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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대체불가 패션 트렌드가 되다
이미영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대표 2020년 02월호



최근 좀처럼 조우하기 어려워 보이는 조합이 패션의 유행어가 되고 있다. ‘윤리적 패션’, ‘지속 가능한 패션’이 화려한 런웨이에서 옷의 태그(tag)에 이르기까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 환경 등의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좋은 디자인과 품질로 무장한 패션벤처들에 전 세계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풍경도 나타난다. 이들 기업은 패션산업이 야기한 노동 착취, 환경 훼손, 동물 학대 등의 문제를 산업 내부에서 해결하고자 하며 패션을 통한 사회혁신이 기업의 존재 이유라고 당당히 말한다. 공정무역, 업사이클 디자인, 비건패션 등이 이러한 패션 지형을 넓혀가고 있다.
패션의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나타내는 숫자들은 역설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패션의 거대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패션산업은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많은 물을 사용하고 해양생태계를 훼손하는 미세플라스틱의 25%를 배출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에 달해 패션산업을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세계 7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에 해당한다. 최근 환경위기에 대한 우려가 패션산업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지는 이유다. 전 세계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 17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한 ‘기후파업’이 런던패션위크를 강타하기도 했다. ‘런던패션위크: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퍼포먼스가 세계 최대 패션행사를 점령한 것이다.
환경뿐만이 아니다. 패션이라는 거대 산업은 노동, 성별, 빈곤 등 사회 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패션시장 규모는 2조4천억달러에 달하고 고용 규모는 7,500만명, 그중 여성 노동자의 비중은 80%에 이른다.
지속가능성을 향한 패션산업의 조용한 혁명은 2015년 세계 정상들이 모여 채택한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와 연결돼 있다.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SDGs의 17개 목표에는 빈곤, 불평등, 기후, 환경, 평화, 정의와 같은 보편적이고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의제들이 포함된다.
물, 화학물질, 온실가스 등 환경과 관련된 목표들은 패션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건강에 관한 목표는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근로자와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 가능한 도시와 관련해서는 재활용을 포함한 의류 폐기의 지속가능성을 경영정책에 통합할 것을 요구한다. 패션의 사회적 차원은 성평등, 빈곤퇴치 목표와 직접 연결돼 있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로 고발되고 있는 패션계가 노동자의 근무 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SDGs를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와 국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로 지속 가능한 패션에 새로운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글로벌 패션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삼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2023년부터 팔리지 않은 패션 재고품의 폐기를 전면 금지하고 기부와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정부 차원의 지속 가능한 섬유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 어젠다가 국제사회와 정부의 지지 속에 패션산업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혁신은 결핍의 산물이다. 성장력을 잃은 한국 패션산업에 ‘지속가능성’은 혁신의 기회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세계가 약속한 2030년에는 한국 패션의 잠재력이 세상을 구하는 선한 영향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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