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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이들의 인싸템
염승선 「애플은 왜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텔링에 집중했을까?」 저자 2019년 09월호


누구나 찰나를 아름답게 남기고 싶은 욕구가 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이런 바람을 실현시키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카메라를 사야 했다. 홍콩의 팅 모 리(Ting Mo Lee)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기록하길 바라며 1982년 저가형 카메라 ‘홀가(Holga)’를 중국에 시판했다. 홀가는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해 플라스틱 소재를 채택했다. 심지어 카메라에서 가장 중요한 렌즈까지 플라스틱으로 제조했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의 필름 방 안에 빛이 새 들어오는 빛샘 현상과 사진 주변부가 어둡게 되는 비네팅(vignetting) 현상이 나타났다. 어찌 보면 불량이라 할 수 있는 홀가의 단점을 오래된 카메라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 보고 즐기는 마니아들이 생겼다. 이들은 홀가 사진만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대학생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사진 연수를 받으며 홀가 특유의 사진 톤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마이크 크리거(Mike Krieger)와 함께 개발하던 사진 공유 프로그램에 홀가 특유의 매력적이고 복고스러운 사진 톤을 디지털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에 적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필터들을 개발하고 정사각형의 사진에 사용자가 직접 필터를 적용해 사진을 공유하는 기능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한다. 인스턴트 카메라(instant camera)로 찍은 사진을 전송(telegram)해서 공유한다는 의미를 가진 ‘인스타그램(Instagram)’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닮은 아이콘과 함께 2010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이 독특한 감성의 정체성을 지닌 인스타그램은 입소문을 타고 전 세계로 퍼진다.

심플한 인터페이스의 진화
인스타그램의 인기와 확산의 요인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사용하기 쉬운 단순한 인터페이스에 있다. 시스트롬이 개발한 인스타그램의 기원인 위치 공유 서비스 앱 ‘버븐(Burbn)’에서 복잡한 기능을 모두 들어내 사진 공유와 필터 기능만을 중심으로 개발하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얻어지는 사진에 초점을 맞추는 등 앱 개발에 명확한 방향성과 심플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심리학과 기호학적 접근을 통한 심플한 인터페이스와 직관적인 아이콘은 쉬운 사용성으로 앱 사용자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에 필터를 적용하고 160자 이내의 글과 함께 삶의 찰나를 담은 포스팅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시각적 기록으로 남기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이 만들어낸 사진을 함께 보고 있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한 가지 제약조건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적으로 익숙했던 사진 비율이 아닌 인스타그램이 제시한 정사각형의 틀에 맞춰야 하는 점이었다. 하지만 이런 조건 또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즐길거리로 여기며 오픈한 지 2개월 만에 100만명, 11개월 만인 2011년 9월 1천만명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게 됐다.
인스타그램의 인터페이스에 숨겨진 매력은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에 있다. 사용자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24시간 동안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 기능을 추가하고 출시 초기부터 지켜오던 정사각형의 사진을 창작에 방해되는 요소로 여겨 없애버린 것 등이 그 사례다.
브랜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은 유지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면서 바뀌는 브랜드의 모습은 단순히 ‘변화’라는 말보다는 사용자의 마음이 담긴 브랜드의 ‘진화’라는 말로 설명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인스타그램 인터페이스의 진화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창작을 이끌어냈고 다시 인터페이스의 진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인싸

2007년 구글의 개발자 크리스 메시나(Chris Messina)는 트위터에서 중요한 정보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을 사용해 정보를 묶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트위터는 2009년 ‘#’을 공식적으로 채택하고 해시 마크(hash mark)에 태그(tag)를 합쳐 ‘해시태그(hashtag)’라 명명했다. 정보를 관심사로 묶을 수 있는 해시태그는 후에 사회운동 명칭 앞에 붙어 정보를 묶어줌으로써 큰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다.
사용자와의 소통으로 진화해온 인스타그램은 영향력이 커진 해시태그를 인스타그램에 발 빠르게 적용시켰다. 2011년 1월 인스타그램에 도입된 해시태그는 인스타그램이란 공간을 사람들의 교류의 장, 사회운동의 장으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시태그 검색은 동일한 관심을 가진 사용자들이 올린 사진들이 검색돼 쉽게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도 했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소개되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보이지 않고 알려지지 않아 묻힐 수 있던 사람과 공간이 해시태그를 통해 알려지면서 인플루언서(influencer)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로 재평가되며 주류와 비주류가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플랫폼’에서 ‘사람과 관심사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났고 사용자 수도 급격히 증가한다. 2013년 2월 1억명 돌파를 시작으로 2014년 3월 2억명, 2017년 7억명을 돌파하는 등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브랜드가 하고자 하는 말이 간단명료하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백을 허용하면 다채로운 사람들이 창의적인 방식으로 여백을 채우며 브랜드는 진화한다. 시간의 흐름으로 사람은 진화하고 세상은 변화한다. 정지되고 정체된 브랜드가 뒤처지고 낡아 보이는 이유는 움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변화를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사용할 사람들에게 곁을 내주고 함께 소통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항상 시대 흐름과 함께 진화하는 브랜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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