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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시대에 살아남는 일본 오프라인 매장의 비결
김현희 KOTRA 일본 나고야무역관 과장 2019년 09월호

 

‘생선가게 씨’, ‘야채가게 씨’, ‘커피가게 씨’…. 일본에서는 종종 가게를 부를 때 ‘~씨(さん)’라는 호칭을 붙인다. 모든 가게에 사람 이름을 부르듯 친근하게 ‘~씨’를 붙이는 것은 아니고 나름의 기준이 있다. NHK 방송문화연구원에 따르면 ‘~가게 씨(屋さん)’라고 부르는 가게는 ‘자주 이용함’, ‘소규모’, ‘가족경영’, ‘독립점포’, ‘이웃과의 커뮤니케이션’ 등의 키워드를 갖는다.
이처럼 일본 상거래에는 고객과 가게의 유대가 중시되는 독특한 호칭 문화가 있었는데, 최근 전자상거래가 급속도로 성장하며 이러한 일본의 상(商) 문화를 흔들고 있다. 아마존 재팬, 라쿠텐, 야후쇼핑 등 3대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일본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의 50%를 점유할 만큼 소수 공룡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마존 재팬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데, 5년간 매출이 연평균 성장률 17.2%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1조엔을 넘겨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일본의 전자상거래는 2017년 기준 연 9.1%의 성장률을 보이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올해는 1,224억6천만달러, 내년에는 1,341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어느 분야에 지출하는지 3가지로 분류했는데 지출 금액 순으로 의류, 가전제품과 같은 소비재(52.1%), 여행 예약, 음식 배달 등 서비스(35.4%), 온라인 게임 및 e북 등 디지털(11.7%) 순이었다.

자체 상품 제작, IT 활용한 비용 절감, 체험 접목한 쇼핑으로 맞서
아마존은 이미 일본 소비자의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다. 실제로 필자와 함께 무역관에 근무하는 동료는 일본으로 부임하며 아마존 재팬에서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모든 가전제품을 구매했다. 그러나 모든 제품을 아마존에서 살 것 같았던 그 동료가 인터넷에서 사지 않았던 것이 있다. 바로 ‘니토리(Nitori)’ 소파였다.
니토리는 SPA 가구·인테리어·생활잡화 브랜드다. 일본의 SPA 브랜드는 아마존에서는 팔지 않는 상품만 매장에 진열하기 때문에 ‘아마존 효과’에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자체 브랜드(PB; Private Brand)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것까지 일련의 과정을 직접 하는데, 노무라증권의 애널리스트도 “인터넷 쇼핑몰에 지지 않으려면 자체 상품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할 정도다. 그러나 단순히 PB제품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이 전략이 성공할 수 없다.
SPA의 전형적인 전략은 ‘철저한 비용관리를 통해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자체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다. 니토리는 물류 자동화를 통해 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했다. 로봇이 컨테이너의 입출고를 운영하는 창고형 피킹(picking) 시스템 ‘오토 스토어(Auto Store)’로 작업 효율은 3.75배 향상됐고 재고 면적은 40% 줄어들어 물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후쿠오카에 본사를 둔 대형 할인점 ‘트라이얼(Trial)’은 최근 급성장한 기업이다. 인터넷 쇼핑몰의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트라이얼은 인터넷에서 사기 어려운 신선제품 및 도시락 분야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이를 위해 품질을 높이고 IT를 활용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상했다. 전문 요리사를 영입해 레시피를 고안함으로써 도시락의 맛을 향상하는 한편, ‘안심 가츠동’ 등 푸짐한 도시락의 가격은 여전히 299엔 수준으로 저가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는 비결이 바로 매장에 IT를 활용한 비용 절감이다. 트라이얼 매장에 가면 바코드와 태블릿이 부착된 쇼핑 카트가 눈에 띄는데 상품을 바코드로 찍으면 태블릿에 가격과 정보가 표시되고, 구매 버튼을 누르면 전용 선불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첨단 IT 기술을 활용해 고객은 계산대에 줄 설 필요가 없고, 가게는 계산원을 줄여 인건비를 아껴 저렴하고 질 좋은 자체 상품 개발에 주력할 수 있다.
단순히 책만 팔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서점 업계에서 ‘츠타야(Tsutaya)’는 서점과 카페가 하나 된 북카페의 선두주자로 변화를 시도했고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 제안’이라는 더욱 진화된 점포를 열었다. 후쿠오카에 개점한 롯폰마츠점은 여행, 음식, 육아·학습, 음악, 패션, 예술 등 6개의 관으로 매장을 나누고 각 관에는 테마와 관련 있는 상품을 진열하고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음식관에서는 요리교실을 열고 식기나 조리 기구를 판매한다. 테마와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고 행사 개최 시 공간 사용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무인양품’은 점포 내에 레스토랑과 카페를 차리는 것을 넘어 2018년 3월 리뉴얼 오픈한 오사카의 이온몰 사카이 키타하나다점에는 신선제품 매장을 열었다. 인근 지역에서 수확한 채소와 계절에 따라 항구에서 직접 가져오는 생선을 판매하는데, 여기에 체험을 더했다. 포장마차 같은 매대에서 고객이 좋아하는 생선을 고르면 초밥용 밥에 올려 ‘가이센동(해산물 덮밥)’을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매장 안 식당에서는 샐러드와 가지구이, 시금치 그린커리 등 약 20가지의 요리를 제공하는 채소 중심 뷔페를 운영해 채소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인양품은 지역밀착형 점포를 열며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체험들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고객 감동 서비스 실현으로 ‘가게 씨’로 불리는 할인점
‘타케야(Takeya)’는 고객서비스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방식으로 ‘가게 씨’ 호칭을 얻게 됐다. 타케야는 자전거, 손목시계,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데 제품별로 전문지식을 보유한 직원들이 판매하고 있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으나 고객서비스야말로 오프라인 매장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손님이 찾는 상품과 정말 필요로 하는 상품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77명의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점원들이 고객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문성이 높은 직원은 외국인 고객도 끌어들인다. 외국인 고객을 타깃으로 한 셀렉트 우에노점은 외국인 스태프를 채용한 뒤 기존 전문지식을 보유한 일본인 스태프와 짝을 이뤄 상품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체계를 갖췄다. 덕분에 매출액은 지난해 8% 오르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지식을 활용한 고객서비스는 고객과의 신뢰관계 또한 돈독히 할 수 있다. ‘가게 대 사람’이 아닌 ‘사람 대 사람’을 생각한 일본 소매업계의 전략은 ‘가게 씨’가 아마존으로부터 어떻게 살아남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체험을 팔고 오감을 만족시키며 고객 감동을 실천함으로써 아마존과 같은 거대기업에 맞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에서 소비자 5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즐거움(47.5%)’이었고 그다음이 ‘가까워서(39.8%)’였다. 이어서 ‘점원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23.3%)’, ‘상품 진열이 매력적이거나 알기 쉬워서(20.4%)’라는 응답도 많았다.
일본의 전자상거래시장 성장세를 보면 인터넷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특별한 장점이 없는 한 오프라인 점포에서 판매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 진출을 희망하는 소매기업은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체험형 점포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한데, 소비자의 연령대·목적·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어떤 체험을 파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마존이 유통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마존이 팔 수 없는 상품을 개발하고, 상품보다 체험을 판매하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객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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