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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경제활력 제고에 나라살림 513조원 쓴다
이차웅 기획재정부 예산관리과장 2019년 10월호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고 홍콩시위가 격화되는 등 글로벌 경제성장과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협하는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 원유시설에 대한 드론 폭격까지 발생해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안정적 운영에도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국경제 내부적으로도 투자와 수출 부진, 일본의 수출규제 등 하방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크게 요구되는 때다. 지난 9월 3일 정부는 513조원 규모의 2020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재정지출 증가율이 9%대에 이르는 셈이다. 2020년 예산안에는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담겨 있다. 일시적인 재정적자를 감내하더라도 적극재정을 통해 경제성장 및 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9월 19일자 사설에서 “한국의 적극적 재정정책이 다른 나라들의 본보기가 될 것(South Korea’s fiscal boost is a model for others)”이라며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혁신투자를 통한 경제체질 강화에 중점…포용국가 구축에도 적극 투자
내년 예산은 크게 혁신성장 가속화, 경제활력 제고, 포용국가 기반 공고화, 국민생활 편의·안전 증진, 튼튼한 국방·외교의 다섯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핵심 신산업 육성 등 혁신성장 가속화에 집중 투자한다. 정부는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위해 DNA(Data, Network, AI)와 Big 3(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분야에 전년 대비 약 47% 증가한 4조7천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미래성장동력 분야를 중심으로 국가 R&D 예산도 2019년 대비 17.3% 증액(20조5천억원→24조1천억원)해 우리 경제의 제조업 혁신과 원천 핵심기술 확보를 도모한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을 위한 기술개발, 실증, 투자자금 지원 예산도 대폭 증액(8천억원→2조1천억원)해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에 적극 대응한다.
둘째, 민간 부문의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우선 수출·투자 활력 회복을 위해 고위험 수출시장 개척, 해외플랜트 수주 등 새로운 수출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무역금융을 4조2천억원 공급한다. 또한 기업들이 설비투자와 경영안정을 위한 자금을 제때 조달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 공급을 20조원 이상 보강한다.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을 3만개 보급하고 스마트산단을 10개소 조성하는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예산도 대폭 증액한다. 이와 같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의 예산 증가율은 27.5%(18조8천억원→23조9천억원)로 12대 예산 분야 중 가장 높다.
아울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3대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즉 노후 철도·도로 개량이나 복합 문화·여가 시설 건립과 같은 생활 SOC 확충(8조원→10조4천억원), 33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전면 착수 지원(5천억원), 지역 혁신거점으로서의 규제자유특구 지역에 대한 R&D·사업화·인프라 종합지원(615억원) 등을 반영했다. 경기회복 기조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 지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정부는 전체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1.3% 대폭 확대(21조2천억원→25조8천억원)하고 취약계층 직접일자리를 17만개가량 늘릴 계획이다. 돌봄·안전 중심의 사회서비스 일자리 9만6천개 확대(15만개→24만6천개)를 위해서는 1조3천억원을 추가 지원한다.
셋째, 사회·고용·교육 3대 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해 저소득·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고 저출산·고령화 대응, 영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도 확대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추가 완화하고 근로빈곤층 소득공제를 신설해 7만9천가구가 추가로 혜택을 받게 된다. 고교 부교재비 인상(20만9천원→33만9천원)과 주거급여 지급대상 확대(중위소득 44%→45%) 등을 통해 저소득층 생계비 부담 경감도 도모한다. 또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구직자(약 20만명)를 대상으로 최대 6개월간 월 50만원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고등학교 무상교육도 현재 고3에서 고2~3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최초로 국고 7천억원 지원을 결정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신혼부부 임대주택 확대 공급, 국공립·직장 어린이집(644개소)과 초등돌봄교실(700개소) 확충을 실시한다. 기초연금 급여 인상(25만원→30만원)과 맞춤형 통합 돌봄서비스 실시(2천억원→4천억원) 등 고령화 대응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자금 공급(2조원→2조4천억원), 지역·온누리 상품권(4조3천억원→5조5천억원) 발행 등도 반영돼 골목상권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운용 효율성 제고, 세입 확충 등 중장기적 재정건전성도 차질 없이 관리
넷째, 생활편의와 안전을 제고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 국민 삶의 질 제고에도 힘쓴다. 1970~1980년대 집중 건설된 SOC시설의 급속한 노후화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상수도 시스템을 도입(4천억원)하고 첨단 도로·철도 교통체계를 구축(1천억원→4천억원)할 계획이다. 국민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도 당초 저감 목표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도록 배출원별 저감 투자를 대폭 확대(2조3천억원→4조원)한다.
마지막으로, 자주 국방·외교 강화를 위한 투자에도 신경 썼다. 튼튼한 안보태세 확립을 위해 국방비를 최초로 50조원을 돌파(46조7천억원→50조2천억원)한 규모로 편성했으며, 특히 첨단 무기체계 확충을 뒷받침하는 방위력 개선비 비중을 확대(32.9%→33.3%)했다. 병 봉급도 약 33% 인상(병장 기준 월 40만6천원→54만1천원)해 국군 장병의 복지를 대폭 향상할 계획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외교(213억원→479억원), ODA(3조1천억원→3조5천억원) 투자도 확대한다.
2020년 정부 예산안의 핵심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투자다. 앞서 강조했듯 우리 경제가 직면한 엄중한 상황을 감안하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높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초과세수를 활용해 국채를 당초 계획보다 28조원가량 줄여 재정여력을 축적했으며 지출혁신, 세입기반 확충 등 중장기적 재정건전성 관리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법인세 감소 등 어려운 세수 여건이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도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또 재정혁신 노력을 수반하면서 확장적 예산안을 편성한 것이다. 이렇듯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내년도 예산안이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사람 중심 포용국가의 기초를 든든히 다져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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