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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 자아
염승선 「애플은 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텔링에 집중했을까?」 저자 2019년 08월호

1950년 프랭크 맥나마라(Frank McNamara)는 레스토랑에서 음식값을 외상할 수 있는 클럽의 회원자격증인 일시불 카드(charge card)를 만든다. 이름은 ‘다이너스 클럽(Diners Club, 저녁 식사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 외상거래 서비스는 생겨난 지 1년 만에 4만2천명의 회원을 모으고 가맹점은 330개로 늘어난다. 이후 서비스는 회원과 가맹점 중간에서 회원의 신용을 제공하고 가맹점에 대신 외상금액을 지불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 ‘신용카드(credit card)’라 불리게 된다.
최초의 신용카드인 다이너스 클럽은 씨티은행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다. 이후 1995년 대우그룹을 거쳐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다. ‘최초’ 브랜드가 가진 정통성과 모기업이 가진 확고한 정체성은 신뢰와 가치를 보증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야 하는 브랜드에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현대카드는 모든 족쇄에서 벗어나 ‘현대카드다움’을 위해 색다른 목소리를 만든다.


현대카드다운 목소리
색다름의 시작은 현대카드다운 시각적 정체성(visual identity)을 가진 전용서체를 만드는 일이었다. 2003년 당시에는 로고나 심벌을 브랜드의 대표 아이덴티티로 여겼던 터라 전용서체로 아이덴티티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파격이었다.
서체는 시대를 담고 함께 만든 이들을 닮아간다. 서체를 영어로 ‘typeface’ 혹은 ‘font-face’라 쓰는 이유는 서체의 모습이 사람의 얼굴처럼 인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획이 두꺼운 서체는 안정적으로 보여 신뢰감을 주고 얇은 서체는 스마트하면서 섬세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서체는 저마다 다른 느낌을 갖고 있어 미묘한 감정까지도 전달할 수 있다. 마치 글자가 목소리 역할을 하는 것처럼.
현대카드의 전용서체는 신용카드 자체의 시각적 특성에 기초했다. 가로세로 비율과 둥근 모서리의 느낌까지 카드의 모습을 그대로 품고 있는 ‘유앤아이(Youandi)’체는 현대카드의 목소리가 됐다. 행사명을 ‘유앤아이’체로 쓰면 사람들은 현대카드의 행사로 인식하고 ‘라이브러리’와 같은 보통명사도 ‘유앤아이’체로 쓰면 현대카드의 라이브러리가 됐다. 전용서체로 쓴 모든 글자는 로고와 심벌 없이도 현대카드의 것임을 누구든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 최초, 거대한 모기업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현대카드는 카드라는 경계를 무너뜨린다. 신용과 지불의 플랫폼 서비스라는 벽을 깨고 현대카드를 가진 회원들에게 파격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오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이 현대카드의 이름으로 방한했다. 한국에 온 스포츠 스타들은 ‘슈퍼매치’라는 타이틀로 경기를 펼치고, 뮤지션들은 ‘슈퍼콘서트’라는 이름으로 공연했다. 내로라할 세계적 석학들은 한국에 모여 ‘슈퍼토크’에서 미래를 논했다. 슈퍼시리즈의 ‘슈퍼’라는 의미 그대로 최고를 한자리에 모으는, 카드회사로서는 획기적인 일을 시도했다. 세계적으로 트렌디한 오브제나 한국에 선보였을 때 긍정적인 파급력을 가진 인사를 섭외하는 ‘컬처프로젝트’도 현대카드의 작품이다.
슈퍼시리즈와 컬처프로젝트는 스포츠, 음악, 영화, 건축 등 문화 전반에 걸친 라이프스타일을 고객의 삶의 영역으로 끌어와 그들을 초대했다. 동경하던 예술가와의 조우, 책에서만 봤던 대작의 향연, 그리고 낯설지만 번뜩이는 이들의 작품 전시회에 초대된 ‘나’는 가치 있는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이며 현대카드는 자신이 문화 향유자임을 나타내는 신분증이 된다.

‘나’를 자극하는 브랜드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안하는 가치는 세 가지 편익으로 기능적 편익(functional benefit), 정서적 편익(emotional benefit), 자아표현적 편익(self-expressive benefit)이 있다. 기능적 편익은 사용경험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제품 속성 측면의 편익이며, 정서적 편익은 브랜드를 사용할 때 전달되는 긍정적인 느낌으로 경험에 풍부함과 깊이를 더해준다. 자아표현적 편익은 브랜드의 사용을 통해 고객의 자아를 표현해줄 수 있는 가치를 말한다.
슈퍼시리즈와 컬처프로젝트는 나의 자아에 잠재된 ‘나’를 초대하고 현대카드라는 신분증으로 나를 표현하는 자아표현적 편익을 제공한다. 이로써 소비자 지갑 속 현대카드는 여러 카드 중 쓸모 있는 하나의 카드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유일한 카드가 된다.
이와 유사하게 소비자에게 자아표현적 편익을 제공하는 카드사들의 브랜딩 전략이 포착되고 있다. 육아 할인으로 꽉 찬 롯데카드의 ‘아임 하트풀 카드’, 하나카드의 ‘K리그 축덕 카드’ 등이 그렇다. 자아표현적 편익은 카드사 입장에선 특정 페르소나 분석을 통해 그들만의 라이프스타일 혜택을 정확하고 세심하게 설계할 수 있고 고객은 자신에게 딱 맞는 편익으로 가입하고 활용한다. 점점 더 슬림해지는 지갑 속에서 퇴출되는 카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고객을 닮고 정확한 취향을 아는 카드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비자는 브랜드로부터 얻는 편익으로 브랜드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쌓아간다. 소비자의 편익이 늘어날수록 브랜드도 성장하고 진화한다. 이를 통해 브랜드는 점점 자신의 브랜드다운 자아를 형성할 것이고 이는 곧 브랜드의 정체성이 된다.

<참고자료>
- 박지호, 「인사이드 현대카드」, 문학동네, 2015
- 오영식·차재국·신문용, 「현대카드 디자인 스토리」, 세미콜론, 2015
- 이인호·박민선, 「국내 신용카드 산업의 역사와 현황」, 『한국경제포럼』 제8권 3호,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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