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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 국가 공략 후 현지화 전략으로 아세안 전역 노려야
심남섭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장 2019년 11월호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로 아세안시장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률, 젊고 풍부한 노동력,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4%, 세계 교역량의 7.3%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 등 아세안의 경제적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신남방정책으로 한·아세안 협력 발판을 다지고 있는 가운데, 일찌감치 아세안에 적극적 투자를 펼쳐온 일본, 막대한 자금 지원으로 시장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중국까지 한·중·일 3국의 아세안시장 주도권 경쟁이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아세안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진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회원국별 상이한 경제 상황과 협력 수요를 고려해 거점 국가와 랜드마크 사업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거점 국가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이후에는 개별 국가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아세안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적 접근을 도모해야 한다.

인니 진출 기업, 공동 물류네트워크 발굴하고 선진화된 물류시스템 전수
인도네시아는 동서로 약 5천km 이상 거리에 약 1만7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지리적 입지로 인해 물류산업 성장잠재성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그간 물류인프라 수준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최근 연임에 성공한 조코 위도도 정부는 물류인프라 구축을 주요 현안으로 삼고 1기에 추진하던 인프라 개발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어서 향후 인도네시아 물류산업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현재 물류인프라 분야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자카르타 경전철(LRT) 1단계 사업 중 전력, 신호, 통신시스템 구축에 참여하며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고, 운송업의 경우 판토스, 코린도, 롯데로지스틱스, CJ대한통운 등 한국 기업들이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물류시장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진출 초기에는 거대한 내수시장 및 대도시 위주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물류 사업을 구성하는 한편, 현지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기존 유통망을 활용하거나 각 지역별·도서별로 한국 기업 공동 물류네트워크를 발굴·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천연자원 물류, 할랄 유통, 냉장 유통, 프로젝트 물류 등 인도네시아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현지 수요를 발굴하고, 자동화, 신속·정확한 운송 프로세스 등 한국의 선진화된 물류시스템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베트남은 최근 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크게 늘어 주거 및 산업용 빌딩, 전력인프라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금까지는 하노이와 호치민을 중심으로 한 도시개발이 대부분이었으나, 칸토, 하이퐁, 다낭 등 새로운 거점 도시들이 부상하고 있고 중부지역 개발 수요도 늘어나면서 향후 도시인프라 투자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아파트·쇼핑몰·사무실 공급이 늘어나면서 베트남 건설시장은 5년 연속(2013~2017년) 6%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발전소 및 송배전 등 전력인프라는 2025년까지 연평균 5.2%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 기업들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베트남 건설시장에 진출해 최근에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이 크게 향상된 베트남 현지기업들이 가격경쟁력 우위를 내세우며 강세를 나타내고 있고, 인건비 상승과 경쟁 심화 등 비즈니스 환경도 녹록지 않아 실효성 있는 진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 기업들은 현지 건설사와 협업을 확대해 중산층 아파트시장을 공략하고 자재 조달 현지화 및 합작투자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거문화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수요 발굴도 필수다. 우기가 길어 습한 베트남 날씨를 잘 견딜 수 있도록 거실과 방에 플라스틱 타일을 사용한 한국 건설사의 성공 사례를 눈여겨볼 만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등 유망 에너지사업, 베트남 정부의 중부지방 개발 계획도 염두에 두고 이들 분야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진출방안도 미리 준비해둬야 한다.

말레이시아 프리미엄·할랄 시장은 그룹별 타깃팅 전략으로 공략
농업 관련 기업이라면 미얀마에 첫발을 내딛는 것이 유리하다. 미얀마에서 농업은 GDP의 18%, 수출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경지면적에 비해 농기계가 턱없이 부족하고 양질의 종자·비료·제초제 생산 기술이 뒤처져 있어 농업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에 미얀마 정부는 농업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농기계 전담 부처를 설립했으며, 외국인투자유치 등 농업 기계화 및 생산성 향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기업이 미얀마 농업시장에 진출할 경우 농기계, 종자, 식품가공, 농업 관련 금융서비스 등으로 진출 분야가 확장될 수 있다. 농기계의 경우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을 부각시켜 일본, 중국 등 경쟁국과 차별화되는 브랜드 전략을 내보이는 것이 유리하다. 종자는 최근 미얀마 정부가 종자 수입 절차를 간소화함에 따라 이를 진출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농산물 가공업의 경우 CJ제일제당이 2016년 띨라와 경제특구에 식용유 생산공장을 설립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최근 미얀마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어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 구매 자금이 부족한 현지 농민에게 농업 관련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현지 농업기술 교육을 병행하는 것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코이카(KOICA), 농촌진흥청 등 정부원조사업과 민간 비즈니스를 연계해 경제협력 효과를 지속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말레이시아는 개인 소득 증가 및 도시화 가속화에 따라 소비가 확대되고 있으며, 할랄시장 및 아세안 프리미엄시장 진출 시험대로서 소비재시장도 커지고 있다. 식음료의 경우 웰빙제품에 대한 수요가, 가전제품의 경우 가성비가 높은 제품 위주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의약품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건강에 대한 예산지원 확대와 할랄 의약품 수요 증대, 외국인 의료관광객 증가 등이 수요 확대를 견인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소비재시장은 다국적 기업의 진출이 활발한 글로벌 경쟁시장이다. 중고급 프리미엄 제품 및 할랄제품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품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가 관건이다. 현지 중산층 및 무슬림의 소비문화와 생활습관에 기초한 제품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등 서로 다른 종교, 생활습관, 소비성향을 고려한 그룹별 타깃팅 전략이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한국 제품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국가 브랜드 제고에도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콘텐츠기업은 동남아 국가 중 4세대 이동통신(4G) 네트워크 접근성이 가장 좋은 태국에 먼저 진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태국 콘텐츠시장은 아세안 국가 중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큰 규모로, 활발한 모바일 인터넷 이용 문화에 힘입어 게임, 만화
(웹툰), 음악 콘텐츠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태국은 동남아 최대 게임시장이며, 케이팝(K-pop) 인기에 힘입어 음악 스트리밍 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모바일 인터넷 인프라 확충, 속도 개선 등에 따라 콘텐츠 소비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또한 통신사들이 기지국 확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4G 가입자 비중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태국시장을 잘 공략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단순 번역을 넘어 현지 문화를 반영한 콘텐츠 개발, 태국어 기반 고객서비스 제공 등 철저한 현지 맞춤형 진출 전략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 특성을 고려해 현지 시장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주요 콘텐츠 관련 기업들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향후 한·태 경제협력 청사진 구축 시 주요 협력 분야로 ‘모바일산업’ 분야를 구체화해 포함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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