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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이 곧 경제인 시대
박준석 주홍콩총영사관 선임연구원 2020년 10월호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3월 11일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이후 각국은 각자의 방식으로 강화된 방역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이한 시행시기와 방역 강도로 인해 코로나19는 여전히 1일 기준 20만 건 이상의 추가 확진자를 만들며 확산되고 있다. WHO 통계에 따르면 2020년 9월 12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 수는 2,833만 명, 사망자 수는 91만2천 명, 치사율은 3.2%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바이러스 유행이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이제 걱정은 심각한 침체기를 보내고 있는 경제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상반기 각국의 경제운영 실적이 대부분 발표된 현재 전체적으로는 경기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좋지 않다는 평가지만, 국가(지역)별로 나눠보면 비교적 큰 차이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상반기 주요국의 경제성과 차이의 원인과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상반기 플러스 성장은 베트남과 대만뿐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도 양호한 성과 거둬

이 글에서는 상반기 각국의 경제운영 실적을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누고자 한다. 1~6월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 실적을 기준으로 플러스 성장한 집단(A그룹), –0.1~–9.9% 범위 내 역성장 집단(B그룹), –10% 이하 역성장 집단(C그룹)으로 임의 구분하기로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대외경제 파트너 중 상반기 플러스 성장을 이룬 국가는 베트남과 대만뿐이다. 베트남의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3.8%, 2분기 0.4%로 1~6월 기간 1.8%를 기록했다. 대만은 1분기 1.6%, 2분기 –0.7%로 상반기 동안 0.4% 성장했다. 그리고 이들 두 국가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대표적인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 상반기 성장률 –0.1~–9.9% 사이의 B그룹에 속하는 대표적 국가(지역)는 한국(–0.8%), 중국(–1.6%), 싱가포르(–6.5%), 독일(–6.8%), 홍콩(–9.1%) 정도다. A그룹과 같이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선전하는 가운데 유럽 주요국 중에서는 유일하게 독일이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마지막으로, 1~6월 성장률이 –10% 이하의 C그룹에는 이탈리아(–11.3%), 영국(–11.3%), 스페인(–13.1%), 일본(–15.0%), 캐나다(–18.7%), 미국(–19.0%), 인도(–20.2%) 등이 포함된다. C그룹의 특징은 대표적인 서구 선진국이 다수 포함돼 있고 이들의 2분기 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이상의 각국 상반기 경제성장률 통계 비교를 통해 몇 가지 결론과 시사점을 추론해볼 수 있다. 우선 정확히 계량화하기는 힘들지만 대체로 방역 모범국으로 손꼽히는 국가(지역)의 상반기 경제운영 성과가 양호했고, 여기에는 방역환경과 경제성과 간 일정 부분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다. 실제 일정 경제규모 이상의 국가 중 플러스 성장을 이룬 베트남, 대만을 포함해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은 일부 2차 유행 발생으로 어려움을 겪은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방역을 비교적 잘해왔다고 평가받는 국가들이다. 그리고 상기 5개국의 상반기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1.3%로 국경 간 이동과 교류가 거의 중단된 상황에서도 나름 선방했다고 평가할 만한 수준이다.

경제성과 양호한 국가들 방역 모범국 공통점
상반기 가장 양호한 성적을 거둔 베트남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방역조치를 시행했다. 1월 23일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베트남 보건부는 이튿날 곧바로 비상 바이러스 예방센터를 가동하고 총리가 주관하는 코로나19 예방·통제 국가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2월 1일에는 중국과의 항공운항을 전면 중단시켰으며 음력 설 연휴 이후에는 모든 학교를 폐쇄하는 등 확산 초기부터 한발 빠른 봉쇄정책과 적극적인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의 코로나19 방역도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대만은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원인불명의 질환이 발생했다는 첫 보고가 나온 바로 그날 대만과 우한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지했고, 1월 21일 우한에서 교사로 일하다 돌아온 50세 여성이 첫 확진자로 판명되자 1월 24일 국내 마스크의 해외 반출을 차단하는 등 초기부터 해외유입 사례 차단과 전략물자 확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싱가포르는 초기 방역에 성공했으나 4월 중순 취약계층 집단거주 시설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추가 확진자 수가 다시 1일 50명 내외(9월 중순)의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최근 2차 유행을 겪은 한국도 상반기 내내 적극적인 검사와 접촉자 동선 추적, 체계적 방역·의료 시스템으로 외신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중국은 확산 초기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후 강력한 봉쇄정책과 이동제한, 자가격리 강화 등으로 1분기 중에 추가 확진자 수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뜨려 관리해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분기부터 산업생산, 수출, 투자 등 수치가 빠르게 회복되며 V자형 경기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대표적인 방역 모범지역 중 하나로 평가받는 홍콩의 경우 올 상반기 성장률이 –9.1%로 여타 방역 모범국에 비해 다소 부진한 편이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지속된 반정부 도심시위로 국내 소비가 침체된 데다 자체적인 제조업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홍콩 GDP 대비 제조업 비중 1%) 코로나19로 인해 국경 간 이동까지 중단돼 내수와 외부수요 모두 기대하기 힘들었다는 조금 특별한 사정이 있다.
또한 유럽 주요국 중 유일하게 B그룹에 속한 독일은 상대적으로 낮은 관광업 비중이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던 원인이 됐다. 독일경제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 대비 8% 수준(2018년 기준)으로 그리스(20.6%), 이탈리아(13.2%), 포르투갈(12.5%), 스페인(11.8%) 등에 비해 낮으며,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제적 충격을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경제가 2분기에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 독일의 제조업 생산과 수출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성공적인 방역 성과 없이는 성공적인 경기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워
이처럼 방역에서 성과를 거둔 국가들을 중심으로 상반기 양호한 경제성과를 보였다는 점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부나 한정된 재원을 활용해야 하는 만큼 코로나19 대응에서도 무한대로 재정을 투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장기전에 대비해 재정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효과적인 방역 없이는 재정투입의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는 점이 각국의 상반기 경제성과 비교를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교훈이 아닐까 생각된다.
언젠가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고 보급돼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그 시기를 가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자국의 주요 경제주체인 기업과 가정경제가 도산하지 않고 이 어려운 시기를 최대한 버텨낼 수 있도록 장기간 직·간접적 방식으로의 재정지원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상반기 국가 간 상이한 경제운영 성과에서 보듯 성공적인 방역 성과 없이는 성공적인 경기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불완전한 방역은 언제든지 바이러스의 재확산과 재유행을 야기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과 이로 인한 경기침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방역이 곧 경제라는 주장은 성립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경제활력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철저한 방역조치 준수를 통해 바이러스의 재확산을 막아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저글링(juggling)하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어느 한 가지도 떨어뜨리지 않도록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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