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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도 기업도 여가문화도… 우리는 변하고 있습니다
양은주 나라경제 기자 2019년 08월호

 


1936년 그리고 1967년. 프랑스와 독일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됐다. 한국은? 2004년 1천명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해 2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에까지 적용된 게 2011년이다.
주 5일 근무제가 시행됐다고 ‘과로사회’에서 벗어난 건 아니었다. 2017년 기준 OECD 회원국들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을 보면, 멕시코가 2,257시간으로 최장 노동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멕시코, 코스타리카(2,179시간)의 뒤를 이은 것이 한국(2,024시간)이다. OECD 36개 국가들의 평균인 1,759시간과 견줘도 갈 길이 멀다. 좀 극단적으로,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56시간)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연간 83.5일(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즉 2달하고도 23일 더 일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을, 잘하고 있을까?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17년 기준 34.3달러로 OECD 22개국 중 17위다.
1위인 아일랜드의 시간당 생산성은 88달러로 우리의 배가 넘는다. 길게 일할수록 생산성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8년 2월,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야근천국’, ‘월화수목금금금’인 대한민국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같은 해 7월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적용이 시작됐다. 올해 7월부터는 방송업, 금융업 등 21개 특례제외업종의 300인 이상 기업들이 대상이 됐다. 내년 1월부터는 50~299인 기업, 2021년 7월엔 5~49인 기업들에 전면 시행된다.
기업들도 변하고 있다. 야근을 줄이고 형식적인 업무 절차를 간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 중이다. SK그룹, 에듀윌 등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해 실험하는 기업들도 등장했다.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중소·중견기업에 간접노무비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의 연착륙을 위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실업자를 신규 고용해 근로자 수가 늘어난 사업주, 근무체계 개편이나 시간선택제 직무개발 등을 통해 실업자를 신규 고용한 사업주 등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시행 1년, 변화는 사회 전반에서 감지된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직 5인 이상 사업장의 연간 노동시간은 1,986시간으로 최초로 1천시간대에 진입했다. ‘여기어때’ 운영사인 위드이노베이션은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국내여행을 위한 금요일 숙박 예약 건수가
1년 전에 비해 1.5배(54%) 늘었다고 밝혔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시범시행 대상 사업체
2곳의 직원 카드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출근시간은 늦춰지고 퇴근시간은 당겨졌다. 퇴근 후 카드 사용처 내역을 보면 여가활동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쟁점과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시행착오에 대한 불안과 제도 이행 속도에 대한 불만도 많다. 그런데 떠올려보자. 주 5일 근무제 도입 당시에도 임금은 줄고 중소기업은 도산할 것이라며 우려했지만 이제 우리 사회에서 주 5일 근무는 상식이 됐다. ‘불토’가 ‘불금’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그리하여 꿈꿔본다.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저녁이 있는 삶을.

양은주 나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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