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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콘텐츠 승산 있다
성동규 한국OTT포럼 회장,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2019년 10월호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애플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올해 3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애플의 미디어 발표회에 유명한 TV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애플TV+’라는 OTT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겨울왕국〉으로 유명한 디즈니는 OTT 서비스인 ‘디즈니+’를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오는 11월 출시하는 디즈니+에 포함될 콘텐츠는 디즈니 스튜디오를 비롯해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등에서 제작되는데, 〈미녀와 야수〉, 〈백설공주〉 등 이미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다양한 콘텐츠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등이 디즈니의 주요 경쟁력이다.
이들 후발주자의 경쟁력을 잘 알고 있는 선두주자 넷플릭스는 지난해 매출액의 70%가 넘는 120억달러(약 14조원)를 제작비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에도 약 150억달러를 책정한 상황이다.
이렇듯 경쟁력 높은 콘텐츠와 막대한 투자력을 겸비한 미국의 글로벌 미디어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넷플릭스로 현재 약 185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옥자〉나 〈킹덤〉 등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할 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 연예오락 프로그램 등 인기 콘텐츠를 구매해 제공하고 있어 향후 가입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디즈니 역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국내 진출을 선언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칫 국내 OTT 시장이 해외 사업자들의 각축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국내 업체들도 9월 18일 지상파 방송사들이 운영하던 OTT 서비스 푹(POOQ)과 SKT의 옥수수(oksusu)라는 플랫폼을 합한 통합 플랫폼 ‘웨이브(wavve)’를 만들어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애초 약 1조원 정도의 투자를 받아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아 출발부터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십조원을 쏟아붓는 글로벌 기업과는 규모 면에서는 중과부적(衆寡不敵)에 가까우므로 한국적 콘텐츠 환경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생존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제 OTT산업은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OTT라는 플랫폼의 성격도 인터넷망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방송과 달리 해외로 진출하는 데 있어 진입규제가 자유로운 분야다. 한국형 콘텐츠를 만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드라마나 예능 등 독보적 K콘텐츠 경쟁력을 한류열풍을 통해 입증했기 때문에 이를 담을 수 있는 플랫폼만 제대로 구축한다면 당장 아시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젊은 작가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웹툰, 웹소설 등은 OTT 플랫폼에 최적화된 10~20분 정도의 짧은 콘텐츠로 제작하기 좋은 장르여서 승부를 볼 만하다. 게임 등 e스포츠 역시 한국이 종주국이라 불릴 만큼 강한 분야이므로 이를 OTT와 결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K팝은 단순히 공연실황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연습과정 등 스타들의 일상 자체가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하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준다. 비록 OTT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대응은 늦었지만 국내 사업자들의 연대를 잘 이끌어내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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