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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세상을 읽고 판단하고 실천하기 위해 존재한다
장은경 서울 가락고 수석교사 2020년 10월호



하나. 돌아보기.
참으로 고단한 한 학기였다. 갑작스레 맞닥뜨린 당혹스러운 세상이었으니 우리에게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했다. 온라인 학교라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 건물은 어떤 부지에 세워야 하는지 결정해야 했고, 지반을 다지고 골격을 세우고, 자재를 준비하고, 체계적인 설계에 따라 내부를 결정하고…. 그러나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시시각각 내려오는 지침은 조석변개여서 같은 일을 수정하는 것만도 수차례에다, 지시사항도 쓰나미였다. 각종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정보는 하룻밤 사이에도 수백 개씩 공유됐고, 그 수많은 정보를 분석해서 우리 학교의 물리적 여건은 어떤지, 선생님들이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와 연결해 해답을 찾느라 수없는 날을 밤잠을 줄여야 했다. 신속한 결정과 행동이 요구되는 비상상황이었다.
선생님들이 협업하는 문화가 정착됐거나 리더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 학교들은 교직원 연수를 진행하고 서로 도우며 더 나은 원격 수업을 만들어갈 수 있었지만, 주변의 많은 학교는 우왕좌왕, 협의와 교육 없이 교사들이 알아서 각개전투를 하게 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고 언론은 끝없이 학교를 비난했다.
그때를 돌이키면 두 가지가 가장 아쉽다. 그 시기에 조직을 이끄는 학교 운영 대표자들 연수와 협의가 왜 없었을까?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교육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은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극복이 불가능하다. 네트워크와 기기 마련, 돌봄이 필요한 학생 등 각 가정 여건에 대한 대안은 도서관, 구청, 자원봉사자 등 지자체가 함께 마련 해야 교육의 공백을 줄일 수 있다. 교사들은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학생들의 학습을 면밀히 살피고, 상호 피드백으로 효과적인 배움을 고민하는 데 집중해야 수업의 질이 향상된다. 취약계층의 학생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학교에만 떠넘기지 말고 온 사회가 함께 나서주길 염원한다.
둘. 나아가기.
원격 수업을 겪어내는 동안 우리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했다. 학교 교육이란 무엇인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내용이 무엇이고, 우리가 기르고자 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 EBS나 유튜브 영상 링크만 거는 교사들은 수업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재난상황이니 수행평가 없이 지필평가만으로 평가해도 된다는 사람들은 학습은 ‘암기와 이해역량’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테크놀로지를 멋지게 사용하거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강조한다고 해서 그것이 학교 교육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아니다. 재난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사회적 갈등과 혐오, 인공지능과 기술권력의 집중, 인간이 서로를 경계하게 만드는 전염병 상황에서의 고립, 이로 인한 우울과 불안 등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까? 팬데믹 시대에 팬데믹을 가르치지 않으면 배움은 삶과 유리된다. 교육은 글자를 읽고 외우는 게 아니라 세상을 읽고 판단하고 실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의 2학기 포스트 코로나 인류애 회복 프로젝트 수업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학생들은 2020년을 역사가 어떻게 기억할지 키워드를 정리해보고 현 시대의 다양한 이슈를 탐구해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온라인 담벼락에 공유한 후 세계 각지의 차별과 혐오 사례 자료를 읽고 한류 팬들의 건전한 대응기사를 공부한다. 인간이 지구를 어떻게 소비해왔는지 묘사한 애니메이션 영상, 환경미술가인 크리스 조던의 작품들을 공부한 후 실제 해외 10대들이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테드(TED) 영상을 학습한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미래를 위한 교육은 무엇인지도 알아본 후 자신의 관심 분야와 지속 가능 발전목표를 연계해 실천방안을 만들고 발표한다.
원격 및 등교 수업에서의 학습과 평가활동은 촘촘히 연계되고, 소통을 돕는 디지털 도구는 기술이 아니라 ‘연결’에 방점을 두고 사용될 것이다. 학교는 인터넷 강의나 학원 교육이 절대 하지 못하는, 하려하지 않는 교육을 해야 한다. 소통과 협업이 왜 필요한지 가르치고, 창의적인 생각과 비판적인 사고를 키워주고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며 어떻게 해야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지 고민하고 실천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공교육이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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