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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대기업 ‘상설협의체’ 운영하자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 2019년 09월호


대기업이 개방형 혁신에 기반해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파트너로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항시적으로 가동해야.
협력사의 자격 요건을 공정하게 하고 누구나 경쟁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야


21세기엔 기업 간 경쟁에서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변화됨에 따라 개방형 혁신을 근간으로 한 상생협력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고, 최근에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부각되고 있다.
사실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돼왔으나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관계는 단순 원가절감 수단의 수직적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주요 상생협력 지표가 그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제조업 분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 차이는 2009년 1.9%p에서 2017년 3.6%p로 더 벌어졌고,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벤처기업 포함)의 연구개발(R&D) 예산 비중은 2009년 29.1%에서 2017년 21.8%로 낮아졌다. 또한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2009년 57.6%에서 2017년 56.2%로 임금 수준의 격차도 지속되고 있다.

벤처기업, 충분한 기술력 보유했지만 납품할 곳 없어
벤처기업협회가 벤처기업 33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 수출규제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출규제가 예상되는 품목의 국산화 가능 여부에 응답자의 78%가 1~4년 이내에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즉 국산화를 위한 충분한 기술력을 우리 벤처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기술개발을 해도 납품할 곳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기존의 안정적인 거래처를 굳이 바꿀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불가피한 경우도 있었겠지만 경영의 기본인 다각화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대응책은 크게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로 압축된다. 품목에 따라 최적의 방안 수립이 필요할 것이나, 국산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이 수평적 동반자로서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협력모델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수준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시각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시각차를 실제 검증하고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기술 자립을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의 ‘상설협의체’ 운영을 제안한다.
상설협의체를 통해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와 개방형 혁신을 협의하고 R&D 지원, 테스트베드 구축, 판로 확보 등 전방위적인 대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필요하면 학계, 연구계 등의 전문가도 참여시켜 최적화된 협업의 상생모델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R&D 기획 단계부터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의 항시적인 소통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상설협의체를 통한 협력모델 구축과 일련의 과정이 체계화된다면 대기업이 우려하는 대체품의 품질 문제에 따른 공정상의 리스크도 크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대기업, 중소벤처기업, 학계, 연구계, 정부 등이 참여하는 최적화된 협력모델을 만들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는 것이 답일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학계·연구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생협력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방법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파트너십 인식 강화’를 꼽았다. 반면 정부의 정책지원, 자금지원 등은 비중이 낮았다. 중소벤처기업들은 실질적인 동반자적 관계에서 해외 동반진출이나 국내 판매·구매 지원 등을 희망한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방안으로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의 해외시장 공동진출을 제안하고 싶다. 대기업의 해외시장 역량과 중소벤처기업의 기술·혁신 역량을 결합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해외진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해외 제조공장에 동반진출하는 것처럼 타깃 기술 분야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대등한 파트너 기업으로 공동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것이다.
특히 일부 품목의 경우 한정된 내수시장으로 인해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해외진출을 위한 공동 협력은 더더욱 중요할 것이다. 해외진출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구축된 대기업들의 역량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해외시장 공동진출, 특허 개방을 통한 사업화 추진 필요
세 번째로 핵심 소재·부품의 기술 자립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개방형 혁신에 기반해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파트너로 발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항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협력사의 자격 요건을 공정하게 하고 누구나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력이 없는 협력사는 퇴출시키고 우수기술을 보유한 혁신 중소벤처기업을 과감히 영입해 상생생태계의 경쟁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네 번째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특허 개방을 통한 사업화 추진이다. 대기업이 보유한 양질의 미실현 특허를 중소벤처기업에 개방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사업화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시장 창출력이 없는 특허는 내부에 사장되는 사례가 있는데 이를 중소벤처기업에 개방해 활용하자는 것이다. 개방된 특허는 저렴한 가격에 중소벤처기업에 양도하거나 사업화 성공 후 기술료 수입, 지분투자 및 M&A 등 다양한 형태로 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의 상생협력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국가 경제위기 극복의 최적의 해법이다. 이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다면 기술 자립은 물론 우리나라의 산업 기반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벤처생태계는 ‘기술창업→성장→회수→재창업’의 선순환과 함께 우수인재 유입, 적기 자금공급, 재도전 기회 제공, 단계별 회수시장 작동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작동된다. 이러한 벤처생태계에 대기업의 참여는 시장과 자본 제공이라는 1차적 효과 외에 M&A시장 형성을 통한 회수시장을 제공해 선순환 생태계를 완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벤처생태계 자체가 대기업에는 또 다른 시장이자 비즈니스 기회인 것이다.
앞으로의 상생협력은 수직적 갑을 관계가 아니라 상호 발전을 위한 수평적 동반자라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에 베푸는 일시적인 지원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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