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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올림픽’서 韓 리더십 재확인
최병택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2019년 01월호



국제연합(UN)의 가장 오래된 전문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의 전권회의(全權會議·Plenipotentiary Conference)가 지난해 10월 29일부터 11월 16일까지 총 3주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개최됐다.
4년마다 개최돼 ‘ICT 올림픽’이라 불리는 전권회의는 각 국가에서 ICT 분야의 전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모여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회의라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된 것으로, 전 세계 ICT 장관이 참석해 차기(2019~2022년) ITU를 이끌어갈 이사국 및 고위직을 회원국의 직접 투표로 선출하고 ITU의 전략·재정계획 수립 및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위급 총회다.


韓, 이사국 8선 진출 및 표준화총국장 연임 성공
193개 회원국의 직접 선거로 실시되는 이사국 및 고위 선출직 선거에서 우리나라는 ITU 이사국 8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1989년 니스 전권회의에서 ITU 이사국에 처음 선출된 이후 연속 7회 선출돼, 지난 28년간 ITU의 운영·전략계획 수립 및 주요 정책 결정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ICT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아울러 사무총장, 사무차장, 표준화·전파통신·개발 3개 부문 국장을 뽑는 고위 선출직 선거에서 표준화총국장직에 이재섭 국장이 재선출됐다. 이재섭 국장은 우리나라가 1952년 ITU에 가입한 이래 고위 선출직에 진출한 첫 사례로 지난 2014년에 처음 선출되고 이번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면서 2022년까지 총 8년간 국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표준화총국장직은 ITU 표준화 부문의 업무를 총괄·조정함으로써 차세대 정보통신, 인터넷 정책 등 ICT 글로벌 표준에 대해 우리 기술과 산업이 세계를 주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주요 직위다.
주제네바대표부는 외교부 본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외공관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전 ITU 회원국을 상대로 선거 지지교섭에 총력을 기울여왔으며, 한국의 8선 이사국 진출 및 표준화총국장 당선은 우리나라가 ICT 글로벌 리더십을 재인정받은 쾌거이자 과학기술·ICT 외교 강국으로 도약하는 기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사무총장에는 중국의 허우린 자오(Houlin Zhao) 현 사무총장이 단독 출마해 연임에 성공했으며, 영국의 말콤 존슨(Malcolm Johnson) 현 사무차장이 부르키나파소 후보를 누르고 사무차장에 재당선됐다. 전파통신국장에는 우루과이·헝가리·리투아니아 후보가 출마해,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2차 투표가 실시됐으며 그 결과 우루과이의 마리오 마니에비츠(Mario Maniewicz) 후보가 당선됐고, 미국·짐바브웨·나이지리아 후보가 경합한 전기통신개발국장에는 미국의 도린 보그단(Doreen Bogdan-Martin) 후보가 당선됐다. 특히 도린 보그단 후보는 153년의 ITU 역사상 5개의 고위 선출직 선거에서 당선된 최초의 여성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2020~2023년 전략·재정계획 확정…11건의 신규 결의 및 권고를 포함한 총 75건 채택
3주간의 회의를 통해 ITU 전략·재정계획을 확정하고 OTTs(Over The Top services), 디지털경제, 중소기업 참여 확대 등 11건의 신규 결의 및 권고와 53건의 개정, 11건의 종료에 합의했다. 다음에서는 ITU 전략·재정계획을 살펴보고 한국이 개정을 주도한 ‘커넥트(Connect) 2030’ 및 사물인터넷(IoT) 관련 결의와 함께 OTTs, 인터넷, 인공지능(AI) 등 논쟁이 치열했던 의제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우선,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달성을 목표로 ITU의 역할을 확고히 하기 위한 로드맵인 2020~2023년 전략·재정계획이 채택됐다. 전략계획에는 5개 상위 전략목표(성장, 포용성, 지속가능성, 혁신, 파트너십), 인터넷 보급률 등 24개 세부목표, 3개 부문별 활동목적이 포함됐으며(결의 71), 전략계획 및 우선순위 등을 고려한 재정계획(총 6억6천만스위스프랑)이 확정됐다.
한국은 2014년 부산 ITU 전권회의에서 한국 주도로 채택됐던 ‘커넥트 2030(결의 200)’ 및 사물인터넷(결의 197) 관련 결의 개정을 주도했다. ‘커넥트 2030’은 기존 ‘커넥트 2020’의 목표연도를 UN 지속가능개발목표를 고려해 2030년까지 확장하고 ITU의 2020~2023년 전략계획의 세부목표와 연계함으로써 4년마다 개최되는 전권회의에서 목표 점검이 가능해져 국가별 목표 달성을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사물인터넷 관련 결의는 인도가 신규로 제안한 스마트시티 결의와 통합해 ‘사물인터넷 및 스마트시티 촉진’으로 제목이 변경됐으며, ITU 권한 아래 사물인터넷과 스마트시티 연구를 추가적으로 수행하고 이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커넥트 2030’과 사물인터넷 관련 결의의 성공적인 개정은 한국이 글로벌 연결성(connectivity) 증진이라는 ITU의 기본 역할에 집중하면서 결의 개정에 적극 참여해 ICT 분야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전권회의 마지막 날까지 ITU의 업무범위에 대한 대립이 다양한 의제에서 표출됐다. 특히 OTTs·인터넷·인공지능 관련 논쟁이 치열했으며 ITU의 역할 확대를 원하는 아프리카·아랍 지역 및 러시아 등과 이에 반대하는 미주·유럽 지역의 대립이 있었다.
우선, OTTs 결의는 유럽, 아랍권, 아프리카, 브라질, 미국 등이 각각 신규 결의안을 제출했고, OTT를 통신시장의 경쟁과 혁신의 산물로 소비자로의 영향을 포함한 경제·정책적 측면의 연구로 한정하려는 서방과 국제통신서비스로 간주하고 규제 측면의 연구를 진행하고자 하는 개도국 간의 대립이 발생했다. 국제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OTT의 정책적 측면을 고려한 연구의 지속, 모범 사례와 기술적 지침과 관련된 정보 공유, 인적 역량 강화를 촉진하는 수준으로 결의가 채택됐다.
인터넷 관련 결의 개정의 경우 UN 지속가능개발목표 이행에 대한 강조, 신규 기술의 영향과 상호운용성의 중요성, 사물인터넷 촉진을 위해 IPv6(차세대 인터넷 주소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대한 인식제고 등의 내용에는 합의했으나, 인터넷 공공정책 논의가 이뤄지는 인터넷 이사회작업반(CWG) 참여범위를 모든 이해관계자로 확대하자는 의견과 현재와 같이 회원국으로 한정하자는 입장이 대립했으며, DONA(Digital Object Numbering Authority) 재단을 ITU 협력대상 주요 기구 목록에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도 견해차가 드러났다. 논의 끝에 이사회작업반 참여범위는 회원국으로 한정하되, 이사회작업반 개최 전에 다중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개협의를 통해 관련 의견을 이사회작업반에 전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DONA 재단 목록 삽입은 재단이 인터넷 자원 관리와는 관련된 역할이 없고 ITU는 기술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아랍권, 유럽, 미국이 인공지능 관련 신규 결의를 제안했으나 ITU의 권한에 대한 입장 차로 최종합의 도출에 실패하고, 신규 결의는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ITU의 업무범위, ‘AI for Good Global Summit(2017년부터 ITU에서 개최하는 인공지능 대화를 위한 UN 플랫폼)’ 관련 문구, AI지수(AI Readiness Index) 등 3개 이슈에 대해 서방이 아랍권, 아프리카, 러시아 등과 극심한 입장 차를 보였다. 아랍권 등은 ITU가 인공지능 관련 연구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AI지수 개발 및 ‘AI for Good Global Summit’의 지속 개최와 함께 기타 UN 기구들을 비롯한 적절한 기관들과 인공지능 관련 협력을 지속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은 AI는 ICT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ITU 외에서 작업 중인 업무들과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함을 강조하고, ‘AI for Good Global Summit’도 유사한 회의가 많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AI 신규 결의 채택 실패가 ITU가 AI 관련 논의를 중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향후에도 AI 논의는 ITU 내에서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에는 신규 결의 중심으로 핵심 의제 구체화될 것…새로운 4년에 대한 전략 마련해야
2019년에는 이번 전권회의에서 채택된 신규 결의를 중심으로 향후 4년간의 핵심 의제가 구체화될 것이다. 또한 쟁점이 합의되지 않아 현행 유지키로 결정된 인터넷·정보보호 이슈, 큰 틀만을 결정하고 세부 논의를 이사회로 넘긴 국제전기통신규칙 개정 이슈 등 관련 논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의제별로 새로운 4년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해 일관성 있게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는 ITU 활동과 연계해 주요 이슈와 관련한 전문가 풀을 확대하고 상시 동향파악 및 정보공유 네트워크를 구축해 발전적 의제를 개발해야 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조정회의를 활용해 공동대응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ITU 현 집행부 임기가 2018년 말로 종료됐고 신규 집행부가 2019년부터 출범하므로 새롭게 선출된 집행부와 협력적이며 발전적인 관계도 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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