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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어디까지 왔나?
양현수 주OECD대표부 1등서기관 2019년 03월호



“We want bread, but we want roses, too!”
매년 3월 8일은 UN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여성의 날의 상징인 ‘빵과 장미’는 20세기 초 가혹한 노동환경에서 장시간 일하며 굶주림과 차별에 시달렸던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과 지위향상을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와 생존권(빵)과 참정권(장미)을 요구하며 투쟁한 것에서 유래한다.
그렇다면 경찰의 폭행을 견디며 파업을 통해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치던 때로부터 한 세기가 훨씬 지난 21세기를 살고 있는 여성들의 삶은 어떨까? 굶주림을 해소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빵을 얻고 있을까? 2019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OECD 국가 여성의 삶을 조망해보고 정책적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성별 격차 감소 중이나 교육·고용·기업가정신에서는 여전
양성평등은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함께 실현해야 할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OECD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추진 중이다. 먼저,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양성평등에 관한 정책권고를 발표했고, 최근에는 2030년까지의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한 분야로 양성평등을 설정, 지표화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3년 OECD가 발표한 ‘교육·고용·기업가정신에서의 양성평등에 관한 권고(2013 OECD Recommendation of the Council on Gender Equality in Education, Employment and
Entrepreneurship)’는 성별에 따른 학문 분야에 대한 고정관념 방지, 양질의 교육에의 균등한 접근 보장,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산을 위한 일-가정 양립 정책 확산 및 가사노동 등 무급노동에의 남성 참여 확대, 성별 임금 격차 완화 등 노동환경 개선, 의사결정 직위에서의 여성대표성 강화, 창업 등을 위한 금융에의 접근기회 균등 등을 위해 각국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을 회원국에 권고했다.
이와 함께 2015년에는 2013년 권고안을 보완하고 정책적 집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적 생활에서의 양성평등에 관한 권고(2015 OECD Recommendation of the Council on Gender Equality in Public Life)’를 발표했다. 이 권고안은 공공정책을 수립ㆍ집행ㆍ평가하고 관련 예산을 편성ㆍ집행하는 과정에서의 양성평등 실현, 공공부문의 정책결정 직위에 여성의 대표성 강화, 그 밖의 공공 부문 고용에서의 양성평등 실현 등을 위해 각국의 정책적 노력을 권고했다.
OECD는 권고사항에 대한 각국의 이행상황을 평가한 보고서를 2017년 발표했는데,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각국의 권고안 채택 및 정책적 노력으로 각 분야의 성별 격차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성과로 평가했다. 다만 교육·고용·기업가정신 등에서의 성별 격차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특히 교육에서의 성별 고정관념과 과학ㆍ기술ㆍ공학ㆍ수학 분야(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학문에서의 성별 격차,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고용률과 임금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평가했다.
교육 분야에서 재미있는 점은 읽기 능력이나 고등교육 이수율에서는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을 앞지르고 있어 성별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학·공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많은 OECD 국가에서 여성의 비율이 낮고 다른 지표에 비해 거의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 은연중 발생하는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 주로 기인한다는 것이 OECD의 분석이다.
실제로 15세 학생들에 대한 조사에서 이공계 분야의 직업을 갖고 싶다는 남학생의 비율은 여학생에 비해 2배 이상 높고, 이공계 직업이 고소득인 점을 감안하면 교육 분야에서의 격차가 향후 노동시장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디지털화와 자동화로 일자리의 판이 완전히 바뀌는 일의 미래(future of work)를 감안하면 이공계에서의 성별 격차는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더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대부분의 회원국에서 고용의 모성페널티 존재
노동시장과 사회생활로 눈을 돌리면 상황이 좀 더 심각해진다.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OECD 국가에서도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남성에 비해 낮고, 여성의 경우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파트타임이나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율이 남성에 비해 높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상황이 성별 임금 격차로 나타나 OECD 국가의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평균 15% 낮은 소득을 얻고 있다.
최근 발표된 OECD의 연구결과는 성별 임금 격차를 설명하는 요소 중 80%를 차지하는 주요 원인으로 성별 고용률과 시간당 임금의 차이를 지적했다(〈그림〉 참조). OECD는 노동시장 참여의 차이가 임금 격차로 이어지는 경향이 크고 국가별 특성에 따라 파트타임 종사자가 특정 성별에 집중된 경우 임금 격차는 지속될 수 있다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관련해서는 국가별 특성에 맞는 정책의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낮은 국가는 고용률 격차를 줄이기 위해 유연한 근로조건 및 파트타임 활성화 등을 통해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진입시키려는 노력이 최우선돼야 하지만, 그 이후 단계에서는 파트타임 근로가 여성에게 고착돼 사회적 성역할이 되지 않도록 다른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문화적 특성에 따라 출산·육아·돌봄 등의 무급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된 국가의 경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면 향상될 수 있다.
OECD는 대부분의 회원국에서 고용의 모성페널티(motherhood penalty)가 존재하고, 실제로 남성과 유사한 고용패턴을 보이던 여성도 출산을 기점으로 패턴이 달라진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실증적 연구결과를 통해 유아교육 및 보육(ECEC; Early Child Education and Care)서비스의 제공과 여성의 고용률은 양(+)의 상관관계가 있고, 3세 이하 어린이에 대한 보육서비스의 제공시간과 여성의 파트타임 고용률과는 음(-)의 상관관계가 있으므로 어린이에 대한 유아교육 및 보육서비스의 제공은 여성이 전일제 일자리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성별 격차는 오랜 기간 축적된 사회경제적 결과로 포괄적 접근 필요
OECD는 유급노동, 즉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는 가정 내 돌봄 및 가사노동 등 무급노동의 성별 격차로 해석할 수 있고, 성별 고용률의 격차가 큰 국가들의 경우 무급노동의 4분의 3 이상을 여성이 담당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성별 고용률 및 성별 임금 등 노동시장 분야에서의 격차가 큰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성별 격차는 특정한 원인에 의해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관습, 사회구성원의 인식 등이 오랜 기간 축적돼 발생한 사회경제적 결과로, 개선을 위해서는 전체 사회구성원의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전체 사회 분야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

OECD는 성별 역할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인식변화가 매우 중요함을 지적하며, 이러한 인식변화는 정책을 통해서도 가능함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유급노동과 무급노동의 성별 격차 해소를 위해 아빠들의 파트타임 참여를 독려하거나 성별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한 각종 캠페인 등이 실제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양성평등은 인류보편적 가치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꼭 실현해야 할 과제다. 이 글에서는 주로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양성평등에 대해 언급했지만 분야를 더 넓힌다면 우리가 직면한 많은 사례에서 성별 격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일은 고통스럽고 긴 여정이 될 수도 있겠으나 우리의 아들딸들이 살아야 하는 더 큰 미래,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상대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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