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과논술수업은 교육과정에 가장 충실한 수업이다. 교과별 교육의 한계를 넘어 서로 다른 교과 간 소통이 전제되어야 하며, 주입식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으로 만들어가며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과 방법이 중시된다. 이러한 목표에 접근하기 위해 토요휴업일을 활용한 전일제 논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습 전개과정 자체를 중시하고 충분한 수업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였다.
통합교과논술수업은 기본적으로 교과형 논술이기 때문에 교과수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당연히 교과목을 담당하는 모든 교사들이 참가해야 하며 그럴 때 수업 목표에 가장 근접할 수 있다. 1,2학년은 통합교과적으로 운영하며, 3학년은 실전논술 중심으로 운영한다. 논술반 학생 선발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개별적 신청으로 이루어지는데, 논술수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 반의 인원은 20명을 넘지 않도록 한다.
논술 수업은 다양한 방식의 학생 상호간, 학생-교사 간 토론을 기본으로 하고, 교사의 강의는 최소화한다. 또한 표준 수업 모형을 설정하고 이에 준하여 수업을 설계하되, 구체적인 수업 주제와 내용에 따라 창의적인 변형 및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통합교과형 수업 지도안 작성을 위하여 팀티칭(협력지도)에 참여하는 교사 상호간 긴밀한 협의를 갖는다.
1차시는 기본적으로 90분으로 하고, 하루 수업은 전체 4차시로 운영한다. 당일 제시한 수업주제는 오전-오후 수업을 통하여 학생 스스로의 비판적 사고, 창의적 표현, 발표, 첨삭까지 완결하도록 한다.
♧ 차시별 수업 시간(90분) 배정(예시) |
수업 과제 제시(2분) → 조별과제 발표(10분) → 강의(10분) → 읽기자료 배부(1분) → 자료 독해(10분) → 개인 발표(10분) → 읽기자료 조별 토의(15분) → 조별 발표 및 질의응답(20분) → 전체 토론(10분) → 마무리 및 차시예고(2분) |
◇ 수업의 실제
주제 |
조선후기를 통해 본 세계화 대응 방식 |
주제 설정 이유 |
1) 세계 10대 교역국이자 수출주도형 국가인 대한민국의 개방 자세에 대한 역사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논의의 초점이 개방이냐 보호냐가 아니라 개방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이라 할 것이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던 18~19세기의 역사의식과 그 시대를 살았던 지식인들의 대응 방식을 찾아 지금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찾아본다.
2) <열하일기>는 조선후기의 실천적 지식인들의 의식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료이다. 통합교과논술 글읽기와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는 좋은 글이다. 전략적인 글읽기를 통해 박지원이라는 문제적 인물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3) 300여 년 전과 200여 년 전의 시대적 현실을 비교하여 당시 외교적 현안 문제에 대한 노력들을 검토하여 현재의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1) 1차시 : 18~19세기의 북학과 북벌에 대한 탐구 - 국사과, 사회과 수업
· 조선의 대청 관계를 이해하고, 현재의 국제 정세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다.
· 세계화에 대한 찬성론과 반대론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 우리나라의 개방과정을 이해하고 세계화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할 수 있다.
♧ 읽기자료(원문은 내 탑재) |
· 자료 1 : 병자호란 당시의 현실에 대응하는 상소문 두 편을 실었다. 당시의 현실적 선택에 기초한 실리주의자, 즉 주화파의 상소와 명나라와의 의리에 기초한 명분론자, 즉 주전파의 상소문이 그것이다.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것이든 나름대로의 논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고 세계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자료 2 : 박제가의 <북학의>의 한 대목을 실었다. 의식주 전반에 걸쳐 형식에 치우친 조선이라는 시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중요함을 강조한 글이다. 세계화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마음자세라고 할 수 있다.
· 자료 3 :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중 세계화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해서 실었다.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에 반대하면서 나타난 반세계화의 흐름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후진국의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때 오히려 세계화가 기회일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당위적인 입장에서만의 기술이기에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내용은 부족하다.
· 자료 4 :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책의 저자인 프리드먼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세계화 시대에 오히려 중요한 것이 개인이며 지식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을 위한 교육과 상상력이 가장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2) 2차시 : 《열하일기》의 독해를 통한 세계화 대응 방식 탐구 - 국어과 수업
· 박지원의 《열하일기》중 <일신수필>을 읽고 글쓰기 방식을 이해한다.
· 글의 심층적 분석을 통해 박지원의 사고 방향을 탐구한다.
· 북학과 북벌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대한 한 지식인의 대응방식을 찾는다.
· 시대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지식인의 고민을 확인하고 현재의 국제 정세와 관련하여 이해한다.
♧ 읽기자료(원문은 내 탑재) |
· 자료 5 : 박지원의 《열하일기》중 중국의 장관에 대하여 쓴 글을 실었다. 박지원의 글이 대부분 그렇지만 표면만 쫓아가다가는 글의 본질을 놓칠 수도 있다. 상사와 중사, 하사의 주장을 통해 명분과 실리의 내용을 비교하고 궁극적으로는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박지원이 더욱 강조한 것은 그 모든 것이 백성들의 이로움과 직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
3) 3차시 : 논제 분석을 통한 논술문 작성
<논제> 아래 제시문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든 <읽기자료>를 활용하여 논술하시오.(1,200자 내외)
양혼양재의 일본과 중체서용의 중국이 직접 부딪쳤던 것이 1894~1895년 조선에서 격돌한 청일전쟁이었는데, 양혼양재를 채택한 일본의 한판승으로 끝났다. 이에 충격을 받은 강유위(康有爲), 양계초(梁啓超) 등 청나라 고급 관료들은 광서제(光緖帝)와 손잡고 무술변법(戊戌變法)이라고도 불리는 변법자강(變法自疆)운동을 시작했다. 변법자강운동은 중국판 양혼양재로서 중국의 전통적인 정치체제와 교육체제를 비롯한 모든 것을 서구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었고, 실제로 정치ㆍ교육ㆍ산업ㆍ군대의 모든 부문에서 대대적인 혁신운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에 불만을 가진 서태후(西太后)와 보수파들이 군대를 동원해 광서제를 궁에 유폐시키면서 변법자강운동은 100일 만에 끝났고, 중국은 끝내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하고 말았다.
조선도 일본의 화혼양재, 중국의 중체서용과 비슷한 것으로 신기선(申箕善)과 김윤식(金允植) 등이 제기한 동도서기(東道西器)가 있었다. 조선의 정신에, 서양의 과학문명을 접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조선은 동도서기 외에도 성리학 사회를 고수하자는 위정척사(衛正斥邪)와 동학 그리고 개화사상 등이 서로 뒤엉켜 혼란스러웠다. 결국 조선은 위정척사와 개화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가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동아시아 삼국 중에서 왜 일본만 근대화에 성공했을까? 현재 우리 사회의 표면적인 모습은 한 세기 전과 비슷하다는 진단이 있다. 사실 대원군이 문을 열고 서구 열강과 경쟁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열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걸었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사서(史書)는 대원군을 시대착오적인 정치가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후략)
(출처 :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나라경제』 2007 7월호) |
<학생답안>
위 제시문은 일본과 중국의 개방화를 예로 들면서 역사의 승자로서 세계화로 진출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화에 있어 승자가 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로 지피지기해야 한다. 장관론이나 북학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적’과 싸워서 이기려면 ‘적’을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FTA에 있어서 그에 걸 맞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적’인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미국 시장의 취약점이 무엇인지 강점은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 정보들로 우리의 시장을 비교, 분석해서 전면전 때의 방어와 공격점을 잡을 수 있다. 또한 필요하다면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장점을 배워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로, 특정 민족이나 국가 편파를 없애야 한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민족주의’나 ‘인종주의’처럼 특정 집단에 대한 심한 호감이나 심한 악감을 들어내는 감정적 대응을 한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화집단에 어울릴 수 없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는 속담처럼 우리가 만약 외국인 노동자나 흑색의 피부에 편파적인 차별의 시선을 보내고 그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들도 인간인 이상 그에 상응하는 감정을 가지게 될 수밖에 없다. 이 현상을 국가적인 관계로 확대해보면 심각성은 더욱 깊어지기 때문에, UN에서 경고했듯이 우리는 편파사상을 버릴 필요가 있다.
셋째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전통은 고리타분하다며 무시하고 미국의 신문화나 일본의 자극적 문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리 그들의 문화를 모방하려 해도 그들과 우리는 이제까지 살아온 역사가 다르고 사상이 다르고 환경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전통에서 ‘뿌리’를 지켜나가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 후손에게 우리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물려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로, 비교열위와 비교우위 품목에 있어서의 대응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FTA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농업적인 부분에 불필요하게 높은 에너지를 소비했다. 쌀 시장 보호를 위해서 서비스 분야나 교육 분야 등 주요 개혁이 필요한 부분 혹은 농업 못지않게 열위인 부분을 모두 제쳐버린 것이다. 그에 비해 전자제품이나 조선 등의 비교우위 제품들에 부스터를 달지 못하고 협상이 마무리되어 버린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다섯째로, 창의적 발상이 필요하다. 상상력 그리고 독창성,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하는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석유나 하이브리드 같은 에너지자원 못지않게 큰 파급효과를 발생시킨다. 휴대폰 통화방식을 개발해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이익을 얻고 있는 CDMA방식의 개발사인 퀼컴처럼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정보화 품목을 개발해 나가는 안목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산유국이다’라는 CF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지만 많은 인재들이 우리나라 속속들이 가득 차 있다. 그들을 일깨우고 창의적 마인드를 심어주어 상상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한다면, 그들은 ‘상상의 현실화’그리고 ‘생각의 절대화’로써 세상을 더욱 풍요롭게 우리나라를 세계화의 강국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
☞ 첨삭 : 세계화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바람직한 해결방법을 모든 제시문을 참고하여 기술하라는 문제이다. 세계화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세계화를 통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1,200자 내외의 답안은 나름대로 서론, 본론, 결론의 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학생 답안은 전체적으로 무난한 글이며 단락 구성이나 문장도 몇 부분을 제외하면 괜찮은 편이다. 다섯 개의 방법도 주어진 읽기자료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기술했다. 다만 세 번째 대안은 읽기자료 전체와 다소 괴리가 있는 진술이며, 네 번째 대안은 논리성이 다소 결여되어 설득력이 부족하다. |
4) 4차시 : 논술문 돌려읽기 및 분석, 첨삭
수업의 효과
토요휴업일을 통해 통합교과논술 수업은 학교교육의 전반적인 체질을 개선하고, 교사 간 협력의 증대와 학교수업 정상화를 위한 가장 본질적인 방법이었다. 국어 과목뿐만 아니라 사회, 과학, 수학 과목 교사들이 더불어 수업 과정에 참여함으로 인해 교사들 사이, 다른 교과 사이의 이해의 폭이 늘어서 학교 공동체라는 인식이 강화되었다. 또한 교사 스스로 수업 현장에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개발하여 사교육 시장에 몰리고 있는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 수업시간에 대한 관심과 집중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시장과 비교하여도 월등히 높은 수준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마지막으로 충분한 시간(전일제 수업)의 확보를 통한 교육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함으로써 독서와 토론 그리고 논술을 결합한 바람직한 통합교과논술교육의 모델을 정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