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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치사슬은 유효한가
김용태 주OECD대표부 참사관 2019년 09월호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s)의 통합 내지는 국제 분업(fragmentation of production)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사례가 하나 있다. 미국 기업 애플의 아이폰 사례다. 과거 아이폰4의 생산가격은 187달러였는데, 이 휴대폰에 중간재를 공급한 회사의 본사 소재지 국가를 기준으로 생산가격 기여분을 분석해보면 한국이 80달러, 미국이 22달러, 대만이 20달러, 독일이 16달러어치의 중간재를 공급했다고 한다. 사실 이것은 일차적인 분석에 불과하고 이들 중간재를 공급한 많은 기업은 그 중간재를 만들기 위해 여타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한 중간재를 사용했을 것이다. 또한 중국 공장에서 아이폰을 조립한 폭스콘(Foxconn)은 지식재산권 사용과 관련된 일부 부가가치를 본사가 있는 대만으로 송금했을 것이다.

2011년 이후 주요국 수출에서 해외 부가가치 비중 감소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국가 간 생산이 고도로 분업화되고 모든 국가가 복잡한 가치사슬로 서로 연결되면서 가속화됐다. 현재 세계 생산의 70%는 글로벌 가치사슬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즉 30%만이 한 나라에서 완제품의 형태로 수출된다는 의미다. 컨테이너 수송에서의 혁신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공급망 관리의 혁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서비스 무역의 자유화에 따라 수송, 물류, 금융, 통신 등에서 규제 장벽이 낮아진 것이 큰 역할을 했다.
한편 총액 기준의 전통적인 무역량 통계는 현재의 무역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무역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양자 간 무역수지의 구조적 속성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 이에 OECD와 WTO는 공동 이니셔티브로 OECD가 1990년대 초반부터 작업해온 세계 투입산출 데이터(global input-output table)를 이용해 국가·업종별로 부가가치의 흐름을 측정하는 복잡한 작업을 시도했다. 이를테면 앞서 예로 든 아이폰의 부가가치를 완전히 분해해 측정하는 것이다. 이런 작업의 결과는 부가가치 기준 무역(TiVA; Trade in Value-Added) 통계로 발표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 나온 최신 자료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주요 64개 국가와 36개 업종을 분석한 자료다(따라서 이 글에서 별도 표시가 없으면 2015년 기준임).
TiVA의 개념을 〈그림〉을 보면서 설명해보려고 한다. 단순한 예로 A 국가가 B 국가로 100을 수출하고 B 국가는 10의 가치를 부가해서 110을 C로 수출했다고 하자. 이 경우 전통적인 총계 기준으로는 전체 무역량은 210(하늘색)이 되고, C 국가는 B 국가에 110의 무역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한편 TiVA 기준으로는 전체 무역량이 110(연두색)이 되고, C 국가는 B 국가에 10의 무역적자를, A 국가에 100의 무역적자를 각각 기록하게 된다. 전통적인 방법은 무역량을 중복 측정하게 되고, A와 C 국가 사이의 무역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
TiVA 분석결과는 최근 생산의 글로벌화가 후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개별 국가나 경제의 부가가치는 국내에서 생산한 부가가치(domestic value added)와 해외에서 생산한 부가가치(foreign value added)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2011년 이후 주요 경제의 수출에서 해외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이런 현상은 수출 주도에서 내수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 밖에도 아시아지역의 임금 상승이나 디지털경제의 심화, 자동화, 산업의 서비스화에 따른 기업전략의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韓, 글로벌 가치사슬에 잘 통합돼…서비스업 경쟁력은 취약
한국의 경우에도 수출에서 해외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2.4%에서 2016년 30.4%로 감소했으나, OECD 평균인 25.3%보다는 높았다. 주요 업종에서는 해외 부가가치 비중이 10년 전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부가가치 비중이 높은 업종은 원자재와 정보통신기술(ICT)로, 구체적으로는 석탄·석유류 제품이 73.6%, 금속이 40.2%, ICT·전자가 35.9% 등이다. 전체적으로 볼 때 ICT, 전자, 자동차, 화학 등 국내 핵심 제조업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됐으나 산업의 역동성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TiVA는 일자리가 어디에서 생기는지에 대한 좋은 단서를 준다. 고용이 해외시장에 의존하는 정도를 보면, 최대 시장인 미국, 일본, 중국은 10% 내외로 측정된다. 반면 내수시장이 협소한 한국은 25%로 높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제조업에 포함된 국내 부가가치 중 해외소비는 60%고 서비스업에 포함된 국내 부가가치 중 해외소비는 20%가 채 되지 않는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인 ICT·전자가 78.1%, 기타 수송장비가 75.4%로 가장 높고, 서비스업인 숙박·음식이 9.1%로 가장 낮다.
TiVA는 중간재 무역에 대한 정확한 그림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쳐 총수입의 50.6%가 다시 수출됐다. 이는 OECD 평균인 45.5%보다 높은 것으로 한국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잘 통합돼 있음을 보여준다. 업종별로는 주요 제조업 분야인 ICT·전자가 72.2%, 자동차가 64.7%, 전자부품이 63.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TiVA를 통해 본 한국의 수출 중 서비스 비중은 2015년 34.7%로 10년 전과 비슷하며 OECD 평균인 54%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제조업 수출에서 서비스 부가가치는 25.3%에 불과한데 이 중 절반이 국내에서 기여한 것이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에서 이 수치는 25~40%로 나타나고 있어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여전히 취약함을 알 수 있다. TiVA 자료는 제조업 수출에서 서비스업이 상보적이며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으므로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핵심 무역상대는 中·美·日 외 베트남·슬로바키아
전통적인 방법이든 부가가치 기준의 방법이든 둘 다 개별 국가의 전체 무역수지를 측정하는 데는 차이가 없으나, 양자 간 무역수지에서는 부가가치 기준의 방법이 현실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부가가치 기준으로 측정해보면, 미중 무역에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총액 기준보다 40% 낮아지고, EU 주요 15개국과 중국 간 무역에서 EU의 무역적자는 50% 낮아지며, 일·중 무역수지는 흑자가 적자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수출에서는 부가가치 기준에서 총액 기준보다 중국의 비중이 줄어들고 미국의 비중이 늘어났다(〈표〉 참조). 수입에서도 중국의 비중은 줄어들고 미국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부가가치 기준으로도 여전히 중국이 최대 무역 파트너지만 미국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출된 국내 부가가치가 재수입되는 비중은 중국이 60.5%, 베트남이 9.9%, 일본이 5.8%로 높게 나타났으며, 특정 국가의 제조업 수출 중에서 한국의 부가가치 비중이 높게 측정된 국가는 베트남(5.4%), 슬로바키아(3.4%), 중국(2.4%)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상에서 중국, 미국, 일본 이 외에 한국의 핵심 무역 상대국은 베트남, 슬로바키아 등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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