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세계경제는 정보기술(IT) 버블의 붕괴로 고전했다. 미국은 1990년대에 IT경제의 붐에 힘입어 연 5~6%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과잉 설비투자가 이뤄졌고 IT 버블이 꺼지면서 2001년과 2002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0.3%, 2.3%로 둔화됐다. 미국 중앙은행은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2000년 연 6.5%였던 기준금리를 2001년 연 2%, 2003년 6월 연 1%까지 낮췄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도 이 같은 저금리정책을 2004년까지 유지했다. 각국은 이런 조치로 성장률이 높으면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골디락스(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상태) 경제’를 이뤄냈다.
하지만 장기간 유지된 저금리는 위기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 금리가 낮으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기업이나 가계는 차입 비용이 적어지기 때문에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거나 주택을 구입한다. 금융회사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대출을 늘리면서 신용도가 낮은 사람이나 기업에게도 자금을 빌려줬다. 경기는 활성화되지만 기업이 투자로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가계가 대출을 갚지 못하면 경제가 그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면서 경제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에서 주택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주식 가격도 크게 올랐다. 2007년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의 주가지수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경기 호황으로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미국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
우리나라의 추석 연휴기간이었던 2008년 9월15일, 미국 4대 투자은행(증권사)중 하나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신호탄이었다. 2007년부터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로 HSBC·씨티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모기지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미국 대형 금융사가 파산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세계 각국 금융회사들은 투자를 꺼리고 현금을 보유하는 등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보였다. 자금이 돌지 않고 실물 경제도 위축되는 자금경색 현상이 벌어지자 미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0.25%로 크게 낮췄다. 또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국채나 모기지담보증권(MBS)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총 1조7,000억 달러를 시중에 공급했다. 미국 정부는 금융회사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AIG에 8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했고 씨티·BOA(Bank Of America)·모건스탠리 등 대형 금융사들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BOA는 부실화된 투자은행 메릴린치를 합병했다.
금융위기는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2008년 4분기 -6.8%를 기록했고 2009년에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또 2009년에 GM이 파산위기를 맞는 등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제조업도 휘청거렸다.
미국 서브프라임발 금융위기는 아일랜드·동유럽·두바이 등을 거쳐 올해에는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 유럽으로까지 확산됐다. 이들 국가들은 국가 파산 상태 직전까지 갔다.
위기를 기회로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우리나라 금융회사들도 자금경색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투자하고 있던 해외 금융회사들은 투자 자산들을 매각해 달러를 회수해 갔고 국내 은행들이 해외 대형은행들로부터 차입해 쓰고 있던 달러 자금은 만기 연장이 어려워졌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자금경색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정부는 금융회사들의 외화 차입 시 정부 지급보증을 해줬고 국채와 금융채를 사주는 방식으로 금융회사에 자금 유동성을 지원했다. 미국과 300억 달러의 통화스왑으로 위기 시 쓸 수 있는 달러 자금을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2년 카드사태 때 이미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튼튼한 경제체질을 갖췄고 정부와 금융회사,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신속히 대처할 수 있었다. 금융감독 당국이 주택담보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이미 시행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 침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고 금융회사의 부실도 크지 않았다.
경제성장률은 2009년 0.2%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유럽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대상국들이 경기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는 2009년 426억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도 2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 침체 여파와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조선 등 일부 업종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자·기계·자동차 등 다른 업종들은 다른 나라 업체들이 비틀거리는 틈을 타서 오히려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은 미국·유럽·중국·인도 등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두산그룹이 세계적인 건설기계 회사인 밥캣(Bobcat)을 매입하고 STX그룹이 크루즈선 업체인 아커야즈(Aker Yards)를 사들이는 등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해외업체를 인수하는 것도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우리나라는 경제위기 극복과 놀라운 경제성장 경험으로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해 의장국 역할을 맡는 등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