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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안보 협력부터 공적원조까지 한국과는 불가분 관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9년 11월호


부산에서 열리는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특별정상회의를 알리는 모습도 많이 보이고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번에 열리는 특별정상회의는 한·아세안 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상, 그리고 아세안 사무총장이 부산에 모인다. 한국과 아세안은 2009년, 2014년에 각각 한·아세안 관계 수립 20주년,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정상회의를 두 차례 개최했다. 미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아세안 대화상대국(dialogue partners) 10개국 중 특별정상회의를 세 차례 개최하는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다.

아시아 경제위기 기점으로 협력관계 확대·강화
1989년 한국은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이 됐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 이제 한·아세안 관계는 성인처럼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1980년대 한국은 꾸준히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이 되기를 원했다. 결국 1989년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는 처음으로 아세안의 부분대화상대국(sectoral dialogue partner)이 됐다. 2년 후인 1991년 한국은 ‘부분’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완전대화상대국(full dialogue partner)으로 승격됐다. 1994년에는 아세안이 주도하는 지역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ASEAN Regional Forum)에도 가입했다.
한·아세안 협력관계는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확대·강화됐다. 아세안은 경제위기를 함께 겪은 동북아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이런 시도는 곧 아세안 국가와 동북아 3국(한·중·일)을 포함하는 ‘아세안+3’이라는 다자협력체로 발전한다. 이 시기부터 한국과 아세안 사이 무역·투자를 비롯한 경제관계, 한류·관광·유학생·결혼이민·이주노동을 포함하는 사회문화적 관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양자 협력뿐만 아니라 아세안+3의 다자 틀 안에서 한·아세안 간 협력도 크게 늘어났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아세안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한국 정부는 아세안+3이라는 지역다자협력에서 동아시아비전그룹, 동아시아연구그룹 등 초기 제도화의 기틀을 놓은 중요한 제안을 하면서 지역협력을 주도했다. 김대중 정부 시기 만들어진 한·아세안 협력 기반이 이후 한·아세안 경제 및 사회문화 협력 발전을 견인했다. 상대적으로 동남아와 아세안에 대한 강조가 적었던 이후 정부에서도 이때 놓인 기초 덕에 한·아세안 협력의 폭과 깊이는 지속적으로 깊어지고 넓어졌다. 
한·아세안 협력 확대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이어진다. 신남방정책은 지금까지 발전해온 한·아세안 관계와 협력의 심도를 우리 외교에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왔다. 또 이 정책은 한·아세안 관계를 지금보다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중견국으로 발돋움한 한국이 더 이상 주변 4강과 동북아에 갇혀서는 안 되며, 강대국 경쟁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위해 4강을 넘어선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실질적 만남과 협력의 다양성에서 주변 4강 뛰어넘어
한국의 입장에서 아세안은 흔히 말하는 저평가 우량주다.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으로 아세안은 아직 그리 중요한 협력 대상이 아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주변 4강이 우리 인식 속에 너무 크다. 글로벌화된 젊은 층의 아세안 인식도 개도국, 지원의 대상, 저렴한 여행지, 더운 나라, 외국인 노동자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경제협력은 한국의 경제원조, 사회문화 협력은 한류 전파 정도 말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세안과의 안보협력은 심지어 생뚱맞기까지 하다.
하지만 실제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협력관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치적으로 한국과 아세안은 동맹 바로 아랫단계라고 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미 10년 전에 수립했다. 한국과 아세안은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East Asia Summit),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 ASEAN Defense Ministers’ Meeting-Plus) 등 무수한 지역 다자협력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매년 아세안+3 정상회의 때마다 별도로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개최해온 지 이미 20년이 넘었다. 외교장관을 포함해 많은 수의 장관급 회의를 아세안 국가들과 개최하고 있다. 실질적 만남과 협력의 다양성만 놓고 보면 아세안 국가들은 주변 4강을 크게 뛰어넘는 협력 대상이다.
경제관계는 더 깊다. 아세안은 한국의 제2위 무역 대상이다. 중국 다음 중요한 무역 파트너가 아세안이다. 연간 1,600억달러의 무역량에 한국의 무역흑자만 해도 400억달러에 달한다. 아세안은 한국의 해외투자처로 2~3위에 해당하며, 중동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해외건설시장이다. 한국의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들도 베트남을 위시해 많은 동남아 국가에 투자를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베트남 호치민에서 한국 마트와 극장을 만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다. 한류에 힘입어 한국 상품이 없는 곳이 없고,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사회문화 협력과 인적 교류도 경제관계 못지않다.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간 연간 방문자 수는 2018년 1,100만명을 넘었다. 동남아는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이다.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동남아 지역에서 크게 증가했다. 좋아진 한국의 이미지에 따라 많은 동남아 사람이 한국어를 배우고 나아가 한국에서 고등교육 기회를 찾고 있다. 동남아에서 온 결혼이주자, 이주노동자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많다. 그만큼이나 많은 한국 사람이 또한 동남아 각국에 다양한 목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한국의 대(對)동남아 개발원조도 한·아세안 관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항목이다. 아세안 10개국 중 한국의 공적원조를 받는 국가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6개국이다. 이 6개국이 한국 공적원조의 25~30%를 가져간다. 한국은 전략적으로 아세안 개발도상국에 공적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공적원조 중점 대상국에 이 6개국이 모두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제공하는 공적원조 액수로만 봐도 최근 몇 년간 동남아 국가들은 가장 상위권에 들어 있다. 정치안보 협력부터 공적원조까지 아세안은 한국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한·아세안 관계 30년을 넘어 미래를 바라보는 지금 한·아세안 협력은 더욱 중요하다. 젊고 역동적인 아세안은 경제공동체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의 미래 성장을 위해 아세안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의 다양한 전통·비전통안보, 인간안보 문제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뜻과 이익을 같이하는 협력 파트너다. 강대국 전략 경쟁 속에 비슷한 딜레마를 가진 한국과 아세안은 협력할 분야가 많다. 사회문화적·인적 교류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 들어와 있는 아세안 사람들, 아세안 국가에 나가 있는 한국 사람들은 양자관계 발전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래서 올해 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뜻깊은 자리고 중요한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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