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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주권 시대 정부 역할 여전히 중요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회장 2018년 10월호



기업들의 경쟁제한 행위, 소비자 선택을 왜곡할 수 있는 정보의 문제,

적절한 피해보상 제도 등에서 적극적인 역할 필요


그동안 수입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명품, 심지어 국내 대기업까지 한국 소비자를 이른바 ‘호갱’ 취급한다는 불만이 계속 제기돼왔다. 이런 문제에 해당 기업들을 비난하는 것 못지않게, 소비자와 우리 정부가 스스로 야기하고 방치한 측면은 없는지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보호 시대에서 소비자 주권 시대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뀐 지 10여년이 됐다. 1980년 1월에 공포된 「소비자보호법」이 2007년 3월 28일 「소비자기본법」으로 바뀌어 시행된 지 10여년이 흐른 것이다. 소비자보호 시대에는 소비자가 사업자에 비해 상대적 약자라는 인식을 전제로 시장실패의 보완, 개별적인 소비자피해 구제 등에 정책의 중심을 뒀던 데 반해, 소비자 주권 시대에는 소비자 권리의식이 강화되고 인터넷 등 정보 획득수단이 증가하면서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주적 권리자인 경제주체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소비자 주권 시대에 맞게 소비자들이 권리의식이 강화된 만큼 책임 있는 자주적 권리자로서 행동하는지, 또한 정부의 정책도 잘 시행됐는지 의문점이 크다.
소비자 주권이란 소비자의 선택이 시장을 통해 사회 전체의 자원배분을 결정하는 것으로, 민주사회에서 국민들이 정치적 주권을 가졌듯 시장경제에서 소비자들이 경제적 주권을 갖는 것을 뜻한다. 소비자 주권이 실현되려면 객관적 조건과 주체적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객관적 조건이란 공정한 경쟁 유지를 포함한 시장의 조건을 말하는 것이고, 주체적 조건이란 소비자의 주권의식과 선택능력 제고다. 여기서 소비자의 주권의식이란 권리의식뿐 아니라 책임 있는 소비자로서의 책무까지를 포함하는데, 이는 소비자 개개인이 시장 및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소비행동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 주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시장의 조건을 바람직하게 유지 또는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소비자의 생명·건강·안전 등과 직결된 자동차, 의약품, 생활화학 등의 제품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경쟁제한 행위, 소비자 선택을 왜곡할 수 있는 정보의 문제, 적절한 피해보상 제도 등에서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소비자보호 시대에서 주권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뀐 지 10년이 넘었지만,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고 상품과 시장환경이 복잡해지면서 더욱 잘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비자 주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의 자각과 노력도 중요한데, 여기에도 정부의 역할이 상당 부분 요구된다. 즉 소비자 교육 및 정보 제공 등의 지원행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바람직한 소비가치관, 소비태도 등을 포함한 소비자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은 기업을 힘들게 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생각들이 암묵적으로 퍼져 있었다. 그러나 공급과잉의 시대에 소비자를 중심에 두지 않고는 기업발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것을 대부분의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체감하고 고객만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소비자 권익보호는 기업발전과 상반된 것이 아니다. 정부는 소비자의 권익보호와 기업의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오히려 소비자 권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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