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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맛을 찾는다면 섬으로 가라
강제윤 시인, (사)섬연구소장 2019년 07월호




복포, 문어김치, 꽃게회, 갯치기 후리질 숭어구이, 냉연포탕, 성게찜, 피굴, 복어곰국, 한갈쿠 갈치국, 시금치꽃동 생선회무침, 유자떡, 산도랏 건민어탕. 이런 음식들의 이름을 들어보거나 맛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 난생 처음 들어보거나 생소한 음식들일 것이다. 한국의 섬에 가야만 만나볼 수 있는 음식들이다. 잘 보존된 자연이나 빼어난 풍경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섬이 토속 음식의 보고란 사실을 아는 육지 사람은 드물다.
섬 할머니들이 경로당 잔치음식으로 만들어 내거나 매일 밥상에 올리는 음식들이 얼마나 화려하고 격조 있는지는 눈으로 보지 못하면 믿기 어렵다. 그 맛 또한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의 잘나가는 셰프들이 만든 것보다 몇 배는 뛰어나다. 섬과 바다에서 나오는 가장 싱싱하고 질 좋은 재료로 만들기 때문이다. 음식 맛은 재료가 99%다. 빼어난 재료는 조리가 없어도 극상의 맛을 낼 수 있다. 거기에 수백 년 이어온 레시피까지 더해진다면 어떤 고급 레스토랑 셰프가 섬 할머니들의 요리를 따라갈 수 있겠는가. 최고의 맛을 찾는다면 섬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섬의 음식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물론 제철 해물을 찾아 먹는다면 어느 섬이든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음식도 문화다. 어족의 씨를 말리는 남획과 간척으로 갯벌들이 사라지면서 많은 섬의 음식문화가 쇠락해버렸다. 그래서 섬의 진정한 맛을 즐기려면 물산이 풍부하고 음식문화가 뛰어난 섬으로 가야 한다. 물산이 부족하면 음식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 배 채우기도 급급한데 요리란 사치일 뿐이다. 그래도 여전히 고유한 맛이 이어지고 있는 섬들이 있다. 그런 섬들은 대체로 먼 바다 섬이거나 어류의 산란장 인근 섬이다.
신안에서는 우이도의 음식이 가장 뛰어나다. 우이도는 회유성어족이 거쳐 가는 난바다 한가운데에 있어 늘 어자원이 풍부하다. 양식이 없다. 다 싱싱한 자연산이다. 민어나 농어, 심지어 그 귀한 돌돔까지도 횟감으로 다 소비할 수 없어서 대부분은 배를 따서 말려버릴 정도다. 우이도에서 맛보는 민어회는 민어가 무른 생선이라는 인식을 뒤집는다. 갓 잡은 민어회는 꼬들꼬들하다. 지나치게 긴 유통기간이 민어회를 무르게 만드는 것이다. 섬이지만 산이 깊으니 산나물 요리도 훌륭하다. 약초로 직접 빚은 막걸리는 그대로 약주다. 식당이 따로 없고 민박집에서 음식을 해주는데 모든 곳의 음식 맛이 뛰어나다. 
여수 지역에서는 금오열도의 섬들이 빼어난 음식 맛을 자랑한다. 특히 안도의 음식은 화려하고 격조 있다. 작은 섬이지만 안도가 한때 어업 전진기지였을 정도로 섬 주변 어장이 풍성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예전만큼 많은 해산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음식문화는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어느 식당, 어느 민박을 가도 차려내는 밥상이 도시의 어떤 맛집보다 뛰어나다. 안도 바로 옆 섬 연도(소리도)의 음식도 좋은데 이 또한 인근 바다에서 해산물이 풍성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연도 해녀 밥상은 밥상만으로도 섬에 가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통영에서는 연화열도의 음식이 뛰어나다. 욕지도는 최초로 고등어 양식에 성공한 섬인데 양식이라지만 포획한 고등어를 일정 기간 바다에 가둬놓고 풍부한 먹이를 줘서 살을 찌우는 까닭에 회가 고소하고 달기가 그만이다. 연화도 또한 고등어회와 전갱이회 맛이 일품이다. 최근 연화도와 도보교로 연결된 우도는 해초 밥상이 뛰어나다. 이들 섬 대부분은 해안길이 잘 나 있고 풍경 또한 매혹적이다. 섬의 숲길을 걷고 받는 해산물 밥상,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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