사는 전공도 따로 없기 때문에 각 교사가 재교육을 통해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갖출 수밖에 없지만 초등 교원 16만명 중 SW교육 이수자는 4.7%에 그친다(2015년도 교육부 정보화 실태조사). 교육부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체 초등 교사의 30%인 약 6만명에게 직무교육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연수를 진행해왔을 뿐이다. 더구나 교사들 간 SW 역량 차이가 너무 크고 수업활용 경험도 없다. 학교를 믿지 못하거나 앞서가려는 부모들은 코딩 사교육 시장을 찾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다른 부모들은 불안하다.


만약 교원임용방식에 관해 기존에 정해둔 것이 하나도 없다면 당장 필요한 SW 교사를 어떻게 확보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은 일반대학의 SW 전공자나 전문인력 중 교직 적성이 있는 사람을 교사로 채용하는 것일 터다. 물론 교사 채용 전에 관련 대학원이나 연수기관에서 교직 소양교육을 받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범학교, 교·사대 등 목적형 교원양성기관은 미비했던 공교육의 급속한 확충 시기에 효율적으로 교원을 공급했다. 외환위기 이후 다른 직업들의 고용 안정성이 낮아지자 교직에 대한 세속적 선망이 짙어져 임용고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힘들게 교·사대에 입학한 후에도 교사가 되기 위한 바늘귀 경쟁의 대열이 길게 늘어선 상황이다. 예비 교사들 입장에서 교원 정원을 늘리는 것 이외의 다른 변화들, 특히 교·사대, 교육대학원과 임용고시 외에 교원이 될 수 있는 다른 경로를 만드는 데 저항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우리 학교 현장에 입시만 있고 4차 산업혁명은 없다는 것은 지금의 실태일 수는 있지만 오래 갈 수 없는 현실이다. 많은 분야에서 한때 배운 것을 평생 그대로 가르치거나 써먹을 수 없고, 계속 새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로봇의 전방위적 진격은 인간이 안전지대라고 생각했던 분야를 계속 줄이고 있다. 이에 미래사회에서 교직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 학생들은 선생님들에게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그들의 멘토가 돼 달라고 주문했다.


예전에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이 있었다. 빈약한 교육투자 탓에 낙후된 공교육 환경 속에서 기존 방식으로 양성된 교사들이 미래사회의 주역들을 교육하고 있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지금은 IT기기가 완비된 스마트교실을 갖춘 학교들이 늘어났고 디지털 원주민 세대인 학생들은 기술에 더욱 민감해졌다. 교원양성방식만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수요자 맞춤형 교육과정은 교원 공급의 신축성으로 뒷받침돼야
사범대학을 예로 들면, 각 전공별로 미래사회가 요구할 교원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는 것은 갈수록 더 어렵다. 교원의 공급자적 권익과 교육 수요의 충족이 둘 다 달성되면 좋겠지만, 양자가 충돌할 경우 전자가 우선되는 경우도 많다. 가령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이 많은 학교에서도 제2외국어 교사진에 독일어 교사만 있으면 독일어를 선택당할 수 있다. 또한 지리과목이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로 쪼개져 수능에도 세 과목으로 출제됐던 배경에도 수요자보다는 공급자에 대한 배려가 읽혔다.


30여년 전 얘기지만 필자가 다녔던 사립중학교에서 음악 선생님이 도덕 시간에도 들어와 학생들이 어리둥절해 하자, 그 선생님은 선배들은 자기에게 상업도 배웠노라며 ‘멀티플 교사’임을 과시했다. 전공과 수업과목이 맞지 않은 상치 교사 문제는 사립학교에서 드물지 않은 일이었는데, 당시의 수업은 거의 주입식이었고 시험도 책을 암기하면 되는 것이어서 큰 문제인 줄 몰랐다. 필자가 고등학교(역시 사립) 졸업 20주년 기념행사에 갔을 때는 우리 때 독일어 선생님이 일본어 선생님으로 소개돼 놀라긴 했지만, 학생들의 수요를 고려해 과목을 바꾼 개인적인 노력을 내심 높이 평가했다. 그분은 독일어 교사로서도 뛰어난 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자격에 가까운 복수과목 수업보다 예비 교원의 복수전공 장려와 임용 이후 셀프 재교육을 통한 과목 전환이 낫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의 내용과 방식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는 지식의 일방적 전달자를 넘어 학생들 간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고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광범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 역할은 학기마다, 수업마다 새로운 것이어서 교직의 보람은 클 수 있지만 교사에게 익숙함과 편안함을 거둬갈 수 있다. 필자에게 “우리나라 교육은 초임 교사의 첫 3년간 열정에 의해 조금씩 발전한다”고 하신 한 원로 교육사회학자의 말씀은 교사 열정의 조로와 교단의 매너리즘을 지적한 것이었다.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개혁에는 고교학점제와 같은 교육과정의 수평적 다양화 계획이 주요 과제로 포함돼 있다. 학생의 적성과 진로 계획에 맞춘 개별화된 교육과정의 도입은 교육의 획일성을 학교 단위에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요자 맞춤형 교육이 성공하려면 교원의 공급이 지금보다 신축적이어야 한다.


현행 교원양성체제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교원연수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하고 현직 교원이 교육 수요와 시대 변화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 등에서 장기적 시계의 개혁안을 구상할 때는 현행 교원양성방식을 고정된 상수로 두지 말고 중요한 정책변수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래사회에서 교직은 평생직장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마침 그 시기에 갖고 있는 사람들이 봉사하는 자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시대의 교무실은 기술혁명의 관점에서도 첨단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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