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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정 추진한다
이성훈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과장 2019년 09월호


시가총액이 1조달러가 넘는 온라인 쇼핑기업 아마존이 급속히 성장한 비결 중 하나는 빠르고 정확하게 물건을 배달해주는 뛰어난 물류 경쟁력이다. 우리나라도 전자상거래 발달과 함께 택배와 같은 생활물류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다음 날 내가 원하는 물건을 받아볼 수 있고, 상품을 당일 배송해주거나 신선한 식재료를 새벽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나타났다.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음식 배달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는 이제 일상이 됐다. 2008년 2조4,200억원이던 국내 택배 매출액은 2017년 5조2천억원으로 연평균 9.1%씩 증가하고 있다.

전통물류산업 규제 완화하고 해외진출 기업에 정책금융 지원
대내외 환경 변화는 물류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생활물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화물차 운송 중심의 단순 구조에서 차량 외 대형 시설·설비와 다수 분류·배송 인력이 필요한 장치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물류산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크게 높아졌다. 제조·유통·물류가 나눠진 기존의 구조에서 벗어나 유통·물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쿠팡과 같은 기업이 증가하는 등 창의적인 특화 서비스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4차 산업혁명은 물류 분야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적으로 드론·로봇 배송, 자율주행 화물차와 같은 첨단기술 경쟁이 활발해지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배송대행 서비스 분야 등에서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 물류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현재 우리 물류산업의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2016년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국가 물류 경쟁력 순위는 24위에 머물고 있다. 여러 장애물이 물류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활물류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가 마땅치 않고, 원활한 물류를 위한 도시물류시설도 부족하다. 청년층은 고되고 질 낮은 일자리라는 생각으로 물류 분야 취업을 기피한다. 영업용 화물차를 상징하는 노란 번호판을 중심으로 형성된 화물운송 질서는 다소 불투명하다.
정부는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기회를 살리고 기존의 한계를 극복해 물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지난 6월 ‘물류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산업 지원체계, 성장기반, 시장질서를 혁신하는 것이 중점목표다.
우선 생활물류시장 확대에 맞춰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의 제정을 추진한다. 택배업과 배송대행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사업자에 대한 각종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동시에 법적 근거 부족으로 보호에 한계가 있었던 택배기사, 이륜차 배송기사의 권익향상도 도모할 계획이다. 배상책임을 명시하고,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는 등 소비자 보호 장치도 함께 도입한다.
기업 대 기업 물류가 주류인 전통물류산업도 규제를 완화해 활력을 높인다. 이미 7월 개인화물차의 차량 교체 허용범위를 1~5톤에서 1.5~16톤으로 확대했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운송가맹사업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연말까지 가맹사업의 차량허가 기준을 500대에서 50대로 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른 사업자에게 번호판을 빌려 영업하고 있는 화물차주(위수탁 차주)가 1인 사업자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사업 양도·양수 규정도 개정한다.
그리고 역량 있는 물류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한다. 해외 네트워크 확장 투자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지원하고, 물류기업에 한국수출입은행, 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국부펀드 등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택배 물동량 급증에 원활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심 지역에 대형 택배터미널과 소형 배송거점의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필수 물류시설이 적정 입지에 설치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한다. 대형 시설 입지 후보는 올 연말에 2~3개소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다양한 형태의 물류단지 개발사업도 활성화한다. 중소기업·자영업자의 물류비 절감을 위한 전용단지를 조성하고, 지연된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은 다시 활성화한다. 물류단지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물류시설 인정기준을 완화하고 절차도 간소화한다. 물류단지가 집중돼 교통정체, 소음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교통·환경 개선사업의 패키지 시행제도도 도입된다.

물류 첨단기술 개발 위해 2027년까지 공공R&D에 2천억원 투자
물류산업의 첨단화를 위해 기술개발도 촉진한다.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제와 물류 신기술 지정제를 도입해 민간 기술개발을 유도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7년까지 공공R&D에 약 2천억원을 투자해 자율주행 화물차, 상하차·택배 로봇 등 기술도 개발한다. 수송 부문 미세먼지 배출의 주요인인 경유화물차를 점차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2020년까지 로드맵도 마련한다.
물류 분야 취업과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도 추진한다. 국가물류통합센터의 물류 분야 일자리 정보 제공을 강화하고, 디지털 기반의 융합형 물류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물류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보육프로그램과 전문펀드를 통한 투자도 지원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창업활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도록 내년부터 권역별 물류창업 캠퍼스도 구축한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과제는 화물차 시장질서 혁신이다. 2003년 화물운송면허 동결 조치 이후 사업자가 보유한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이 일종의 권력이 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사업자와 차주가 위수탁 계약을 할 때는 번호판 권리금 등 금전 부담이 추가되고, 음성적인 브로커를 통한 위수탁 계약으로 사기에 노출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말까지 시장질서 개선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저운임을 고착화하고 차주의 과로·과적을 유발하는 다단계 관행을 근절하고, 대형 물류사의 저가덤핑 재위탁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추진한다.
물류산업 분야는 업계와 노동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항상 분쟁 위험에 노출돼 있다. 갈등이 폭발했을 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그래서 정부는 물류산업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했고,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각계와 충분히 대화할 계획이다.
어려운 만큼 물류산업 혁신은 절실한 과제다. 그동안 물류업은 제조업을 보조하는 ‘조연’ 역할에 머물렀지만 이제 달라졌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에 옮겨주는 서비스 자체가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서두에 제시한 것처럼 일찍이 이를 깨우치고 물류 혁신에 앞장선 기업은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물류산업 혁신방안은 그동안 한정된 틀 안에 갇혀 있던 물류산업을 도약시키기 위한 발전전략이다.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우리 물류산업은 첨단 서비스산업으로 변모하고 국가 경제의 ‘주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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