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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적 연계성 높이는 계기로서 인적 교류 강화를
최경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2019년 11월호


11월 25일이면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대해왔던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부산에서 시작된다. 올해는 한국과 아세안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물론 우리나라보다 더 긴 협력의 역사를 갖는 나라도 있지만 정상회의를 3차까지 진행한 나라는 지금까지 한국이 유일하다.

2018년 한국 체류 아세안 인구 60만명, 한·아세안 인적 이동은 1,100만명
2009년 한·아세안 관계 수립 20주년 기념 특별정상회의는 ‘따뜻한 이웃, 번영의 동반자(Partnership for Real, Friendship for Good)’, 2014년 25주년 기념 특별정상회의는 ‘신뢰구축, 행복구현(Building Trust, Bringing Happiness)’이 각각의 슬로건이었고, 이번 30주년 기념 특별정상회의 슬로건은 ‘평화를 향한 동행, 모두를 위한 번영(Partnership for Peace, Prosperity for People)’이다. 이번 회의의 슬로건은 2017년 11월 발표된 신남방정책의 3P, 평화(Peace)-상생번영(Prosperity)-사람(People)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만들어졌다. 신남방정책이 한·아세안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는 이유는 기존 한·아세안 관계가 경제교류 및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발달해왔다면 이번 정책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의 노력’과 ‘한국인과 아세안 시민의 긴밀한 인적 교류’를 강화하고자 하는 데서 변화의 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남방정책이 발표될 당시 ‘한·아세안 미래 공동체’ 비전도 동시에 제출됐다. 한·아세안 사이의 공동체 형성은 긴밀하고 상호 유기적인 인적 교류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2019년 5월 한·아세안센터가 창간한  『한·아세안 저널』 내용에 따르면, 한·아세안 인적 교류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아세안 인구는 약 60만명이고 이 중에서 태국, 베트남, 필리핀이 76%를 차지한다. 한국 내 외국인 약 218만명 중에서 24%가 아세안 시민이다. 체류기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장기체류 61%, 단기체류 38%, 영주 및 기타 체류가 1%다. 그리고 체류유형을 기준으로 보면 노동이주 55%, 결혼이민자 16%, 유학생 14%, 기타 15%다. 이러한 인적 교류는 문화교류의 핵심 요인으로, 2018년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인적 이동은 1,100만명이 넘었다. 그중 아세안에서 한국으로 오는 사람은 약 250만명, 한국에서 아세안으로 가는 사람은 890만명으로 약 4배 더 아세안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높은 이동성에는 아세안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아세안 전체에서 한국인 현황은 2017년 약 30만명이다. 아세안 회원국 중에서 한국인 영주권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인도네시아고, 유학생이 가장 많은 곳은 필리핀, 일반인 체류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베트남이다. 결과적으로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인적 교류에는 관광, 노동이주, 유학이주, 국제결혼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작지만 중요한 영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한·아세안 비즈니스 활동으로, 이러한 다양한 인적 이동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신남방정책이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를 위한 각종 논의 체계에서 한·아세안 인적 교류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세안 유학생 유치의 질을 높이고 규모를 확대하는 문제, 한국과 아세안 사이의 문화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관광정책 수립, 한국과 아세안의 전통 예술·문화에 대한 상호이해 및 교류협력을 위한 노력,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동남아를 모국으로 둔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다문화’라는 개념의 적실성 논의까지 깊이 있는 고민과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노동이주’ 위해 선진화된 법·제도 절실
그러나 한·아세안 인적 교류의 최고 동력인 ‘노동이주’에 대해서는 논의와 준비 정도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신남방정책이 발표될 당시 아세안 국가들이 이 정책을 매우 기대한 것은 이를 통해 아세안 시민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을 기대해서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이동성 정도가 높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이동성의 질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아세안 노동이주는 역내 노동정책과는 달리 국경관리 및 초국가적인 안보이슈, 역내 노동시장과의 관련성, 국제경제 상황 등 다층적 지점에서 다양한 부서들과의 협업을 통해 정책을 생산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사실 아세안 역내에서도 노동이주에 관한 협업체제를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지향하고 자본, 상품,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지향점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역내 회원국 사이의 경제발전 정도의 차이, 견해의 차이로 인해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은 고려 요소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아세안 내부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2007년 만들어진 역내 노동이주에 관한 ‘세부선언’의 취약점을 완전히 수정해 2017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호와 증진을 위한 아세안 합의(ASEAN Consensus on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the Rights of Migrant Workers)”라는 합의문이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실행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 합의문을 통해 역내 이주노동에 관한 법·제도의 틀을 마련한 것은 놀라운 변화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아세안 인적 교류의 핵심 영역인 ‘노동이주’에 관한 선진화된 법·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은 너무나도 절실하기 때문에 한·아세안 관련 부처 간 다층적 논의가 하루빨리 전개돼야 한다.
아세안의 시대적 화두는 4C(Charter, Community, Centrality, Connectivity)다. 이것은 아세안공동체(ASEAN Commu-nity)를 아세안 헌장(ASEAN Charter)에 기초해 상호 긴밀한 연계성(Connectivity)을 갖는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며, 대외적으로 하나의 목소리(Centrality)를 만들고자 하는 핵심 개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는 ‘미래에 다가올 공동체’다. 공동체적 수준에서 한·아세안 관계를 만들려면 한·아세안 인적 교류는 단순한 물리적 수준을 넘어 미래지향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즉 인적 교류는 사회문화적 상호이해와 공동의 가치와 연대라는 가치기반 형성, 공유, 그리고 확장이란 측면에서 고려돼야 할 것이다. 결국 관광, 노동, 유학, 국제결혼, 비즈니스 활동을 통한 한국과 아세안의 인적 교류는 사회문화적 연계성을 높이는 계기로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돼야 한다고 본다. 이에 대한 총체적인 비전과 목적에 맞춰 한·아세안 인적 교류를 강화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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