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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정책 2.0’을 위한 포용적 파트너십 강화해야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9년 11월호


그동안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서 아세안을 주목하고, 동남아 국가들과의 외교 및 경제 지평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 이를 위해 2017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아세안 미래 공동체 구상’을 밝힌 바 있고, 신남방정책의 ‘3P(People, Peace, Prosperity)’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무역전쟁이 가열됨에 따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개방적 대외환경 조성과 신흥경제권과의 협력 확대를 위해 넥스트 차이나(Next China)로 부상하고 있는 아세안과의 협력 기반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남아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2015년 쿠알라룸푸르 선언을 통해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출범시켰고, 2025년까지 아세안공동체(ASEAN Community)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인구 6억5천만명, 국내총생산(GDP)이 2조9,860억달러(2018년 기준)에 달해 역내 일인당 GDP는 4,59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최대수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을 포함해 동남아 주요국으로 외국인직접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투자진출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아세안에 대한 수출 규모는 2016년 743억달러에서 2018년 1,002억달러로 크게 증가했고 무역흑자는 406억달러를 기록해 아세안은 우리 경제에 있어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의 아세안 투자진출은 이미 중국을 넘어서서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고, 2018년 말까지 현지법인이 1만4,680개(누적 기준)에 달하고 있다.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도 지난해 1,598억달러를 기록해 중국에 이어 2위의 교역대상지로 부상했다. 특히 베트남으로의 제조업 투자가 크게 확대되면서 생산의 집적과 집중이 이뤄짐에 따라 아세안 국가 중 베트남과의 교역 및 투자 규모는 이미 50%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 중국이 단순 조립가공무역에서 탈피해 수입대체전략을 본격화함에 따라 중국시장에서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저렴한 베트남으로 제조업 생산설비 투자가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베트남 간 과도한 무역불균형 개선 위해 부품소재산업 투자 및 기술이전 확대를
미중 무역전쟁 이후 베트남이 최대수혜국으로 부상하면서 저렴한 임금에 기반한 노동집약적 투자는 물론 전기·전자와 같은 대규모 장치산업 진출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 투자 1위국인 한국의 2018년 무역흑자는 290억달러에 달한다. 그동안 7천여건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고용한 현지인력만 최소 80~90만명에 달하고 있다.
베트남의 성장잠재력과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 때문에 과도한 투자집중이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양국 간의 과도한 무역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그동안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제조기업들이 현지에서 생산시설을 가동함에 따라 한국으로부터 주요 생산재와 자본재 수입이 확대되면서 양국 간 무역수지 불균형은 지속적으로 확대돼왔다. 2015년 한·베트남 FTA 발효 이후 의류 및 신발, 전자제품, 식품류 등 주요 수입품목에서 FTA 관세효과가 나타나 베트남으로부터 수입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양국 간의 무역불균형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베트남의 소재부품산업 육성과 기술역량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세안과 인도를 연결하는 공급망 확대를 통해 역내 생산네트워크와 공정 간 분업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부품소재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효과적인 기술이전체계를 수립해 현지 부가가치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동남아시장의 성장잠재력과 내수시장 확대에 부합하는 시장진출형 투자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AEC가 출범됨에 따라 단일시장으로 통합된 역내 시장진출을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과도한 흑자에 안주하지 말고,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역내 내수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기업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기업공유가치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활용한 진출방안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또한 동남아 주요 국가들은 외자주도형 수출확대전략의 한계를 벗어나 신성장동력과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의 새로운 협력 기반 확대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중진국 함정을 탈출해 고소득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혁신주도형 경제발전 전략을 추구하면서 생산성 향상, 혁신역량 제고, 고부가가치산업 육성이 필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경제, 인공지능, 바이오헬스 등 주요 협력사업을 기반으로 우리 중소기업이나 IT 기반의 다양한 사업진출 기회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주목되는 것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에 대처하기 위해 아세안을 중심으로 역내 무역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 주도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연내 타결을 위한 협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세안과 양자 FTA를 개별적으로 체결하고 있는 한국을 포함해 호주, 인도 등 6개국이 참여하는 RCEP이 체결될 경우 전 세계 인구의 48%, GDP의 30%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 형성돼 미중 통상마찰과 무역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세안+6’의 16개 참여국 간의 발전단계가 상이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 그동안 RCEP 협상에 난항을 겪어왔지만, 11월 예정된 아세안 정상회담을 계기로 실질적 타결에 이른다면 아시아 경제통합과 역내 무역자유화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메콩 국가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중장기 개발협력 프로그램 필요
올해는 한·아세안 대화관계 30주년을 맞이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한국에서 개최된다. 아세안 외교를 주변 4강 수준으로 격상하고 더불어 잘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위해서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그동안 치중해왔던 경제외교에서 탈피해 지역가치를 공유하고 상호 존중과 이해 기반을 넓히기 위한 다면적 노력이 필요하다. 아세안도 한국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아직 미흡하고, 지역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현지 사회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보다 제고돼야 한다.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도 연이어 개최된다. 급성장하고 있는 메콩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아세안 역내 개발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개발협력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개발 초기단계에 있는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는 아세안의 최빈국이어서 이미 공적개발원조(ODA)를 위한 중점협력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다. 최근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ODA 추진체제 개편을 위해 국별 지원전략 수립과 사업 간 연계조정을 강화하고 있다. 메콩 국가를 위한 지원프로그램을 시범사업으로 설정해 5년 단위의 중장기 기본계획과 지원전략을 수립하고,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다년도 원조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개발재원 확충과 아세안 생산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한·메콩 개발장관회의와 통상장관회의도 정기적으로 개최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세안과 개발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지역 차원의 성장 기반 확충과 역내 경제통합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신남방정책 2.0’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베트남이 내년도 아세안 의장국을 수임할 예정이므로 메콩강 협력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세안 연계성 강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개발협력을 통한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확충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그동안 추진돼온 기존의 3P 전략에 파트너십(Partnership)을 추가해 4P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아세안 정상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메콩 국가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역내 개발격차 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포용적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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