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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자본시장법의 이해
유성임/KDI 경제정보센터 2009.11.04
복잡하게 나뉘어 있는 금융시장 관련 법률을 하나로 통합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사전적 제약을 철폐하여 모든 금융투자회사가 대부분의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 지난 2월 4일부터 시행되었다. 국내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자본시장법 시행을 맞아 이의 구체적 내용과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향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자본시장법이란? 

자본시장법은 금융시장 간 칸막이를 허물어 모든 금융투자회사가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하도록 한 법률이다. 은행 중심의 자금시장과 금융투자 중심의 자본시장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은행(간접금융시장)은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을 겪었다. 수많은 금융기관이 문을 닫거나 외국 금융기관에 팔리고 건전한 은행들이 인수ㆍ합병 등을 통해 대형 우량은행으로 개편되면서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은 크게 개선됐다. 반면,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업종 간 칸막이로 보호받으면서 증권사는 주식 사고파는 일만, 자산운용사는 펀드 운용만 하다 보니 기업투자, 인수합병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외국 금융투자회사에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그동안 각각 다른 업종으로 구분되던 증권사, 자산운용사, 종금사, 선물회사, 신탁회사 등이 모두 ‘금융투자회사’란 하나의 업종으로 간주됨에 따라 금융투자회사 간 무한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갖춘 금융투자회사가 나오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을 세계 일류로 키우겠다는 것이 정부의 전략이다.


 

 

자본시장법의 주요 내용

· 포괄적 금융투자상품 정의 도입 -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 자본시장 관련 법규는 금융투자상품의 범위를 사전적으로 열거해 제한하는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었다. 열거주의에서는 금융투자상품으로 열거돼 있는 상품에 대해서만 금융기관의 취급이 허용되므로 증권회사가 자유롭게 특정 신종 금융상품을 설계하거나 매매할 수 없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에서는 열거주의가 아닌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신상품 개발이 훨씬 자유롭다. 투자성이라는 특징을 갖는 모든 상품이 금융투자상품으로 정의되므로 증권사는 어떤 상품도 개발이 가능하다.

ㆍ기능별 규제체계 도입 - 지금까지 증권회사, 자산운용회사, 신탁회사, 선물회사 등 자본시장 중개기관들은 개별 업법에 따라 규제되었기 때문에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업무라도 서로 다른 규제를 받아 왔다. 그렇다 보니 업권 간에 동일 업무에 대해서도 절차나 간섭 정도 등이 달라 형평성 문제를 야기했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지금까지의 기관별 규제를 기능별 규제로 전환하여 경제적 실질이 동일한 기능에 대해서는 동일기능 동일규제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ㆍ업무범위의 확대 -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을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집합투자업,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신탁업으로 분류하고 상호간 겸영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결제서비스와 환전업무를 허용해, 증권사들도 은행처럼 계좌이체, 결제, 현금자동지급기 수시입출금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ㆍ투자자 보호 강화 -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의 대상을 확장하고 투자자 보호의 수준을 엄격히 하고 있다. 투자권유 전 투자목적, 재산상태, 투자경험 등을 면담 등을 통해 파악하고, 서면으로 확인을 받는 KYC(Know-Your-Customer) Rule과 투자자의 특성에 적합하지 않은 투자권유를 금지하는 적합성 원칙, 광고에 상품의 위험성 명시 의무화 등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불완전 판매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입증 책임을 고객이 아닌 판매사가 지도록 했으며, 불완전 판매 사실이 3회 이상 적발될 경우 판매사 직원의 판매자격을 영구히 박탈하는 3진아웃제를 도입하였다.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

자본시장법 시행은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자본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 2002년에 우리나라의 자본시장법에 해당하는 증권선물법을 도입한 홍콩의 경우 4년 만에 자산운용시장이 2배로 신장하였으며, 호주 역시 2001년 금융서비스개혁법을 도입한 후 세계 4대 펀드강국으로 도약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자금조달 수단과 투자대상 상품이 다양화되면 자본시장 저변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금융산업의 대형화ㆍ겸업화가 활발해질 것이다. 자본시장법은 일정한 자격만 갖추면 은행과 보험을 제외한 모든 금융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진입문턱을 낮추었으며, 상호 간 겸영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업계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며,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나 상호 간의 영역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과제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 자본시장 활성화 같은 순기능이 기대되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자본시장법이 금융사의 영업형태 변화와 업계 재편 등 시장의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자칫 금융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역할모델로 삼았던 리먼브러더스 등 글로벌 IB들의 파산 사태 이후 자본시장법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IB의 몰락은 IB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라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감독의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증권사들은 자본시장법이라는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형화와 전문화를 지향하는 한편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한국형 IB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독당국의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도 과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감독의 실패가 꼽힌다. 자금시장법이 시행되면 감독당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예전에는 기존 규제의 틀에 맞춘 상품만 판매했지만 이제는 증권사들이 얼마든지 창의적인 상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상품이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가져올지 여부를 신속히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시장을 죽이므로 리스크 관리가 양과 질을 모두 고려하는 수준으로 제고돼야 할 것이다.

금융사들의 경쟁력 강화도 시급하다. 자본시장 규제 완화에 따른 금융투자회사의 영업기회 및 활동범위 확장으로 외국계 투자은행의 국내시장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약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경쟁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외국계 금융회사에 국내 금융시장을 크게 잠식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금융수요는 물론 동남아 등 해외에서 요구하는 금융서비스를 개발해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필요한 세부규정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장외파생상품의 등급 산정기준이나 펀드판매 인력에 대한 자격시험 등은 법이 시행된 지금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또한 증권사나 은행 창구를 통한 펀드 가입은 엄격해진 반면 온라인을 통한 펀드 가입은 절차가 덜 까다로워 온라인 펀드 가입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온라인 투자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의 본격 시행으로 국내 자본시장은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제도 초기의 혼란과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우리 금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