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16개 경제부처가 만드는
국내 유일의 경제 정책 정보지

나라경제

발행물

이슈

학교의 빈자리로 드러난 학교의 의미
김서영 경향신문 정책사회부 기자 2020년 10월호



학교가 사라졌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올해 교육현장의 모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와 같다.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고 원격 수업이 진행되며 이른바 ‘교육의 3주체’인 학생·학부모·교사는 저마다 전에 없던 혼란과 도전을 마주해야 했다. 학교가 사라진 빈자리는 역설적으로 학교의 의미를 드러냈다. 조부모와 사는 어떤 저소득층 초등학생에게 학교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자 놀이공원을 갈 수 있는 체험 학습 현장이었다. 사교육을 받기 힘든 고3 학생에게는 입시상담을 하고 모르는 걸 질문하는 기관이었다. 맞벌이 부모에게 학교는 아이들의 식사와 돌봄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었다. 교사들은 ‘랜선’ 너머로 지도하고 가르치는 일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학교에 갈 수 없다고 해서 교육까지 포기할 수는 없기에 원격 수업과 현장 수업을 병행하는 소위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혼합 수업)’이 주목받게 됐다. 잔잔히 이어져오던 교육현장의 디지털 전환을 코로나19가 확 앞당긴 것이다. 와이파이조차 없던 교실과 수업용 태블릿PC도 부족하던 학교는 이제 변신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과제로 선정된 ‘그린 스마트 스쿨’은 학교에 무선망, 온라인 플랫폼, 스마트기기 등을 보급해 디지털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25년까지 15조3천억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이 인프라 공급에 치중한 나머지 코로나19가 던진 본질적인 문제를 도외시하진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태블릿PC만 채워넣어서는 ‘원격 수업이 교실에서의 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가’, ‘학교와 유치원은 어디까지 돌봄을 제공해야 하는가’, ‘등교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학교의 존재 의의는 무엇인가’ 등과 같은 거대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난상황에서의 대책이란 궁여지책일 수밖에 없다. 학업이냐 방역이냐, 저학년과 고학년 중 누가 먼저 등교해야 하는가,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급식을 제공해야 하는가 등 교육당국이 지난 2월부터 내리고 있는 결정도 전부 딜레마다. 정답이 없단 뜻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부가 일단 블렌디드 러닝에 걸맞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취약계층을 위해 교육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건 불가피한 선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또 다른 전염병이 도래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는 언제고 ‘학교에 못 가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전제로 준비를 해둬야 한다.
2학기에 접어든 현재, 교육현장은 1학기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1학기 동안 사둔 문제집은 하나도 풀지 못했고 아이들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됐다는 학부모의 우려, 이렇게 ‘중간층’이 사라진 성적표는 처음이라는 교사의 경악, 등교한 날이 열흘 남짓에 불과해 아직도 친구들 얼굴을 모르겠다는 학생들의 한숨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기초학력 저하나 초등 저학년의 사회성·언어 발달 지연 또한 장기적으로 문제가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른바 ‘코로나19 세대’의 탄생이 교육계에도 예고된 상황이다.
그리하여 교육계는 ‘코로나19 이후를 어떻게 할 것인가’란 새로운 화두에 맞닥뜨렸다. 코로나19가 후유증이 무서운 질병인 것처럼, 교육현장에도 코로나19의 상흔이 생각보다 짙게 남을지도 모른다. 결국 코로나가 드러낸 학교의 빈자리를 얼마나 세심하게 메꿀 수 있을 것인지가 우리 교육현장에 던져진 과제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