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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를 대상으로 최적지 찾는다
성창훈 전 주홍콩총영사관 재경관 2019년 10월호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파급효과,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 확대, 국내 경제정책의 한계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동의 국제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필자가 근무했던 홍콩은 글로벌 기업의 집합지일 뿐만 아니라 중국 광둥성과 제조업, 서비스업의 역할 분담으로 경제활동의 국제화를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지역 중 하나다. 이번 기고에서는 경제활동 국제화가 주는 시사점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생산, 투자, 소비 등 경제활동 전반이 국제화
현대경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무역뿐 아니라 생산, 투자, 소비 등 경제활동의 전반이 전 지구를 대상으로 최적지를 찾는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밸류체인에 따라 기획→연구개발(R&D)→제조→유통→서비스 등 각 생산단계의 활동을 가장 경쟁력 있는 국가와 지역에서 수행하고, 투자자도 수익극대화를 위해 주식, 채권, 외환, 대체투자 등 투자대상을 선택할 때 전 세계를 선택지로 놓고 투자를 결정한다. 심지어 개인들도 해외 직접구매, 해외여행 등을 통해 글로벌화된 시각에서 소비행위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제활동의 국제화 현상은 각국의 보호주의 경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의 미중 무역전쟁은 무역경로뿐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그 부작용이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 또한 국내외 기업들도 경영여건의 변화에 따라 보다 활발하게 해외진출과 국내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와 같이 각 경제주체들이 세계를 대상으로 선택을 하기 때문에 경제정책도 더 이상 국내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성공하기 어려우며, 글로벌 시각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생산 분야에서 경제활동의 국제화를 잘 설명하는 개념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발전시킨 글로벌 밸류체인이다. 과거에는 밸류체인에서 제조 부문의 부가가치 창출력이 가장 높았으나, 현대 지식경제 시대에는 제조 부문이 하락하고 R&D, 마케팅, 유통 부문이 꾸준히 상승하는 스마일 커브 형태를 띠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일류기업인 미국의 애플은 아이폰 제조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디자인 부문은 직접 담당하고, 생산에 필요한 소재 및 부품은 한국, 일본, 독일 등에서 조달한 후 중국에 있는 대만계 폭스콘 공장 등에서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애플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생산활동을 폭넓게 국제화하고 있다. 필자가 지난 5월 방문한 중국 둥관에 위치한 핸드백 제조 중소기업인 모노피아는 디자인은 일본에서, 자재조달은 중국 둥관에서, 생산은 중국 장시성과 캄보디아에서 진행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둥관에서 제조활동까지 했으나 이 지역의 인건비가 상승함에 따라 중국 내륙인 장시성과 캄보디아로 공장을 옮겼다. 모노피아 사장은 항상 글로벌 경제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으로 기업활동 지역을 최적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경영여건의 변화에 따른 경제활동 국제화가 얼마나 확산됐는지를 설명해주는 예가 될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집합지 홍콩…법인·소득 세율 낮고, 자본유출입 자유로워
제조업은 서비스업과 달리 생산과 소비가 분리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활동 국제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한국도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생산비용이 상승하고, 이에 대응해 제조업은 과거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재편됐다. 현재 한국의 5대 수출품목이 반도체, 석유제품, 자동차, 디스플레이, 선박인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또한 수출상품을 가공단계별로 분류해봐도 소비재의 비중은 낮고 자본재와 중간재 수출이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이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재편됐음을 나타낸다. 한편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도 높은 인건비 등을 감안해 제조활동은 개도국에서, 기획, R&D, 마케팅, 서비스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은 주로 국내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내 생산비용의 증가에 따른 산업재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2015년 303억달러→2018년 497억달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외국인직접투자는 그에 미치지 못해 그 격차(2015년 138억달러→2018년 326억달러)가 커지는 추세다. 이러한 국내외 경영여건의 변화에 따른 글로벌 차원에서의 산업과 기업의 재편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반면 음식, 숙박, 유통, 통신, 금융 등 서비스산업은 생산과 소비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소비를 전제로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 다만 시장개방으로 외국 기업이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고용은 주로 내국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 및 기술집약적 제조업의 발전과 더불어 기획, R&D, 서비스 등 국내에서 수행되는 기능의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아울러 고용창출력이 떨어지는 제조업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생산과 소비가 국내에서 이뤄지는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경제활동의 국제화 환경에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산업을 발전시키는 한편,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여기서는 IMD 국가경쟁력 순위(2019년 기준) 1위, 2위인 싱가포르와 홍콩의 사례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들은 첫째, 낮은 법인세율과 소득세율로 실질소득을 높여준다. 또한 상속·증여세가 없으며, 이자·배당·양도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지 않는다. 둘째, 양 지역 모두 국경 간 자본유출입이 자유롭고, 특히 홍콩은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해 홍콩달러를 미국달러에 연동시키는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다. 셋째, 외국인이 살기 좋은 정주여건을 지녔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고, 외국인 자녀들이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국제학교가 많다. 특히 두 지역 모두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 부상하고 있는 베트남 등의 개도국들도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이다. 베트남 정부는 1986년 ‘도이머이(Doi Moi)’라는 개혁·개방 정책을 도입한 후 해외투자 유치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외국인직접투자는 베트남 GDP의 20%, 수출액의 70%, 국가예산의 18%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그간 외국인투자로 4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500~600만개의 일자리가 간접적으로 생긴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10일,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2천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상향조정했다. 아울러 추가적으로 3천억달러의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동시에 화웨이와 중국 기술기업이 미국으로부터 핵심부품을 구매할 수 없도록 제재하고 있다.
이러한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면, 일차적으로는 중국 수출품의 가격이 상승해 미국 수입이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대체되고, 이에 따라 중국의 생산과 고용이 감소하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생산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글로벌 밸류체인에 영향을 미쳐 중국 기업과 중국 내 외국인투자기업의 중국 외 지역으로의 이전이 촉진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용과 투자가 함께 감소해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Citi)는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2천억달러에 대한 25% 관세부과로 중국의 GDP 성장률은 0.5%p, 세계경제 GDP 성장률은 0.2%p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로 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금액이 전체 수출의 25%(2017년 기준)에 달하고, 이들의 80%가 부품, 소재 등 중간재다. 즉 중국은 한국산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부품 등을 수입한 후 완제품을 만들어 선진시장에 수출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미국 수출 감소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 감소로 이어지며, 또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중국 외 지역으로의 이전이 촉진될 전망이다.

경쟁국 수준 이상의 경제정책 필요
끝으로 경제활동의 국제화가 우리 경제에 주는 시사점을 알아보자.   먼저, 미중 무역전쟁에 대응해서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생산한 부품 등은 미국의 관세부과를 회피할 수 있는 베트남 등 여타 지역으로 수출지역을 전환하고, 신남방정책을 가속해 한국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가야 할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활동의 국제화에 대응해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규제, 지원, 시장의 유연성, 생산비용 등의 기업환경에 대해 경쟁국 수준을 최소 기준으로 삼고 그 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고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이 둔화되며, 외국인투자가 확대될 것이다.
한편 생산비용 상승에 대응해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이에 따른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 R&D, 서비스 등의 인력을 확충하고, 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경제활동이 국제화돼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은 더 이상 국내만을 대상으로 할 수 없으며 경쟁국 수준 이상의 정책을 추진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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