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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서 만난 뜻밖의 위로
김세영 나라경제 기자 2019년 07월호



스타의 자녀들이 출연하는 주말 예능. 아이들은 어촌체험 마을을 방문해 해산물을 채집하고, 미역을 직접 널어 보며 마트에 유통되기 전의 과정을 배운다. 체험 후에는 직접 채집한 해산물로 차려진 밥상을 받는다. 이전에는 ‘갯벌 체험’에만 국한돼 있던 어촌체험 콘텐츠가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어촌체험 마을은 111개로 ‘감태 초콜릿 만들기’, ‘선상 낚시’ 등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층 더 다채로워진 프로그램을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해 ‘제13회 어촌마을 전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태안 병술만 어촌체험 마을을 찾아가봤다.
마을에 들어섰을 때 느낀 첫인상은 부대시설 정비가 잘돼 있다는 것이었다. 입구에 넓은 주차장과 수도 시설이 마련돼 있고 안쪽엔 캠핑장과 식당이 있다. 병술만마을에는 해안가에 돌담을 쌓고 조수 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독살 체험’과 ‘네발자전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조개 채집’을 신청했다. 조개 채집에는 매일 물이 빠지는 시간대(물때)가 가장 중요한데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운영하는 정보 포털 ‘바다여행(www.seantour.com/village)’에서 향후 2개월까지의 물때와 체험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체험비는 성인 1만원, 중·고등학생 8천원, 미취학 아동 4천원이다. 체험에 필요한 장화, 장갑, 호미 등의 장비가 모두 별도의 대여비 없이 제공되므로 주변 해양둘레길이나 캠핑장에 왔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들를 수도 있다.
체험 장소까지는 경운기를 타고 들어갔다.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그것도 갯벌에서 타는 경운기는 태국 여행에서 처음 ‘툭툭’이라는 이동수단을 탔을 때보다 신선하고 흥미진진했다. 기본적인 채집 방법을 배우고 본격적으로 채집을 시작했다. 쭈그리고 앉아 물이 얕은 곳을 찾아 호미로 파내고 조개를 캐는 단순한 작업은 뜻밖의 힐링을 안겨줬다. ‘뭐든지 할 수 있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말 그대로 천방지축이던 대학생활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도 어언 2년이 다 돼간다. 쏟아지는 새로운 경험과 배워야 하는 것,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는 실수들로 나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끼기보단 조금은 움츠리고 긴장하고 지내왔었나 보다. 까만 갯벌에 숨어 있는 조개와 게를 찾아 소쿠리를 차곡차곡 채우는 것이 이런 나에게 작지만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했다. ‘어쩌면, 이 체험이야말로 칭찬과 위로가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더없이 좋은 휴가 콘텐츠가 아닐까?’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칠 때쯤 체험이 끝났다.
직접 잡은 조개는 전부 집에 가져갈 수 있다. 주최 측에서 조개를 깨끗한 물에 씻고, 돌아가는 동안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바닷물을 담은 봉지에 넣어 2차, 3차 포장을 해줬다. 땀을 식히며 대화를 나눴던 병술만마을 체험 담당자인 고병우 씨는 “가장 더운 8월과 추운 12월을 제외하고는 일 년 내내 체험 손님들이 찾아오고 있다”며 흐뭇해하면서도 “어촌 주민의 평균 연령이 높다 보니 체험장을 함께 운영할 젊은 인력이 부족하다”고 애로사항을 말했다. 해양레저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본격화되고 해양관광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느꼈던 뜻밖의 위로와 보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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