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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바이어’로서 혁신기업의 성장사다리 될 것”
정무경 조달청장 2019년 07월호

 

 

 

때: 2019년 6월 18일(화) 오후 3시
장소: 조달청장 집무실(정부대전청사)
대담: 유성임 나라경제 편집장

1964 전남 나주 生
         고려대 경제학과, 서울대 정책학 석사,
         영국 워릭대 국제경제법 석사, 고려대 행정학 박사
2001 기획예산처 예산총괄과(서기관)
2002 OECD(공공예산 Project Manager)
2006 기획예산처 재정분석과장
2007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행정관, 선임행정관)
2010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파견(국장)
2012 국무조정실 재정금융기후정책관
2013 기획재정부 민생경제정책관
2014 기획재정부 관세국제조세정책관
2015 기획재정부 대변인
2017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2018~현재 조달청장

 

취임 6개월이 되셨습니다. 조달은 새로운 분야이셨을 텐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새로운 분야다 보니 조달이 무엇이고 이제까지의 역할은 어떠했는지, 앞으로의 역할은 무엇인지 방향을 설정하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습니다. 올해가 조달청 개청 70주년입니다. 중소기업도 만나고, 수요기관도 찾아가고, 내부 직원들도 만나며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조달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설정하고 준비하는 그런 시간을 보냈습니다.

 

새롭게 설정하신 조달의 역할이 궁금합니다.
지난 70년간 조달청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많은 것을 이뤘습니다. 1949년 1월 원조물자를 관리하는 임시외자총국으로 출발해 물품·서비스 구매, 시설공사, 비축과 물품관리, 전자입찰, 총사업비 관리와 국유재산 관리까지 업무범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거래실적도 1962년 116억원에서 지난해 나라장터 기준 약 80조원으로 7천배가량 증가했고요. 2002년 개통한 나라장터는 세계적인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환경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일자리 창출 같은 새로운 정책방향, OECD 국가들의 조달 활용 추세 등을 보면서 과거의 계약이나 구매 중심의 소극적·기능적 업무에서 벗어나 보다 전략적 조달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중소기업, 창업·벤처기업을 지원하는 혁신 조달, 조달시장을 이용한 일자리 창출 지원, 조달시장에 사회적 가치 반영, 공정하고 투명한 조달 등에 역점을 두고 지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혁신 조달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시오.
과거 조달의 역할은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수요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것을 사느냐도 중요합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혁신기업들의 제품을 사준다면 조달이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혁신성장, 공정경제, 일자리 창출 같은 정책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정책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업·벤처기업, 혁신기업들이 조달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줌으로써, 이들 기업이 중소ㆍ중견기업 또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조달청이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지금 OECD 국가들에서는 ‘실험실에서 시장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실험실에서 만든 시제품, 신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조달청이 해줘야 한다는 인식 변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혁신 시제품 시범 구매 사업도 혁신 조달의 일환인가요?
혁신 시제품 시범 구매 사업은 ‘실험실에서 시장으로’라는 슬로건에 가장 가까운 프로젝트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 조달청이 시범적으로 그 물건을 구매한 후, 그 제품을 원하는 수요기관과 연결해줍니다. 그리고 6개월 정도 사용해보고 만족스러우면 계속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을 해줍니다. 또 문제점이 발견된 경우에는 개선할 수 있도록 기업에 피드백을 해줍니다. 신제품은 검증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수요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구매하지 않습니다. 조달청이 그런 수요기관의 부담을 줄여주는 거죠. 현재 혁신 시제품 시범 구매 사업의 제안서를 접수(6월 30일 마감) 중인데, 6월 17일 현재 드론, 미래자동차, 미세먼지 등 분야에서 100여건이 제안된 상태입니다. 


올 연말까지 혁신 제품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기존의 상용품, 규격화된 제품 중심의 현행 공공조달시스템(종합쇼핑몰)으로는 연구개발 시제품 및 혁신 상품 수요를 창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에 조달청은 혁신 제품 전용 플랫폼을 만들어 공공기관의 혁신 수요와 업체의 혁신 제품을 매칭하고, 기술개발에서 공공구매까지 지원하려고 합니다. 특히 플랫폼 내에 수요자와 공급자 간 자유로운 등록과 거래가 가능한 오픈마켓 형태의 혁신 제품 전용 몰을 만들려고 합니다. 혁신 제품은 앞에서 말한 시제품이나 벤처나라에 등록된 상품, 또는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신제품 성능 인증을 받은 상품 등이 될 것입니다. 현재 조달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려면 갖춰야 할 요건이 많은데, 혁신 제품 전용 몰은 이런 것들을 확 줄여 조달시장의 문턱이 많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창업·벤처기업을 위한 전용 쇼핑몰인 ‘벤처나라’도 2016년부터 운영 중인데, 그간의 성과는? 
2016년 10월에 오픈했기에 실질적인 운영은 2017~2018년, 2년간 해봤는데요, 그동안은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기 전 준비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올해 들어 벤처나라를 많이 알아봐주시고 이해도도 높아진 것을 느낍니다. 그만큼 기대도 커졌고요. 실적도 크게 향상됐습니다. 연간 조달실적이 지난해 37억원에서 올해 5월 92억4천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벤처나라 판매실적을 토대로 나라장터 종합 쇼핑몰 등 더 큰 시장으로 이동한 기업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고요. 지난 4월 ‘벤처나라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등록상품 다양화와 구매편의성 제고, 홍보·마케팅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어 하반기 이후 실적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자리 조달을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갖고 계신지요?
일자리는 우리 청이 중점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고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이라는 것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조달청은 고용을 많이 하는 기업, 근로환경이 좋은 기업, 사회적경제기업 등 일자리 우수기업에 조달우수제품 기간연장, 종합쇼핑몰 물품선정 등에서 우대를 해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상습 임금체불 등 주요 노동관계법 위반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고요. 이를 통해 일자리 우수기업의 수주기회를 늘리고 고용 분위기를 확산시키려고 합니다.

 

대형공사 기술형 입찰의 설계 심의와 관련해 제도개선을 준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조달청은 2010년 기술형 입찰 도입 이후 다양한 제도개선을 통해 투명성·공정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한은별관 신축공사’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및 국회 등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자체 혁신안을 마련했습니다. 낙찰자 선정방법을 개선해 합법성 논란을 해소하고, 조달청 직원의 설계심의 참여 최소화 등 평가위원 구성방식을 전면개편해 평가의 공정성 우려를 없앴습니다. 또 정량평가 강화 등 평가방법을 개선해 객관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심의내용 전면 공개, 공직윤리 강화를 통해 투명성을 높였습니다. 이번에 달라진 내용은 7월 심의부터 적용할 것입니다.

 

포화상태인 국내 조달시장의 대안으로 해외 조달시장이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의 진출 실적은 저조합니다.
해외 조달시장에 진출하는 방법으로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해외 정부조달시장에 참여하는 방법과 UN, 아시아개발은행 같은 국제기구에서 발주하는 조달시장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국제기구 조달시장은 해외 정부조달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제도와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아 전략적으로 더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국제기구를 포함해 해외 조달시장에 나가려고 보면 아직까지 우리 중소기업들이 언어, 법률, 절차 등에서 많이 어려워합니다. 그래서 조달청은 G-PASS라고 해외 조달시장 진출 유망기업을 선정해 입찰정보 실시간 제공, 해외 전시회 참가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G-PASS 기업은 지난해까지 538개가 선정돼 7억3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습니다. 올해는 8억달러 이상 수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UN 조달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등 다양한 진출지원사업을 계획하고 있고, 지난 2월에는 조달수출지원팀도 신설했습니다.

 

공공건축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공시설물 발주를 총괄하는 만큼 조달청의 역할이 중요해 보이는데요.
파리의 에펠탑,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건축물은 국가 위상을 높이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공공자산입니다. 이렇게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파급력을 바탕으로 무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양질의 공공건축을 공급하는 것은 모든 공공기관의 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 범정부협의체’가 발족되면서 공공건축을 담당하는 실무부처의 협업을 통해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방안’의 실행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방안’에 따라 건축기획업무 강화 및 설계공모 대상 확대 등의 제도가 올해 말 시행을 앞두고 있는 만큼, 조달청은 공공 발주공사를 중심으로 이들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인력 및 조직 확충 등을 추진해 대비하려고 합니다. 범정부협의체 참여 등의 활동 외에도 자체 시행하는 각종 제도의 개선을 통해 공공건축 디자인 개선정책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올 초 나라장터의 전면개편을 시사하셨습니다. 현재 진행상황은?
나라장터는 2002년 개통 이후 17년째 사용돼오고 있습니다. 노후화 정도가 심각하고 복잡도도 증가해 새롭게 변화된 IT 환경에 맞게 대대적인 개편이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이에 2018년 나라장터 전면개편 정보화 전략계획 수립(ISP) 사업을 통해 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했고, 노후화된 서비스 전면개편, 23개 자체조달기관 흡수·통합, 신기술 기반의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현재 예비타당성 본 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전면개편은 앞으로 3년에 걸쳐 진행되고, 서비스 개통 후에는 단계적으로 자체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합할 계획입니다.


조달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조달청은 불공정 조달행위 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2017년 2월부터 조사 전담부서(공정조달관리과, 조달가격조사과)를 만들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2년여에 걸쳐 404개 업체를 적발했고, 235억원의 부당이득에 대해 환수를 결정했습니다. 앞으로 불공정 조달행위 근절을 위해 관세청,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협업을 강화해 공정한 조달시장이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울러 조달 관련 입찰담합은 담합통계분석시스템, 민원 등을 통해 확인된 담합의심 입찰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의뢰하고 조사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공정거래위원회와 상호협력 관계도 더욱 공고히 하겠습니다.

 

청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국내 조달시장 규모가 약 120조원입니다. 조달청이 조달시장에서 ‘퍼스트 바이어(first buyer)’ 역할을 해 기업의 시제품이나 혁신 제품을 처음 구매해주고 그럼으로써 벤처기업이나 혁신기업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달청 70주년 행사 캐치프레이즈가 ‘바른 조달 70년, 혁신의 미래로 나가자’였습니다. 바른 조달을 기본으로 혁신 조달과 일자리 조달 등을 통해 혁신성장,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고, 우리 청이 부처 내에서나 국회에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꼽는다면?
매 순간이 다 기억에 남죠. 하하. 공직생활만 30년 넘게 했기 때문에 사무관 시절부터 과장, 국장, 1급을 거쳐 청장이 된 현재까지 어느 한 순간 기억에 안 남는 것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꼽으라면 기획재정부 대변인을 했던 때입니다. 대변인이 되기 전 했던 일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것이라면 대변인은 국회나 언론, 시장을 상대로 정책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대변인을 2년간 했는데, 중요한 정책들이 잘 알려져서 효과를 발휘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는 생각에 큰 의미를 준 시간이었습니다.

 

끝으로,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혁신 조달, 일자리 조달, 사회적 조달 등 새로운 일을 조달청이 많이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께서도 우리 청이 하는 일을 관심 갖고 한번 봐주시고, 기대해주시고, 또 평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중소기업이나 수요기관들을 만날 때마다 드리는 말씀인데, 조달청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질책을 포함해 어떤 의견이든지 말씀해주시면 적극 검토해 업무개선에 반영하겠습니다. 조달발전을 위해 많은 의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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