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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저축과 투자, 어떻게 다른가?
강창희/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2010.09.29

몇 년 전부터 중고생과 대학생들 사이에 금융?투자 관련 공부 모임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공부 모임도 유행이다. 어떤 포털 사이트에는 학생들이 주로 가입하는 재테크 카페만 100개가 넘는다. 금융?투자 관련 지식은 행복한 인생을 누리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만큼, 일찍부터 기본적인 투자 학습을 해두는 것이 좋지만, 이런 활동이 지나치게 단기간에 돈 버는 기술만을 공부하는 이른바 ‘재테크 동아리’처럼 변질되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겠다. 증권사들이 개최하는 모의 주식투자 대회는 대부분 몇 개월, 심지어는 한 달 동안의 성과를 기준으로 시상한다. ‘단기 주가 알아맞히기 대회’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단기간의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투자에 성공하려면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투자 대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우선 금융상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공부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들이 자주 사용하는 금융(金融)이란 말은 돈의 융통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금융상품은 융통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는 현금, 예금, 주식, 채권, 펀드, 보험, 연금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금융상품은 크게 저축상품과 투자상품으로 나뉜다.


 저축과 투자, 뭐가 다르지?
저축과 투자를 비슷한 뜻으로 쓰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둘은 상반된 개념이다. 저축의 사전적 정의는 ‘아껴서 모으다’로, 은행예금, 지급액이 확정된 보험, 지급액이 확정된 연금이 대표적인 저축상품이다. 저축상품에 가입하면 자산이 불어나는 속도는 느리지만 원금이 손실될 염려는 없다. 금융기관이 운용의 결과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반면 투자는 ‘가능성을 믿고 자금을 투하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믿었던 대로 되면 크게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원금이 손실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투자의 결과는 전적으로 투자자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에, 손실을 보더라도 투자를 중개한 금융기관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투자상품으로는 주식, 채권, 펀드, 변액보험, 변액연금 등이 있다.
주식이란 ‘어느 회사의 주인이라는 증서’를 말한다. 따라서 그 증서 즉,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 회사가 잘되어 주식 값이 오르면 돈을 벌고, 회사가 잘못되어 주식 값이 산값보다 낮아지면 손해를 입는다. 채권이란 돈을 빌렸다는 증서로서,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기관에 문제가 생겨 빌린 돈을 갚지 않거나 금리가 오르게 되면 채권가격이 산값보다 낮아져 손실을 입게 된다. 펀드는 전문가가 투자자를 대신해 주식이나 채권 등을 운용해 주는 상품으로, 이 또한 운용 결과에 따라 수익을 낼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한편 변액보험(연금)은 보험(연금)자산을 운용한 결과가 좋으면 보험금(연금)을 많이 받게 되고, 운용결과가 나쁘면 그만큼 덜 받게 되는 보험(연금)을 말한다.
결국 저축상품과 투자상품은 운용에 따르는 책임을 금융기관이 지는가, 그렇지 않은가에서 차이가 있다. 이를 전문용어로 표현한다면 운용에 따르는 리스크(Risk)를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상품은 저축상품, 운용자가 부담하는 상품은 투자상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상품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리스크의 본질에 대해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리스크와 위험
흔히 리스크(risk)를 ‘위험(danger)’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처럼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품을 위험한 상품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위험과 리스크 모두 불확실한 상황을 의미하지만 리스크는 관리가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리스크가 따르는 상품의 하나인 주식에 투자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잘만 관리한다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이게 바로 리스크의 속성이다.
라틴어에서 나온 리스크라는 말은 본래 ‘용기를 갖고 시도해 본다’는 뜻이다. 어떤 남학생이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데이트 신청을 해야 한다. 이 때, 거절당할까 겁나서 데이트 신청을 포기하면 여자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도 놓치게 된다. 따라서 거절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상대가 응해오도록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금융상품 운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손실을 입을지도 모르는 리스크가 두려워 금융기관이 원리금을 책임져주는 예금 즉, 저축만 해서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없다. 높은 수익을 내려면 가격 변동의 리스크가 큰 투자상품도 운용해야 한다.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현재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3~4%대다. 경기가 회복되고 설비투자가 늘면 예금금리가 1~2%정도 오르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큰 혼란이 오지 않는 한, 1990년대까지 수십 년간 계속돼 온 10%대의 예금금리 시대는 다시 오기 어렵다. 이는 앞으로 저축상품만으로는 자산을 형성하기가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보유 금융자산의 일정부분을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투자상품에 운용하지 않고서는 고수익을 얻기가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배우자나 직업을 선택하는 일에서부터 자산을 운용하는 일까지 다양한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그 리스크를 피해선 안 된다.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되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