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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육성 시스템을 산업 맞춤형으로 다시 세우자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2019년 09월호


과학기술계 출연연은 대학의 기초소재기술과 기업의 상용화 기술을 연계하고 공백기술을 확보하는 응용연구 중심의 소재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필요 있어

기술사업 분야 인적자원개발협의체에 대한 지원 강화해 대학, 연구소, 중소기업 등을 연계한 기술인재 양성 생태계 구축해야


지난 5월 통계청과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 반도체와 석유정제 및 화학 업종이 주로 호황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산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제조업, 특히 소재·부품 산업의 위기는 중국이 반도체 굴기(성장정책)를 선언하면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립 및 가공 중심으로 반도체산업의 성장을 추진했지만, 그에 필요한 소재·부품은 일본을 벗어나지 못해 올 상반기 대(對)일본 소재·부품 분야 적자는 무려 7조8천억원(67억달러)에 달했다. 게다가 올해 7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부품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는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시킴으로써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전 지구적 패러다임 전환을 지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산업정책에서 추진돼온 인재양성 현황에 대한 점검 시급
우리 정부는 지난 30년 동안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지원정책을 추진했으나 기술적 취약성이 여전하고 중·장기적인 인재양성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대기업 위주의 조립, 가공 위주, 해외기술 도입에 의존한 압축성장 전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우수한 소재·부품 생산은 중소기업의 육성, 최종 생산품의 엄격한 품질관리와 맞닿아 있다. 특히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품질이 보장된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우수인재 확보가 관건이다. 즉 우수인재의 확보는 중소기업의 제조 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일본에 치우친 글로벌 분업구조를 재조정해 실질적인 기술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과제다. 따라서 국산화 지원정책의 핵심은 부품·소재·장비 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나아가 산업활동 전반에 뼈대가 되는 기술인재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혁신적인 인재양성 방안을 계획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4월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제시된 ‘사람투자 10대 과제’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돌파구로 인적자본 축적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미래인재 양성과 산업 현장 인력양성 대책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같은 맥락에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은 제조업 전반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통한 국가 인재양성 로드맵을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산업정책에서 추진돼온 사람투자(인재양성) 현황을 꼼꼼히 살펴보고,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핵심 엔지니어, 현장 기술인력에 대한 지원정책의 미비점에 대한 점검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기술인재 양성을 위해 제언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공계 인재육성 시스템을 산업 맞춤형으로 다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학 3, 4학년 단계에서는 소재·부품·장비 등 신산업 분야 연계, 융합과정 신설을 통한 신규인력 양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종사할 잠재적 전문인력은 대학 및 연구소의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통해 충원되는데, 이들이 수행하는 연구개발과제는 현장과의 접목을 통해 산업화·실용화돼야 할 것이다. 산학 연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핀란드의 제품개발프로젝트과정(PDP; Product
Development Project)을 참고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의 결과물은 실제 양산이나 개발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도 하고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여름방학 일자리(summer job)를 제공하기도 한다.
둘째, 과학기술계 출연연구기관들도 대학의 기초소재기술과 기업의 상용화 기술을 연계하고 공백기술(vacant technology)을 확보하는 응용연구 중심의 소재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필요성이 있다. 여기에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소재·부품·장비의 테스트베드 등 공동플랫폼 구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유럽 최대의 전자연구소인 벨기에 IMEC(Interuniversity Microelectronics Center)는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대학 캠퍼스 내에 비영리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해 국제적인 반도체 연구플랫폼으로 발전한 사례다.

中企 계약학과, 재직자 직업능력개발 등 통해 현장 혁신 일궈낼 수 있게 해야
셋째, 우수한 품질의 소재·부품을 생산해내기 위한 제조인력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현장인력의 기술력 부족은 신뢰성이 낮은 중저가 소재·부품을 양산할 뿐이다. 좋은 품질의 소재·부품을 생산해내기 위해서는 숙련된 뿌리기술 인재가 참여하는 제조공정시스템이 구비돼야 한다. 즉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기술을 보유한 현장 기술전문가는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공정을 담당해 나무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나 최종제품에 내재돼 품질경쟁력을 완성한다. 이와 같은 숙련기술 인재는 대부분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지원, 세제혜택뿐만 아니라 마이스터고·특성화고의 잠재 인재육성, 중소기업 계약학과, 재직자 직업능력개발 등을 통해 현장 혁신을 일궈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독일 산업경쟁력의 기본은 이원화 인력양성제도에 기초한다. 독일에서 이원화 직업교육훈련은 직업학교와 기업에서 동시에 진행하면서 경제적 수요와 밀접하게 연계돼 높은 수준의 유연성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즉 기술발전으로 인해 노동자의 숙련요구가 변화하게 되면 이런 기술 변화를 신속히 직업교육훈련에 통합할 수 있었다. 독일의
‘산업(Industrie) 4.0’과 ‘노동(Arbeiten) 4.0’도 이런 기반에서 가능했다. 뛰어난 자격을 갖춘 숙련된 노동자를 확보할 수 있는 독일의 인재육성제도가 현재와 미래 독일의 산업경쟁력의 근간이 됐으며 이에 우리나라도 일학습병행제, 도제학교 등 독일의 이원화제도를 벤치마킹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소재·부품 분야를 비롯해 기술사업 분야 인적자원개발협의체(Sector Council)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대학, 연구소, 중소기업 등을 연계한 기술인재 양성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우수한 중소기업 기술인재에 대해 적정한 노동조건, 임금 및 보상이 실현되도록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함께 해소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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