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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선택외 1
최희정 대전 갑천중교사/김현진 수원 영생고 교사2009.11.04

                                                                      찬란한 선택

 

                                                                                               최희정 대전 갑천중학교 교사

 

잠시 고개를 들어 바라본 운동장에는 유난히 일찍 찾아온 가을 햇살에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눈부시게 반짝거린다. 그 안에서 뽀얀 먼지를 머금고 힘껏 달리는 아이들과 그늘 밑 벤치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사랑스럽다. 얼마 전에 받은 유정이의 전화 때문에 무거웠던 마음 한켠이 순간 씻겨나가는 상쾌함마저 느껴지는 오후다.

며칠 전 모처럼 두 아이를 데리고 밤 10시가 넘도록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핸드폰 너머로 근심어린 작년 졸업생 유정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저 유정이에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

“유정아, 샘도 네 모습이 눈에 선해. 요즘 날씨도 더운데 많이 힘들지? 그나저나 오늘은 어쩐 일이니?”

“선생님, 오늘 학교에서 선택 과목을 정하라고 하는데, 경제를 선택해야 되는지 고민이에요. 저는 이과를 가려고 하는데, 대부분 친구들이 00를 선택한대요. 전 경제를 선택하고 싶거든요. 선생님 생각은 어떤지 의논드리려고요.”

맘 같아서는 늘 ‘경제’의 중요성을 입에 달고 다니는 나에게 반가운 소식이어야 하는데, 왜 이리 머릿속이 복잡한지 이런저런 상담 끝에 결국 40분이 훌쩍 넘어서야 전화를 끊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 덕분에 놀이터에 나가는 것이 소원이었던 우리 아이들은 이 날 모래 범벅이 되도록 실컷 놀 수 있었던 땡잡은 날이지만, 난 유정이에게 속 시원한 답을 해주지 못했기에 얼굴이 조금 화끈해졌다. 고1인 유정이는 작년에 내가 가르쳤던 졸업생이다. 우리 반 학생도 아니고 성격이 활발한 편도 아니어서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항상 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준 성실하고 고마운 아이였다.

단지 가르치는 것이 좋아 선생님이 되었고, 선생님이 되어 행복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란 소리 한번 듣고 싶어 ‘enjoy 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수업 시간에 참 많은 시도를 해오고 있다. 3학년을 가르칠 때는 2단원에 그치는 경제 수업이 못내 아쉬워 지역 신문사의 도움을 받아 매일 신문 50부를 받아 NIE 활용 및 시사용어를 활용한 수업을 통해 1년 동안 꾸준히 경제적 안목과 사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을 들였다. 특히 중학교 경제 단원의 교육과정 자체가 경제시민의 합리적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어 고등학교 경제 과목과의 연계성이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고등학교에서 경제 과목을 선택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점을 고려한다면 중학교에서부터 경제에 대한 흥미 유발과 필요성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수업에 임하고 있다. 뒤돌아보면 항상 많은 수업 준비에 내 자신도 숨이 턱턱 막힐 때가 있고 아이들도 교과서 외의 학습량과 과제에 비명을 지르고 엄살도 부렸지만, 드디어 지난해에는 중학교 부문 경제 논술대회 본선 부분에서 가장 많은 진출자를 낳았고 2년째 본상을 수상하는 작은 영광도 있어 참으로 보람됐다. 가끔 놀러오는 졸업생들도 고등학교에서 사회 시험은 잘 봤다고 고마움을 표하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큰 자극이 된다.

전화 통화가 있은 후 유정이는 결국 ‘경제’ 과목을 선택했노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이과 계열을 마음에 두고 있는 터라 대부분 친구들이 ‘경제’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망설이던 유정이가 살면서 경제는 꼭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 공부하고 싶다고. 난 유정이의 선택이 부디 찬란한 선택이 되어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공학자가 되기를 기도해 본다. 그리고 다음 기회에 다시금 이런 전화를 받는다면 자신 있게 ‘경제’를 추천하리라 내 자신에게 원망 아닌 원망을 해 본다. 나의 좌충우돌 경제에 대한 끊임없는 짝사랑이 부디 결실을 맺을 그 날까지 쉬지 않고 러브콜을 해야겠다.

 

 

 또 하나의 출발을 준비하면서

 

                                                                                           김현진 수원 영생고등학교  교사

 

며칠 전 아이들은 수능 시험 원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요즘 대학 수시 모집에 원서를 내려고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느라 다들 정신이 없다.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나도 아이들과 상담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던 것 같다. 입학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졸업이라니…. 수시 때문에 정신이 없는 요즘 새삼스럽게 시간이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경제 첫 시간에 아이들을 처음 만났던 생각이 났다.

우리 학교는 2학년에 경제와 사회문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이 편성되어 있다. 나는 지난해에 경제 과목으로 지금 아이들과 처음 만나게 되었다. 물론 아이들이 1학년 때 내가 학생자치부에 근무했으니, 아이들은 무서운 학생부 선생님으로 인식했을지도 모르겠다.

1학년 사회 시간 ‘Ⅷ.국민 경제와 합리적 선택’에서 간단한 경제 지식을 배우고 왔지만, 아이들에게 심화 과목으로 경제 개념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경제를 사회 과목으로서 암기 과목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매년 경제를 가르치면서 고민하는 문제이긴 하다.

 “시장에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왜 한 명 밖에 없는 거죠?”

 “한우가 훨씬 비싼데,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왜 대체재가 되는 거죠?”

 “부자들이 명품을 사는 것도 과시 소비가 되는 건가요?”

어떻게 보면 당황되고, 어떻게 보면 진지한 질문을 할 때는 나 자신도 난처해지면서도, 아이들의 질문에 설명을 하면서 조금 더 공부를 하게 된다.

인문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수학적 사고력이 약간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단순한 가감승제나 응용된 계산 문제를 잘 이해 못하는 학생들도 많은 편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처음에 탄력성, 환율, 비교 우위, GDP 등을 설명할 때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경제라는 과목이 암기 과목이 아니고 이해하면서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유익하고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필요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경제 시간에 배운 것을 신문을 보면서 이해하고, 실생활에 간단히 응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아이들은 점점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이들에게 계속 주문한다. “경제 과목은 암기 과목이 아니라 이해 과목이다.”라고.

지금 3학년으로 수능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 모의고사 문제나 논술ㆍ면접 때문에 가끔 경제를 질문할 때가 있다. 지난해 경제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했던 질문의 수준에 비하면 새삼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 경제 단어 하나하나를 물어보던 아이들이 경제 신문을 가지고 와서 질문을 하고(가끔 토론 정도의 수준을 요하는 질문들도 있다), 요즘 경제 상황을 배운 것을 토대로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의 발전이 기특하게 생각되면서 고맙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이런 변화의 모습을 보면 무엇이든 간에 기초부터 천천히 노력한다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 만큼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또한 좀 더 넓은 사회에 진출하면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꼭 필요한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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