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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쟁력은 경제 발전의 원동력
구자현 KDI 연구위원 2019년 10월호


금융서비스 산업은 다른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산업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역사적으로 금융서비스가 발전한 도시와 국가가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메디치가의 금융업을 중심으로 피렌체는 르네상스 시대의 국제무역 중심지로 도약했고 많은 예술가와 과학자를 후원함으로써 르네상스의 문을 활짝 열었다.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를 개설한 네덜란드는 17∼18세기 세계 해상무역을 주도했다. 시티오브런던(City of London)의 금융 경쟁력은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토대가 됐으며, 뉴욕은 은행, 보험, 증권 등 다양한 금융기관들이 수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다른 산업을 지원하면서 미국이 세계경제를 주도하도록 견인하고 있다.

금융선진국들, 기술을 금융에 접목해 경쟁력 강화
우리나라 금융서비스 산업도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국내 금융자산은 1경7,158조원으로 경제개발 초기인 1975년에 비해 600배 이상 증가했고, 우리나라 주식시장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달한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서비스 산업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국내 금융서비스 산업은 유망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경제성장을 돕기보다는 담보대출 위주로 손쉬운 영업에만 치중하고 다양한 고품질의 금융서비스로 경쟁하기보다는 획일적인 금융상품으로 판매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으며, 금융서비스 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도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센 글로벌 환경에서 종전과 같은 행태로는 금융서비스 산업의 생존이 보장될 수 없다. 특히 영국, 미국 등 금융선진국은 기술을 금융에 접목해 금융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고, 중국과 같은 신흥국도 핀테크(FinTech) 활성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금융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우리 금융서비스 산업도 성장을 지원하고 견인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변화를 이뤄야 한다. 우선,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역량인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역량을 통해 빠르고 편리하며 금융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높은 부가가치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영국은 디지털 역량이 높은 핀테크를 중심으로 6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기술을 평가하는 역량도 높여야 한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지식경제로 이행하면서 기업의 가치도 부동산과 같은 물적 자산이 아닌 기술, 지식 등 무형 자산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다. 따라서 실물 자산은 부족하더라도 기술 역량이 높은 유망 중소기업을 발굴해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기술금융 역량이 제고돼야 한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제조·수출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왔으나 국제경쟁 심화로 한계에 달하고 있다. 국제 금융서비스 시장은 위험을 감내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고 내부자시장이라는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았다. 그러나 국내 금융자산 규모가 확대되고 금융이 기술과 융합하면서 더 이상 넘지 못할 장벽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더욱 발전시켜야
우리 금융서비스 산업이 혁신을 주도하고 견인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정책적 지원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위험 예방에 치중함으로써 혁신의 선도자, 혁신의 촉진자로서 국내 금융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이끌지 못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와 도전 없이는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위험 예방에도 효과적이지 않다.
이러한 의미에서 올해 4월부터 시행된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국내 금융서비스 산업의 혁신 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모멘텀이라고 생각한다. 6개월이 안 된 짧은 기간이지만 의미 있는 변화와 성과가 창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 건수는 원조 국가인 영국보다 훨씬 많은 가운데 기존 금융기관은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통신업 등 타 산업과의 융합을 시도함으로써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지정된 핀테크 스타트업은 투자자 유치를 통해 개발인력을 확충하고 제안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등 스케일업에 성공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는 제도 운영상 겪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보완해 나가면서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금융서비스 산업의 혁신을 지원하도록 더욱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핀테크 스타트업의 경우 규제뿐만 아니라 금융 R&D를 위한 자금부족도 크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데이터 활용 관련 규제도 합리화해 나가야 한다. 제조혁명 시대에는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가 산업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다. 특히 정보를 다루는 산업 특성상 금융서비스 산업은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양질의 폭넓은 데이터 활용이 중요하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가운데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데이터 활용제도의 마련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국내 금융서비스 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정부가 금융외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제금융계의 논의에 활발하게 참여함으로써 해외 금융시장과 국제 금융규제의 변화에 국내 금융기관이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수의 국내 금융기관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영국은 세계 금융당국에 글로벌 금융규제 샌드박스 협력체를 제안함으로써 글로벌 금융혁신의 주도권을 잡은 동시에 영국 핀테크산업의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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