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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단 주문서비스 ‘스와치온’으로 동대문 원단을 세계로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2019년 09월호



“밀레니얼 세대는 기존의 빅 브랜드보다는 개성 넘치는 작은 브랜드의 옷을 좋아합니다. H&M이나 자라처럼 누구나 입는 브랜드나 너무 비싼 명품은 기피합니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접하는 유니크한 브랜드를 찾죠. 또 전자상거래와 SNS의 발달로 작은 규모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신진 패션 디자이너들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이들은 소량으로 원단을 구입합니다. 새로운 원단판매시장이 열리고 있는 겁니다.” 이런 기회를 간파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동대문 원단시장을 전 세계의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연결해주는 스타트업이 있다. 원단DB 및 주문서비스인 ‘스와치온(Swatchon)’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패브릭타임의 정연미 대표를 만나봤다.

18만개 원단DB서 견본 선택, 주문까지…매달 매출 30~40%씩 ‘쑥쑥’
지난 8월 이전한 동대문역에 있는 패브릭타임 사무실은 동대문종합시장에서 1분 거리다. 동대문종합시장은 세계적인 원단도매시장이다. 약 3천개의 원단업체가 있고 원단제품 개수도 200만개가 넘는다. 정 대표는 “동대문 원단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원단 박람회보다 5배 큰 규모”라며 “연 3조원의 매출이 나오는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내수와 큰 업체 위주의 오프라인 시장이라는 점이다. 외국 디자이너들은 동대문까지 직접 오기 전에는 한국 원단을 구입할 방법이 없다. 정 대표는 동대문 원단시장 상인들이 원단을 직접 해외로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패브릭타임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2017년 10월 설립됐다.
패브릭타임에서 운영하는 스와치온 웹사이트를 통하면 18만개 규모의 원단DB를 확인하고 원단 견본인 ‘스와치(swatch)’를 주문할 수 있다. 일정 금액의 스와치박스 견본 비용을 지불하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받을 수 있다. 배송비는 무료다. 그리고 스와치를 실제로 확인한 디자이너들은 스와치온을 통해 의류제작에 필요한 원단을 원하는 만큼 주문할 수 있다. 소량 주문도 가능하다. 패브릭타임은 해외 고객에게 주문을 받으면 국내 원단업체에 발주해서 마진을 붙여 해외로 발송해준다.
여기까지 들으면 이 사업이 그렇게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패브릭타임은 설립 이후 원단 견본을 확보해 DB를 만들고 2018년 7월에 스와치온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웹사이트 개설 전에는 실제로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이메일로 주문을 받으면서 수요를 확인했다.
그런데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견본을 발송하고, 원단 주문을 받고 처리하는 과정이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려웠다. “처음에는 수작업으로 하나씩 주문을 처리하는 과정이 반나절이었습니다. 고객이 5가지 원단을 주문하면 하나씩 상인에게 전화로 재고 여부를 파악해야 합니다. 없으면 없다고 고객에게 알려주고 다른 재고 원단을 추천합니다. 이메일을 수도 없이 주고받아야 했습니다. 이런 식의 고객대응 시나리오가 수천 가지 나올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자동화하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동대문 원단시장이 아직까지 온라인화가 안 된 이유기도 하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원시적인 수작업을 최대한 개선해 확장성을 높여야 한다. 패브릭타임은 2018년 한 해 동안 개발자들이 매달려서 이 과정을 최대한 자동화했다. 그 결과 스와치박스 주문제작 프로세스를 처음 9.5시간에서 1시간으로 줄였다. 처음에는 개당 7만원이나 들었던 박스 제작비용도 1만원 이하로 낮췄다. 또 본주문 처리 프로세스도 자동화해 평균 7시간이 걸리던 것을 1시간으로 줄였다. 10가지 복잡한 수출서류 처리 프로세스도 자동화해서 1시간이 걸리는 주문 건당 처리시간을 30초로 줄였다.
정 대표의 남편이자 패브릭타임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이우석 CTO가 이런 프로세스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남편은 패브릭타임이 벌써 3번째 창업입니다. 덕분에 정직원 12명 중 5명이 개발자일 정도로 개발자 비중이 높습니다.”
패브릭타임은 오히려 국내 주문은 받지 않는다. 스와치온 사이트는 아예 영어로만 돼 있고 한글판이 없다. 전 세계 52개국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주문의 70%가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패션강국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비스를 개선해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브랜드인증제를 도입해 제대로 된 브랜드를 가진 고객을 7,500곳 정도 확보했다. 이렇게 하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송된 스와치박스가 5천개 이상입니다. 스와치박스를 받은 고객의 85%가 실제 원단 주문으로 이어집니다. 올해 들어 매출이 매달 전월 대비 30~40%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이용한 원단 이미지 데이터분류 및 검색 기술 개발 중
한국의 동대문에서 어떻게 이렇게 글로벌한 서비스를 만들었을까. 정 대표의 경력을 물어봤다. 그는 부모님을 따라 3살 때 미국으로 가서 유년기를 미국, 중국, 일본에서 보냈다.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산업공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와 액센츄어에서 컨설턴트로, 티켓몬스터 전략기획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이 패브릭타임을 이끄는 원천이 됐다.
패브릭타임 사무실 안에는 원단 샘플이 가득하다. 정직원 12명, 아르바이트생 8명 등 20명의 인원이 동대문종합시장에서 나오는 원단을 DB화해서 전 세계로 발신하고 있다. 원단을 아이패드로 찍고, 질감 등을 보여주는 동영상까지 찍는다.
성장 잠재력이 큰 글로벌 원단시장을 겨냥해 이처럼 효율적인 온라인 주문시스템을 구축하고 매출도 쑥쑥 늘어나니 투자유치도 술술 풀렸다. 창업 초기에는 스파크랩스와 카카오벤처스에서 약 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해 5월에는 KB인베스트먼트와 두나무앤파트너스로부터 2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정부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 지원사업인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확보한 투자금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원단 이미지 데이터분류 및 검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디자이너들이 원단 탐색을 시작할 때 찾는 원단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동으로 적합한 원단을 추천해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정 대표는 최근 동대문 원단시장이 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2년 전만 해도 동대문시장의 경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빠르게 사라지는 가게들이 너무 많습니다.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스와치온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정 대표는 스와치온이 동대문에 가져다줄 수 있는 가치를 “기존에 없던 새로운 해외매출”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스와치온 같은 서비스는 정부 지원사업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고 맨땅에 헤딩하듯이 도전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만이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즘 동대문을 기반으로 새로운 패션스타트업들이 나와서 성장 중이다. 패브릭타임, 지그재그, 링크샵스 등이 동대문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동대문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도 패브릭타임의 성장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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