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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공유, B2C와 P2P 사이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 2019년 09월호


공유경제에서는 자산을 공유하고 공동체 내에서 자산이 지속적으로 순환되면서 가치를 창출한다. 공유경제 공동체에 참여한 사람은 자신이 필요할 때 자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자산을 소유할 필요가 없다. 이는 궁극적으로 자원을 절감하고 사회 전반의 편익을 높이는데, 공유경제에서는 사용자가 이용하는 자산의 보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두 가지 공유 모델이 존재한다.

카투고, 쏘카 등 기업이 자산을 보유하고 대여하는 B2C 모델
B2C(Business to Consumer)는 말 그대로 기업과 소비자 간 서비스로, 공유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직접 자산을 보유하면서 사용자에게 자산을 대여하고 요금을 받는 모델이다. 이 모델에서 사용자는 자산의 소비자일 뿐 자산을 제공하지는 않으며, 공유경제 기업이 자산을 직접 관리하고 자산의 품질에 대해서도 책임진다.
이러한 유형의 공유경제 기업이 전통적인 렌탈 업체와 비교해 뭐가 다른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합리적인 의문이다. B2C 모델의 공유경제는 전통적인 렌탈사업이 좀 더 발전된 형태로, 서비스 이용 및 과금 방식에서 좀 더 개선된 모습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B2C 차량공유 서비스인 ‘카투고(car2go)’는 사용자에게 벤츠 세단, 벤츠 SUV, 2인승 차량 스마트 등 다임러(Daimler)의 차량을 빌려주며 무료 주차도 제공한다. 카투고는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호주, 중국, 그리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여러 국가의 대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카투고가 스타트업이 아니라 다임러의 자회사라는 점이다. 다임러는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등 고급 승용차의 제조사로 잘 알려진 글로벌 기업이다. 차량을 제조해 판매하는 다임러가 차량을 빌려주는 사업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한 것이다.
서비스 내용과 회비, 이용료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는데 미국의 경우 가입비 5달러 외에 연·월회비는 없다. 사용자는 선택한 패키지 종류에 따라 분·시간·일 단위로 이용료를 지불할 수 있으며 이용료에는 보험료, 주유비, 주차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카투고가 기존 렌터카와 다른 점은 차량이 주변 거리나 지정 주차장에 있어 앱을 통해 지도에서 차량 위치를 확인한 후 차량이 있는 곳으로 가서 곧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용이 끝나면 급유할 필요 없이 지정 장소에 차를 주차한 후 떠나면 된다. 또 분 단위 계산으로 이용료를 지불할 수도 있어서 차량을 잠시 빌리기에도 좋다. 많은 측면에서 기존 렌터카에 비해 편의성이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쏘카(SOCAR)’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이 보유한 자산을 공유하는 P2P 모델…법률상 국내선 활성화 안 돼
P2P(Peer to Peer)는 공유경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직접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자산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모델이다. 이때 공유경제 기업은 플랫폼으로서 장터를 제공할 뿐 주체는 개별적인 사용자다. 이 모델을 C2C(Consumer to Consumer)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사용자가 단지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자산공급자의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B2C보다는 P2P가 공유경제의 이상에 더 부합하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튜로(Turo)’는 대표적인 P2P 차량공유 서비스다. 차량 소유자는 차량을 누군가에게 빌려줌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으며, 차량 대여자는 필요할 때만 빌려 사용함으로써 차량 구입 및 유지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 튜로는 양쪽의 욕구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튜로는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등지에 있는 4,500개 이상의 도시와 300개 이상의 공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튜로에는 20만대 이상의 차량이 등록돼 있으며, 대여자는 평범한 승용차뿐만 아니라 고급 벤츠, 폭스바겐 클래식 버스 등 850가지가 넘는 다양한 차종 중에서 선호하는 차량을 고를 수 있다. 이는 P2P 모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기존 렌터카 업체가 이 정도의 차량 대수와 다양성을 확보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했을 것이다.
튜로는 저렴한 이용료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기존 렌터카에 비해 35% 저렴한 비용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리버티뮤추얼(Liberty Mutual) 보험사와 제휴해 100만달러까지 보장되는 보험을 제공하며, 자동차 사고를 비롯해 차량의 물리적인 손상이나 도난에 대해서도 보장한다. 튜로는 차량 소유자가 선택한 차량 보호 패키지에 따라 15~35%의 수수료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안타깝게도 튜로와 같은 P2P 차량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국내 법률상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 운송에 이용하는 게 불법이기 때문이다. 법규의 빈틈을 찾아 장기 렌터카를 대리운전과 결합한 ‘차차’와 같은 서비스가 얼마 전 등장하기도 했는데, 이는 호출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장기 렌터카 계약을 해지하고 단기 렌터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하는 ‘타다’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합법성 논란이 있는 상태다.
온종일 아파트 주차장에 놓여 있는 수많은 차량을 생각해보자. 왜 해외와 달리 유독 한국만 공유경제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