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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교육도 R&D를 해야 한다”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20년 10월호


갑작스러운 변화의 파고를 넘고 있는 우리 교육현장의 과제는 무엇일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교육의 갈 길은 무엇일까? 이 물음표를 갖고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자 현재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인 이주호 KDI 국제정책대학원(이하 KDI스쿨) 교수를 만났다.


지금 교육현장에서 진행되는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보는가.
온라인 학습의 필요성이 전부터 계속 제기됐는데도 현장에 잘 적용되지 않다가 코로나19로 변화가 촉발돼 사실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온라인 학습, 더 나아가 인공지능(AI) 학습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아직 충분한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교육격차도 확대되고 학습효과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가야 할 방향인 것은 맞다. 기존 방식 그대로 가르쳤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텐데, 계속 변화해나가면서 더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학습격차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결국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야 되는데 AI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온라인 교육까지는 갔는데 AI 교육까지는 아직 가지 못했다. 온라인은 일방으로 하든 쌍방으로 하든 여전히 한 명의 교사가 여러 학생을 대상으로 하나의 내용을 가르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맞춤형이 아니다. AI를 활용해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학습데이터를 분석해 개개인에게 최적의 학습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AI 튜터라고 해서 AI가 개인교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KDI스쿨에서는 이미 통계학 과목에 미국 맥그로힐사의 AI 튜터링 시스템 ‘알렉스’를 활용하고 있다. AI를 적용하면 개별화된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뒤처진 학생들을 끌어올려 줘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AI 활용으로 선생님들의 역할에도 변화가 있겠다.
선생님들은 아이들 각자에게 가장 적절한 맞춤형 학습경로를 디자인해주는 ‘학습디자이너’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AI 튜터와 학습했을 때 학생이 어떤 문제를 못 풀고 이해하지 못했는지 선생님에게 전달된다. 학습콘텐츠 등은 이미 AI 튜터가 모두 보여줬을 테니 선생님은 프로젝트나 현장 학습 등을 제안하며 모자란 부분은 채워주고 잘하는 부분은 키워줄 수 있게 될 것이다. 교사가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모든 아이를 대상으로 똑같은 강의를 하던 것과는 다르다.

한편에선 학습평가에 대한 애로도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같은 평가를 고부담 평가(high-stakes testing)라고 한다. 평가 한번 잘못 받으면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나. 평가라는 게 사실 학습 차원에서 학생이 모르는 부분을 파악하고 그 부분을 채움으로써 도움이 돼야 하는 건데, 우리는 너무 부담을 준다. 실질적으로 내가 뭘 모르는지를 확인하고 거기에 따라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맞춤형 평가(adaptive assessment) 방식으로 가야 되는데, 우리처럼 꽉 짜인 입시체제에서는 변화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많은 나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고부담 평가를 없애고 있다. 미국 SAT(대학입학자격시험) 등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다. 대학들도 그런 시험들을 가급적이면 덜 활용하려고 한다. 결국 이런 것들이 맞춤형 평가시스템으로 변화하는 큰 계기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것이 어떻게 나타날지 아직 두고 봐야 하는데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보면 고부담 평가 중심에서 맞춤형 평가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정부에서 코로나19 이후 학습안전망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다. 보완했으면 하는 분야가 있다면?
정부는 성과 중심이다 보니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보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 한 예로 AI 튜터링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AI라는 좋은 소프트웨어가 개발돼야 한다. KDI스쿨은 대학원 과정이라 앞서 언급한 영어 기반의 알렉스 사용이 가능했지만 초중등 아이들은 외국계 소프트웨어를 쓸 수 없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에 맞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하다. 이것을 정부가 한다는 건 난센스고 결국은 민간의 혁신이 들어와야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 데이터가 계속 공개돼야 하고, 국내 AI 에듀테크 기업들이 이것을 활용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고, 정부는 정당한 가격으로 구입해 학교에서 쓸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 분야에서 에듀테크를 산업으로 인정하는 마인드셋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직접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데, 느낀 바가 궁금하다.
온라인 수업을 하면 오히려 학교가 더 잘 보인다는 말이 있다. 제가 ‘하이테크, 하이터치(High-Tech, High-Touch; 고도의 기술을 도입할수록 그 반동으로 인간미와 따뜻함이 유행한다는 이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학교라는 곳이 지식만을 전달하는 데가 아니고 오히려 아이들이 소통하고 협력하고 또 하이터치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에선 그게 잘되지 않아 분명 문제는 있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수업이나 AI 수업이 중요하지만 그것으로만 끝나면 안 된다. 100% 온라인, 100% 오프라인은 바람직하지 않다. 온·오프라인이 잘 결합된 하이브리드형이 바람직하고, 지금은 그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영원히 계속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는 오프라인이 가능할 텐데 그동안의 온라인 수업 경험을 바탕으로 잘 준비해놓으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더 좋은 교육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K에듀의 국제화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좋은 선생님들이 있고, 교육으로 성공한 나라고, BTS 같은 하이터치 사례도 많고 하이테크 국가임을 누구나 다 인정하는 나라지 않나. 이런 것을 잘 활용해 좋은 맞춤형 교육의 모델을 계속 보여주고 확산시킨다면 지금과 같은 큰 변화의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개도국을 지원할 때도 그런 새로운 교육 모델을 지원하는 거다. K에듀는 과거 우리나라 교육의 장점을 공유하는 차원이 아니라 미래에 가장 적합한 새로운 교육 모델을 세계 각국과 함께 모색해가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앞장서겠다는 의미다. 우리가 지금 그 모델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모든 나라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앞장서 그런 노력을 하고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미래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은?
지금은 우리가 변하지 않는 ‘상수’라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변하는 시기다. 교사는 강의가 아닌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하고, 학교는 지식이 아닌 협력하는 역량이나 창조하는 힘을 키우는 곳으로 바뀐다. 소위 공장형 교육에서 맞춤형 교육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것이 말은 쉽지만 엄청난 변화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한편으로는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고통받던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생태계를 잘 조성해서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는 것을 촉진해야 된다. 그동안 교육계에서는 R&D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교육에서 R&D가 상수가 되고 있다. R&D를 하고 안 하고가 아니고 R&D를 계속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테스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성아 나라경제 기자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