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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눈, 화가의 눈
최병서 / 동덕여대교수2009.11.04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적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경제학자들에게는 대단히 당혹스러운 사태였다. 사회과학 중에 가장 과학적이고 정교한 이론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뽐내던 경제학자들의 무력함을 여실히 보여준 일종의 재난이었다. 유수한 천재적인 경제학자들도 이번 세계적 금융위기를 사전에 예견해내지 못했다. 심지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D)의 버냉키 의장까지도 그 사태의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나마 이번 경제위기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한 몇몇 학자들 중에 미국 금융위기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몇 년 전부터 일관되게 금융시장의 위험성을 지적한 사람은 미국의 주택가격지수를 개발한 예일대학의 실러(Robert Shiller) 교수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그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왜 이렇게 경제학자들의 예측력은 형편없는 것일까? 많은 경제학자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부터 전세계적 금융시장 파국에 이르기까지의 인과관계의 본질을 못보고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여러 경기지표들, 가령 소비지출, 주택가격, 소득성장률 등이 호황의 국면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러한 지표들이 그 배후에 내재된 파국의 징후를 호도해버려서 경제학자들은 위기의 본질을 못보고 말았다.
좋은 경제이론이란 경제현상의 배후의 인과관계를 잘 ‘보는’ 것이다. 정확한 예측이란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이론을 뜻하는 영어의 ‘theory’의 어원은 ‘theoria’로 그 의미는 ‘본다’는 뜻이다. 즉, 이론이란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보는’ 논리체계이다.
아마도 사물의 본모습을 가장 잘 꿰뚫어보는 사람은 화가들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세잔과 몬드리안 같은 화가들로부터는 경제학자들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들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경제이론을 어떻게 구체화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폴 세잔은 자연과 사물에서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형태를 보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자연 속의 모든 사물의 형태는 구와 원통, 원뿔로 단순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몬드리안은 세잔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보이는 세상을 매우 단순하고 분명하게 표현했다. 그는 자연의 모든 물체를 수평선과 수직선으로 단순화시켰다. 그리고 그 선들이 만들어내는 면으로 그림을 추상화시켰던 것이다. 몬드리안의 <회색나무>와 <꽃핀 사과나무>와 같은 그림 시리즈를 보면 우리 눈에 보이는 나무가 어떻게 단순화, 추상화되는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와 같은 화가의 눈은 복잡한 경제현상에서 본질적 핵심을 파악하고 거기에서 하나의 일관성 있는 법칙을 이끌어내려는 경제학자에게도 꼭 필요하다. 즉, 경제현상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소거하고 단순화시키며 남겨진 부분에서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하는 추상화 작업이 필수 불가결하다. 이렇게 추상화된 세계는 결코 현실의 세계는 아니다. 마치 몬드리안의 추상적 나무가 우리가 눈으로 보는 나무의 모습이 아니듯이. 그러나 역설적으로 구체적인 현실이 아닌 추상적 모습을 통해서 현실의 세계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의사가 환자의 질병을 알아내는데 환자의 겉모습이 아닌 엑스레이로 추상화된 형상을 통해서 질병의 근원을 알아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본질은 겉모습 속에서는 잘 들어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생텍쥐페리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오아시스가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라고 말이다. 경제학자나 화가들이란 모두 사막에 숨겨진 이 같이 보이지 않는 오아시스를 찾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업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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