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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의 역할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2019년 08월호

공공성 R&D, 국민생활연구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연구성과를 오픈하고 산업계가 혁신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해 사회 전체를 발전시켜야

미국의 대표적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매년 연말 올해의 인물(Person of the Year)을 선정해 표지에 싣는다. 한 장의 사진이지만 이를 통해 그 해 전 세계가 주목한 이슈를 짚어볼 수 있다. 매년 한 명의 인물을 선정하지만 예외가 몇 차례 있었다. 1982년, ‘The Computer Moves In’이라는 제목으로 인간을 제치고 컴퓨터가 ‘Machine of the Year’로 선정돼 표지를 장식했다. 단순히 컴퓨터가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넘어 컴퓨터에 인격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2006년엔 ‘당신(You)’이 선정됐다. 부제는 ‘Yes, you. You control the Information Age. Welcome to your world.’ 이제 개인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닌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이는 개인이 기업, 정부 등 거대조직에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두 사례는 3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컴퓨터와 인터넷, 과학기술에 의한 세상의 변화를 짚어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한 지금, 머지않아 올해의 인물로 ‘그들(They)’이라는 제목과 함께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표지에 등장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그들’이 ‘우리’의 생활 속에 들어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어떤 세상이며 특징은 무엇일까? 로봇,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과학기술임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에는 생명력이 없던 물건, 인간이 도구로 생각했던 객체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스스로 주체가 되고 자율성을 갖게 됐다.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로봇이 대표적이다. 더 나아가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에 힘입어 물질도 인격화되고 그 또한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가 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물들이 우리를 연결시키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과 공생할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갈 미래에는 세 부류의 인간이 존재할 것이다. 첫 번째는 기계를 소유한 사람. 두 번째는 기계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 마지막은 기계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 그리고 이 경우 두 가지의 미래 시나리오를 예측해볼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파레토 분포형(Pareto distribution) 사회다. 극소수의 사람이 기계를 소유하고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소수의 중간 엘리트 그룹은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며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영위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임금에 기계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게 되는 미래가 첫 번째 시나리오다.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에 묘사되는 미래상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정규 분포형(Gaussian distribution) 사회다. 기계를 소유한 사람들과 기계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겠지만 그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기계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미래, 바로 필자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미래상이다. 이러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복지정책으로 하위층을 끌어올려 중위층을 두텁게 하고, 적절한 규제로 소수의 독점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 전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과학기술이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공공성 R&D, 국민생활연구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연구성과를 오픈하고 산업계가 혁신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해 사회 전체를 발전시키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 과학기술 연구기관의 역할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류는 지속적으로 진일보해왔고, 도약의 순간에는 언제나 과학기술이 있었다.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확신할 수 없지만 변화의 중심에 과학기술이 있을 것임은 확실하다. 과학기술로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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