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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나와 햇살을 즐기자, 자전거를 타자
고금숙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 활동가 2019년 09월호



바야흐로, 가을. 이 아름다운 계절에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나는 계절감을 최고로 만끽할 수 있는 여행 방법 두 가지는 맛깔난 현지 제철 음식을 먹는 것, 그리고 자전거 타기라고 생각한다.
매해 9월 22일은 ‘세계 차 없는 날’이다. ‘차 없는 날’은 1997년 프랑스 서부 항구도시인 라로쉐에서 ‘도심에서는 승용차를 사용하지 맙시다’라는 구호와 함께 시작됐다. 이후 이 캠페인은 전 세계 40여개 국가 2,100여개 도시로 확산돼 세계 각지에서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국내 주요 도시들도 동참하고 있으며, 국내 지자체에서도 ‘차 없는 주간’을 설정해 차를 몰아낸 공간에서 다양한 상상력을 펼치도록 독려한다. 단 며칠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도로에서 차를 몰아낸 결과를 보고 싶다면? 생태도시로 유명한 독일의 보봉 마을까지 갈 것 없이 신촌 차 없는 거리, 수원 행궁동의 변화를 느껴보시길.
자동차는 공기오염, 미세먼지 발생, 건강 악화, 공동체 및 관계 약화의 문제를 가져온다. 여느 책 제목처럼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는 주장이 과격하지 않을 정도다. 서울의 대기오염 수준은 OECD 국가들 중 하위권이지만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 즉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다환방향족물질 등 유해물질이 공기오염의 66.9%를 차지한다. 일본에서는 2007년 600여명의 천식환자가 자동차 회사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12억엔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아낸 일도 있다. 비슷하게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이 열린 2주 동안 차량 2부제를 실시한 결과 15세 이하 청소년 천식환자 병원 입원율이 40% 감소했다고 한다.
자동차 이용이 삶의 질을 낮춘다는 증거는 많다. 스위스 취리히대는 출근에 한 시간이 걸리는 사람이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만큼 삶에 만족하려면 임금이 40% 더 높아야 한다고 밝혔다. 스웨덴에서는 통근시간이 긴 그룹은 이혼율은 높고 타인에 대한 신뢰도와 이웃과 알고 지내는 비율은 낮다는 연구가 나왔다. 심지어 정치 및 자원 활동 참가율도 떨어진다.
좀 불편해도 자동차 이용을 줄여보면 어떨까. 직장과 집이 멀다면 다음에 이사할 때는 걷거나 자전거 이용이 가능한, 가까운 거리에 집을 구해보자. 어쩌면 집의 크기와 상태를 양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하듯 일상을 즐길 여유가 생긴다고 감히 권하고 싶다. 나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로 출퇴근하는 시간을 사랑한다. 걷기처럼 느리지도 않고 자동차처럼 풍경을 스쳐 지나쳐버릴 만큼 빠르지도 않은, 그리하여 온몸으로 계절감을 만끽하는 움직임의 순간들. 그때마다 배영옥 작가의 말을 생각한다. “가장 좋은 것들은 얼마나 싼가. 숲, 바람, 새소리, 융단처럼 푹신한 잔디와 신선한 공기는 모두 공짜 아닌가. 이럴 때 신은 얼마나 자애롭고 공평한지 당장 교회나 절에 들어가 묵상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벤츠는 못 사도 휘파람 불며 자전거는 살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말이다.”
조건이 맞지 않아 자동차를 타야 한다면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차를 놔두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개인용 전동이동장치로 이동해보자. 가볍고 즐거운 일인용 교통수단을 레저가 아닌 생활에 끌어들이면 일상이 헬스장이 되고 놀이터가 된다. 요즘에는 국내 여러 도시들에서 공공자전거 인프라를 깔아 자전거 대여도 쉬워졌다.
알고 있다. 아직 국내 자전거 도로는 미약하고 자동차는 비키라고 위협하고 붐비는 도시는 위험하다는 것을.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버리고 거리를 활보할수록 도시는 더 안전하고 건강해진다. 1년 중 가장 좋은 날씨가 지나기 전, 자동차에서 나와 맨몸으로 햇살을 즐기시기를. 내 꿈은 50%의 시민들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이클 시크(Cycle Chic)’의 도시 덴마크 코펜하겐의 할머니들처럼 70대에 자전거 타고 장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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