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내구재 판매 16% ‘뚝’
경기 침체 여파로 경제주체들이 승용차나 컴퓨터 같은 내구재 구입을 미루면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승용차 판매는 1년 전보다 40% 가까이 줄었고 컴퓨터 및 통신기기 판매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내구재 판매는 전년 같은 달보다 16.3% 감소했다.
<경향신문> 2009년 1월 1일
경제 또는 경제생활이란 우리 생활에 유용한 재화를 생산ㆍ분배ㆍ소비하는 일련의 순환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경제 수업은 당연히 생산ㆍ분배ㆍ소비의 대상이 되는 재화에 대한 학습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재화의 성격이나 재화와 관련한 경제활동의 특성 등을 살펴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활동의 대상이 되는 재화는 그 종류가 매우 많아졌으며 양적으로도 크게 증가되어 왔다. 이런 이유로 경제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재화들에 대한 학습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 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여기서는 경제 수업에서 접하는 몇 가지 재화의 종류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내구재란 무엇인가?
위에 제시한 기사문은 경기 침체의 여파로 소비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를 전해 준다. 승용차와 컴퓨터 같은 내구재 구입을 연기하면서 이들 상품의 판매세가 두드러지게 감소했다는 것인데, 여기서 내구재에 포함되는 상품들로는 승용차와 컴퓨터 외에 통신기기, 가구 등이 더 포함될 수 있음을 안다면 작년 11월의 내구재 판매가 16%나 크게 떨어졌다는 기사의 제목은 굳이 내구재에 포함되는 다른 상품들을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승용차, 컴퓨터, 통신기기, 가구 등의 상품에 대한 구입이 크게 감소했음을 단박에 알 수 있게 해 준다.
내구재란 무엇인가? 왜 내구재에 속하는 이들 상품은 경기 침체의 여파를 그렇게 크게 그리고 민감하게 받는가? 일반적으로 내구재란 일시적으로 소비해 버리는 상추나 쌀과는 달리 일단 구입해 놓으면 소비 기간이 긴 상품을 말한다. 딱히 그 기간을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예컨대 1년 이상이며 특히 내구재는 이와 같이 그 소비로부터 얻는 효용이 긴 탓에 가격도 낮지 않다. 가격이 비싼 탓에 내구재의 구입에 있어서 소비자는 소득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경제 불안이 커지고 고용 불안도 커지고 있는 까닭에 자신의 소득 역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승용차 구입을 계획하고 있었던 소비자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차를 좀 더 쓰고 상황이 다시 나아지기를 기다릴 것이다.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른 용도로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목돈이 들어가는 승용차의 구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혹시 불경기 탓에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투어 차 가격을 깎아주고 있어서 적기가 아니냐 하고 의문을 갖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차 값을 할인해 주어도 여전히 승용차 가격은 비싼 것이며, 경기가 매우 하락한다면 소비자는 크게 줄어든 소득으로 인해 다른 경제생활에 필요한 비용 지불도 벅차서 새 차를 산 것에 대해 후회할 것임은 자명하다. 이와 같이 소비재화를 내구재와 비내구재로 나누어 보는 것은 경기 침체와 소득 위축이 어떠어떠한 재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이들 내구재 산업의 양상이 어떤가를 함께 파악한다면 그에 대한 업계나 정책적 대안도 체계적으로 고민할 수 있도록 해준다.
대체재ㆍ보완재
고등학교 경제 수업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대체재와 보완재에 대한 학습이다. 대체재란 두 개의 재화를 놓고 볼 때에 그중 한 재화의 가격이 올라가면(내려가면) 대체 관계에 있는 재화의 수요가 증가(감소)한다는 것이며, 보완재란 보완 관계에 있는 두 재화의 경우 한 재화의 가격이 올라가면(감소하면) 다른 한 재화의 수요는 감소(증가)한다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두 재화가 대체 관계에 있다면 그중 한 재화의 가격이 오르면 수요의 법칙에 의해 그 재화의 수요는 감소하고 대신 대체 관계에 있는 재화의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대체재ㆍ보완재에 더해 우등재ㆍ열등재라는 재화의 분류도 있다. 소득이 증감함에 따라 해당 재화의 수요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말하는 것인데 소득 증가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면 우등재, 반대로 수요가 감소하면 열등재라고 하며 쇠고기나 쌀은 상대적으로 우등한 재화이고 이에 반해 돼지고기나 보리쌀은 열등재라고 공부한다.
미시분야의 공부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체재ㆍ보완재, 우등재ㆍ열등재의 분류는 그 이해의 과정에서 대체효과, 소득효과 등의 개념을 익히도록 하고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가격 또는 그로 인한 소득의 변화로 인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재화들 중에서 어떤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인가를 파악해 내는 데에 유용하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많은 재화들은 직ㆍ간접적으로 상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각 재화의 가격이나 그 거래량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제 수업은 이러한 재화의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보다 나은 시장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의 경제행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자본재와 중간재
경제 수업이 거시분야로 넘어오면 투자재 또는 자본재라든지 최종재화나 중간재 등의 용어에 접하게 된다. 예컨대, ‘국민소득(GDP)을 1년간 그 경제가 생산한 최종재화의 시장 가격의 합이라든지,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자본재의 확충이다’라는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본재란 사실 일반 소비 부분이 아닌 산업 분야에서의 내구재로서 생산 과정에서 소모되는 원재료와 달리 기계 등의 공장 설비를 일컫는 말이다. 자본재의 확충이 이루어지면 그만큼 그 경제는 향후 생산 능력을 유지하게 되므로 생산활동의 견지에서 매우 중요하다. 로빈슨크루소의 경제에서 곧잘 예시되듯이 단순히 로빈슨크루소는 자신의 노동만으로 고기잡이나 바나나 채취를 하지 않는다. 한 끼의 식사용으로 필요한 바나나를 따는 데에 20분밖에 들지 않는다 해도 그는 7시간이라는 많은 시간을 들여 사다리를 만드는 수고를 하게 되는데 이것은 일단 사다리를 만들면 21끼의 바나나보다 더 많은 바나나를 아주 편리하게 딸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자원에 노동을 가해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체의 것들을 자본 또는 자본재라고 한다.
중간재 역시 국민소득의 크기를 파악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재화 분류법이다. 최종재화의 형태는 중간투입물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중간재를 생산해 기업가에게 판매한 그 액수까지 국민소득에 포함한다면 국민소득의 크기는 중복되어 계산되므로 보다 엄밀하게 그 값을 파악하기 위해 중간재의 가치는 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널리 인용되는 사례로 빵 10개를 만들어낸 경제를 생각해 보자. 제빵업자는 빵을 만들기 위해 밀가루라는 중간재화를 사용했으며 밀가루를 생산한 제분업자 역시 농부로부터 밀이라는 중간재화를 구입하였다. 따라서 빵 가격의 합으로 국민소득을 측정해야지 밀가루와 밀의 가격을 합산해서는 안된다.
비교역재
국가 간의 거래인 무역에 있어서 각국은 자국에 비교우위인 상품을 집약적으로 생산해서 상대국에 수출하고 상대적으로 비교열위에 있는 상품을 수입해서 소비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 한 예로 공산품인 X재와 농산품인 Y재를 모두 생산ㆍ소비하고 있는 두 국가 A, B가 있으며, A국은 X재 생산에 1시간이 소요되고 Y재 생산에 3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B국은 10시간, 12시간이 각각 소요된다고 하자. 이 경우 A국은 X재에 비교우위가 있으며 B국은 Y재에 비교우위가 있다.1) 단순히 두 재화만을 상정한 것은 비교우위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 현실적으로 교역 대상이 되는 재화의 종류는 그 이상이다. 둘 이상의 재화에 대해서도 비교우위를 판별해 낼 수는 있으나 비교우위가 판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X, Y, Z의 재화가 있어서 X, Y 재화는 A국에 비교우위가 있고 B국은 Z재화에 비교우위가 있다 해도, 예를 들어 Y재의 수송비가 매우 크게 올라 상대국에 수출을 해도 이미 가격이 크게 올라 비교우위가 상실되는 경우 양국 간에 이 재화의 교역은 아무런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비교역재라고 부른다. 비교역재는 성격상 이발 서비스와 같이 교역이 어려운 재화도 있지만 방금 예를 든 바와 같이 수송비의 변동으로 인해 비교우위를 식별할 수 없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2) 국제무역과 관련해 비교우위의 조건과 비교역재에 대한 지식은 국가 간 무역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공할 것이며 보다 무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의 모색에도 유익할 것이다.
정리 문제: 공공재
우리는 경제 수업 과정에 만나는 다양한 재화 분류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아직 살펴보지 않은 것 중에 공공재라는 재화가 있다. 공공재란 ①소비에 있어서 구매자 이외의 소비자를 배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비배제성), ②동시적 소비에 의해서도 그 효용이 감소하지 않는다(비경합성)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음 네 재화, 사과, 케이블TV, 마을의 공동 목초지, 가로등에 대해 배제성과 경합성의 유ㆍ무 여부를 판단해 보도록 하자.
1) X재의 기회비용은 A국에서 0.33Y이고 B국에서는 0.83Y이다. 즉, A국에서 X재 한 개를 더 생산하기 위해 포기된 Y재의 양은 0.33개이며 B국의 경우 X재 한 개를 더 생산하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Y재의 양은 0.83개이다. 어느 쪽이 더 적은 Y재를 포기하는가? Y재로 표시한 X재의 이러한 기회비용은 A국이 더 낮다. 반면, X재로 표시한 Y재의 기회비용은 A국이 3이고 B국은 1.2로써 B국이 더 낮다.
2) 국제무역의 문제는 추후 다시 살펴보는 시간을 갖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