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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북 어선 표류…물고기잡이 내몰리는 속사정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2019년 07월호



북한 어선이 남측 해역으로 떠밀려 내려오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인 6월 15일 어부 4명을 태운 채 기관 고장으로 떠돌던 북한 어선 한 척이 강원도 삼척항 인근까지 밀려왔다 발견됐다. 앞서 11일에는 6명을 태운 어선 한 척이 동해상에서 표류하다가 우리 해군 함정에 의해 구조돼 북측에 인도되기도 했다. 우리 측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동해상에서 조업을 하다 표류할 경우 조류의 영향으로 대부분 일본 쪽으로 밀려가게 되는데, 일본 공안 당국은 백골 상태로 표류하거나 해안에 난파 상태로 도달한 북한 선박이 연간 수십 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건 북한 주민들이 물고기잡이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우리 대북 관련 부처는 분석하고 있다. 특히 201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하면서 수산물 증산의 중요성이 강조됐고 북한 전역에서 어획량 증대와 어류 양식·가공 붐이 일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수산사업소 등을 방문해 증산을 독려하는 건 물론이고 틈날 때마다 주민과 노동자에게 물고기를 많이 공급하라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초 평안남도지역 기계공장 등을 둘러본 김 위원장은 생산 증대와 자동화 등을 강조하면서 “종업원들에게 고기와 남새(채소), 물고기를 떨구지 말고 정상 공급하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수산물에 대한 관심은 각별해 보인다. 집권 초기인 2013년 12월 평양에서 수산 부문 열성자회의를 열어 어업 증대를 강조했다. 이듬해 1월 새해 첫 공개 활동으로 군부대 수산물 냉동시설을 방문한 것은 상징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인민들에게 “생선을 매일 300g씩 먹도록 하라”는 깨알 지시를 내리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사람은 비린내가 나도록 물고기를 먹어야 뼈도 몸도 튼튼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란 말도 나왔다.
어획 증대에 북한 표현대로 ‘다걸기(올인)’하는 김 위원장의 행보는 수산 부문의 생산 증대를 통해 식량난을 해소하고 경제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해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는 제대로 된 장비나 어선이 없는 데다 최소한의 안전장비 없이 무리한 어로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군인이나 주민들이 타는 어선은 1t 미만의 낡은 목선이 대부분”이라며 “구조 후 선박을 우리 함정에 매달아 예인하다 보면 파도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침수되거나 아예 부서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런데도 북한 매체들은 “사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여 물고기 대풍을 안아와야 한다”고 강조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연일 소개한다. 왜 북한에서 ‘묻지마식’ 출어(出漁)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지, 왜 북한 어선의 표류 행렬이 이어지는지 알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개방과 민생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선회하지 않는 한 바다로 간 주민들이 돌아오지 못하는 일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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