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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빈곤층 지원을 위한 EU의 정책적 노력
이선영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보사관 2019년 10월호


EU는 2008년 경제위기로 불황과 높은 실업을 겪었으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장기전략으로 2010년에 ‘유럽 2020 전략(Europe 2020 Strategy)’을 수립해 지속 가능한 복지, 성장에 기여하는 복지 현대화와 함께 일자리 창출을 핵심 사회정책으로 추진해왔다. 그 결과 10여년이 지난 현재 견고한 성장세와 함께 고용률과 실업률도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성과를 얻고 있다.

근로빈곤층 지속 증가…학력·출생국가·가구특성 따라 편차 커
그러나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그 수준은 회원국별 편차가 크고 회원국 내에서도 청년, 저숙련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가구소득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더욱이 일자리를 갖고 열심히 일하는데도 여전히 빈곤을 겪는 근로빈곤층이 최근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근로빈곤층의 증가는 EU 내에서 현 사회·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을 키우고 반(反)EU 포퓰리즘 정치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이제 각 회원국 차원뿐만 아니라 EU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책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정책자문 역할을 하는 유럽사회정책네트워크(ESPN; European Social Policy Network)의 ‘2019 국가별 보고서(In-work Poverty in Europe: A Study of National Policies)’에 따르면 EU 28개국의 빈곤위험계층 비율에는 큰 변화가 없음에도 일을 하지만 빈곤한 근로빈곤층 비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을 하지만 빈곤한 근로빈곤층이 EU 근로자의 9.6%, 약 2천만명에 달한다. 물론 빈곤층 전체 규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지만 일부 국가의 근로빈곤층 비율은 12.3∼17.3%에 이르고 EU 평균적으로도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최근 EU에서 증가한 근로빈곤층의 경우 개인·가구·인구학적으로 특정 집단에서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첫째, 근로자 개인의 학력과 고용상태에 따라 빈곤 위험의 차이가 크게 다른데 근로자가 어린 저학력자인 경우, 그리고 자영업자이거나 임시직인 경우 빈곤 위험이 높다. 특히 이민자의 경우에는 근로빈곤 위험이 현저히 높게 나타난다. 둘째, 근로자에게 부양자녀가 있는 홑벌이 가구의 경우 맞벌이 가구보다 근로빈곤층 비율이 현저히 높다. 결론적으로 비EU 국가에서 태어난 홑벌이 가구 저학력 임시직 근로자들에서 2012∼2017년 이전보다 근로빈곤 위험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저임금 근로자 세금부담 완화 등 국가별로 다양한 지원책 실시
EU의 복지 및 노동 정책은 각 국가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에 따라 회원국별로 발전돼왔다. EU 발전과정에서도 통상정책과 달리 복지 및 노동 정책 영역은 각 회원국들의 배타적 권한이었던 만큼 EU
차원에서는 EU 시민들이 EU 내 어느 국가에 거주하더라도 실질적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만 정책 노력을 집중해왔다. 그러나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복지 및 노동 정책 영역에서도 EU 차원의 역할과 대응이 강화돼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높아졌고 실제로 그 역할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근로빈곤층 문제도 EU 사회정책의 핵심 정책과제라는 인식을 갖고 개별 회원국 차원, 그리고 EU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된다.
ESPN의 ‘2019 국가별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18년 사이 EU 회원국들은 노동조합의 요구에 답하며 근로빈곤층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실시했다. 2012∼2015년에는 일부 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했고, 2015∼2018년에는 대부분의 회원국에서 근로빈곤층 대상 소득보전을 위한 정책이 실시됐는데 최저임금 인상, 저임금 근로자 세금부담 완화, 최저소득보장제도 개선,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노동시장 양극화 완화 정책, 가족급여 등이 그것이다.
EU 28개 회원국 모두 근로자 소득보장 정책으로 최저임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22개국이 법정 최저임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 5개국은 단체협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키프로스는 특정 직종에만 최저임금 규정을 두고 있다. EU 내 최저임금 수준은 회원국 간 편차가 매우 크지만 2015∼2019년 사이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됐다(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 크로아티아, 헝가리, 룩셈부르크, 라트비아, 네덜란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일부 회원국들은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세와 사회보장세 부담 완화(크로아티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최저소득보장 급여체계 개선(키프로스, 스페인,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등을 통해 근로빈곤가구 소득 지원을 확대했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업자·구직자 훈련·교육 지원 강화(오스트리아, 불가리아, 체코, 독일, 에스토니아, 스페인, 프랑스, 룩셈부르크, 크로아티아, 라트비아, 포르투갈, 스웨덴,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또는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시간유연근무제 및 각종 계약직 근로자 보호제도 개선(오스트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덴마크,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네덜란드, 슬로베니아)을 추진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저소득 근로자 임금 지원 정책(불가리아, 크로아티아)이나 가족급여(프랑스, 벨기에, 에스토니아, 헝가리, 그리스, 아일랜드,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루마니아)를 실시한 바 있다.

일부 회원국의 근로빈곤층 규정 불명확, EU 차원의 다층적 정책지표 부족 등은 개선 과제로 지적돼
ESPN의 보고서는 이러한 국가 단위의 정책적 노력에도 일부 회원국에서의 근로빈곤층 규정 불명확, EU 차원의 근로빈곤층 다층적 정책지표 부족, 자영업자 소득파악 어려움에 따른 근로빈곤층 파악의 현실적 한계 등의 문제는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가 단위에서는 ①근로빈곤층 지원 정책의 우선순위 제고, ②근로빈곤층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고용·사회 총체적 정책 수립, ③홑벌이·이민·저학력 가구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 강화, ④정책 핵심 기제로 고용시장 양극화 완화 정책과 함께 비정형 근로형태 근로자의 삶의 질 제고 및 여성 경제활동 참여 제고 정책 등 고용시장 정책 사용, ⑤근로소득세제 등 소득보전 지원 정책 강화, ⑥노동정책을 소득 지원 및 복지서비스 정책과 통합·연계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EU 차원에서는 근로빈곤층 지원을 위해 유럽사회정책체계 및 EU 펀드를 적극 활용하고 관련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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