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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자의 서비스 선택권 확대와 사업의 투명한 관리가 핵심
조순옥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바우처실장 2019년 04월호




2018년 평생교육 정책에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됐다. 바로 평생교육 바우처 사업의 시행이다. 평생교육 바우처는 학습자 스스로 본인의 교육수준, 학습여건 등을 고려해 원하는 학습을 자율적으로 결정,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정 금액(35만원)의 학습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동안의 평생교육 정책은 참여 인프라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프로그램 ‘제공자’가 정부 재정지원의 주 대상자였다면, 평생교육 바우처는 ‘학습자’를 직접 지원 대상자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바우처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평생학습을 생활의 일부로 인식하고 계속적으로 학습하도록 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바우처 사업의 목적이다. 



싱가포르, 25세 이상 모든 국민에 500싱가포르달러의 크레딧 제공
국가가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해 개인 학습자에 대한 직접 재정지원을 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영국은 2000년에 ‘개인 학습자들이 겪는 재정적 장애요인을 제거함으로써 전 영국민들의 학습 참여를 촉진’한다는 목표 아래 개인학습계좌제(ILA; Individual Learning Accounts)를 도입하고, 학습계좌를 개설한 학습자 1인당 150파운드의 학습비를 지원했다. ILA 사업은 시행 첫해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2001년 영국 정부는 ILA 사업 중단을 발표했다. ILA가 영국민들의 학습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크게 불러일으킨 혁신적 정책이었음에도 부정행위의 위험을 낮게 예측하고 계획 수립단계에서부터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것을 주 실패요인으로 진단했다.
개인 학습자의 직접 재정지원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나라는 바로 싱가포르다. 최근 세계은행의 「2019년 세계발전보고서(World Development
Report)」에서 인적자본지수(Human Capital Index) 점수가 가장 높은 국가로 평가받았듯 싱가포르는 국민 역량이 높다고 일컬어지는 대표 국가다. 싱가포르의 교육·훈련·고용 관련 정책이 많은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관심을 받는 사업은 ‘스킬스퓨처(SkillsFuture)’다. 개인에게는 맞춤형 교육·훈련·경력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산업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고용주의 교육·훈련에 대한 인식을 높이면서 사회 전반에 평생학습을 지원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말 그대로 전 싱가포르 국민을 위한 교육·훈련·고용 관련 종합 프로그램이다.
이 중 우리의 관심을 끄는 프로그램은 스킬스퓨처 크레딧(SFC; SkillsFuture Credit)이다. SFC의 핵심 목표는 모든 싱가포르 국민들이 기술개발과 평생학습의 수행에 ‘오너십(ownership)’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5세 이상의 싱가포르 국민이라면 누구나 조건 없이 500싱가포르달러(약 500달러)에 해당하는 크레딧을 받을 수 있다. 이 크레딧은 정부가 승인한 학습과정 수강료로 사용할 수 있다. SFC는 2016년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총 43만1천명이 지원을 받았다. 
SFC는 단순한 학습비 지원사업이 아니다. 스킬스퓨처 프로그램을 자세히 보면, 진로 및 경력개발 계획 수립 지원(SkillsFuture Advice)부터 각종 교육·훈련 관련 정보 제공(MySkillsFuture), 첨단기술 관련 학습 참여(SkillsFuture for Digital Workplace)까지 한 개인의 학습 전 과정에 관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SFC는 학습자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툴로서 활용된다. 실제 싱가포르의 상당수 학습과정들은 이미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학습과정을 무료로 운영하는 대신 SFC를 별도로 제공하는 중요한 이유는 싱가포르 국민을 자기주도적 학습자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싱가포르 외에도 독일,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 유사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프랑스의 개인활동계좌(CPA; Personal Activity Accounts)다. 당초 개인의 학습 또는 훈련 시간 보장에 초점을 맞췄던 이 프로그램은 2019년부터 사회보험제도와의 연계를 통해 재정지원으로 그 방향을 선회했다. 현재 프랑스 국민은 연 500유로씩 최대 5천유로를, 저숙련 근로자의 경우 연 800유로씩 최대 8천유로를 학습 참여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학습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전문적인 상담 제공은 필수
평생교육 바우처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소비자’로서 학습자가 ‘선택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학습자가 선택권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양질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관들이 다수 존재해야 하며, 학습자들이 이들 기관에 접근하기 용이해야 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학습비 지원사업에서 또 다른 중요한 요건은 바로 평생교육 서비스 시장의 투명한 운영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서는 학습비 사용처를 국가공인과정 또는 엄격한 승인과정을 거친 기관에서 제공하는 과정에 한정하는 것과 같은 방안을 실시하고 있다. 학습자의 서비스 선택권 확대와 사업의 투명한 관리라는 두 목표를 모두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타 국가들이 평생교육 바우처 사업에 주는 첫 번째 교훈이다.
두 번째 교훈은 바우처 이용 대상자들이 ‘현명한’ 소비자로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자가 스스로의 학습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학습활동을 직업뿐 아니라 사회참여 활동을 포함하는 자기계발 계획 내에서 연계·실행할 수 있을 때 사업이 추구하는 목표가 달성됐다고 볼 수 있다. 싱가포르가 SFC를 스킬스퓨처라는 종합 프로그램 속에 위치시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학습 서비스와 관련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전문적인 상담 제공은 바우처 사업에서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닌 반드시 제공돼야 하는 필수 서비스로 포함돼야 한다.
지난 2월 발표된 ‘포용국가 사회정책 추진계획’에서 ‘모든 성인이 필요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주요 목표로 제시됐다. 이미 수많은 연구와 조사 결과가 말하는 것처럼 성인의 평생학습 참여를 증가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성인이 학습에 참여하지 않는(또는 참여할 수 없는) 배경에는 개인의 교육, 사회경제적 배경, 심리적 요인 등을 망라한 매우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중 금전적 요인을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평생교육 바우처 사업이 성인 역량개발 참여 확대를 통한 포용사회 건설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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