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들이 어떤 상품을 항구적으로 외면하기 시작하면 그 가격은 폭락하고 다시 반등하지 못한다. 이 상품의 생산은 손실만 불러올 것이므로 더 이상 사람들의 생업으로 구실할 수가 없다. 반대로 수요자들이 특정 상품으로 몰리면 가격이 오르므로 그 상품의 생산자들은 이익을 보면서 생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여 가격은 시장이 각 생업에 보내는 신호(signal) 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 신호에 따라서 각자 현재의 생업을 계속할지 아니면 접고 다른 생업을 찾을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소비자도 시장신호를 존중한다. 현재의 한정된 소득으로 소비의 효과를 최대한 높이려면, 지나치게 비싼 제품의 소비는 절제하고 품질에 대비하여 가격이 적정한 제품을 골라서 소비해야 한다. 알뜰하게 살림하려는 소비자나 더 많은 이윤을 찾는 기업이나 각자 무엇을 소비하고 생산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별 경제주체가 결정할 뿐 어느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모든 개별 경제 주체들의 선택은 가격이라고 하는 공통된 시장신호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상품이 모자라면 그 가격이 오르는데, 값이 오른 상품의 생산은 늘고 소비는 줄어들기 때문에 부족의 폭이 감소한다. 상품이 남아돌면 같은 원리로 과잉의 폭이 줄어든다. 각자 이기적 동기로 생산하고 소비하더라도 가격신호는 상품의 과부족을 사회 스스로 해소하도록 이끌어간다. 자유로운 개별 결정이지만 모두 일사불란하게 공통 신호인 가격에 반응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균형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을 통한 거래가 불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다. 과거에는 매연을 뿜어대는 공장이 있어도 모든 사람들에게 숨 쉬는 권리가 있듯이 누구나 매연을 뿜어댈 권리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아무도 환경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누가 환경을 오염하더라도 그 정화비용을 요구하고 나설 주체가 없었다. 그러나 옆집 사람이 공사를 벌이면서 내 땅을 폐기물 임시 유치장소로 사용하려고 한다면 나는 대가를 받고 임대해 줄 수도 있다. 같은 오염이지만 내 땅을 오염하면 내가 나서서 대가를 요구하는데 대기오염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가를 요구하고 나서지 않았고 나설 수도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내 땅의 오염에 대해서는 시장거래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환경오염은 시장거래로 문제를 해결하려해도 거래할 상대방이 없었기 때문에 시장이 아예 형성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경제적 이익을 해치는데도 그 행동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는 경우를 ‘시장실패 (market failure)’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시장실패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대가를 지불하는 시장교환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는 행위를 ‘외부불경제 (external diseconomies)’,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이익을 주고도 시장교환을 통한 보상이 보장되지 않는 행위를 ‘외부경제 (external economies)’라고 한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의 음향을 크게 틀어 이웃을 불편하게 하는 행위는 외부불경제로 이어지고, 큰길에서 내 집에 이르는 골목길에 외등을 설치하여 밝히는 행위는 이웃사람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외부경제를 불러온다. 외부불경제와 외부경제를 합쳐서 ‘외부성 (externalities)’이라고 부르는데, 외부성은 ‘시장실패 (market failure)’의 대표적 사례다.
경제행위가 외부성을 야기하면 가격신호는 오작동하기 시작한다. 다음의 예를 보자.
【지금은 정부가 나서서 환경을 훼손하는 공해를 적극 통제하지만 과거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매연을 뿜는 공장이 80원의 비용을 들이면 100원짜리 상품을 한 개 생산하는데 이 때 유발한 매연으로 50원어치의 대기 청정도 상실이 발생한다면 (즉 오염된 대기를 다시 원래대로 정화하는 데 50원이 소요된다면), 이 100원짜리 상품의 생산에 소요된 실제비용은 130 (=80+50) 원이라야 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생산자가 50원의 공해비용을 부담하지 않았기 때문에 80원만 들이고 생산하여 20원의 이윤을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소비자는 대기오염을 감수하는 대신 오염유발 상품을 100원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생산자가 80원이라고 생각한 생산단가는 130원이었고, 소비자가 100원이라고 생각한 가격부담이 사실은 150원이었다. 시장가격이 100원으로 결정되면 생산기업으로 하여금 실제비용이 130원이라도 생산하도록 이끌고, 소비자로 하여금 이 상품을 소비하기 위하여 150원의 실제비용을 부담하는데도 100원짜리로 착각하도록 오도하는 것이다. 가격신호의 이러한 오작동은 요즈음처럼 환경규제가 생산자에게 오염비용을 부담시키면 시정된다. 이 상품이 생산되려면 가격이 130원 이상으로 올라야 하는데 가격이 오르면 소비량이 줄어든다. 소비량이 줄면 이에 따라서 생산량도 줄고 동시에 대기오염도 감소하는 것이다. 매연방출의 외부불경제를 방치하면 시장신호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매연도 더 많이 방출하도록 오작동하는 것이다.】
이 예에서 상품의 생산은 자원만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맑은 대기까지도 소모한다. 상품 생산에 소모되는 모든 것을 반영하는 ‘사회적 비용 (social cost)’은 환경오염까지 포함하지만, 기업에게 환경오염의 책임을 묻지 않는 사회라면 기업이 부담하는 ‘사적 비용 (private cost)’은 그만큼 줄어든다. 즉 외부불경제는 사회적 비용이 사적 비용보다 더 큰 상황을 지칭한다.
환경오염을 단속하지 않던 과거에 오염유발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오염된 환경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환경규제가 강화된 요즈음에는 오염유발자가 오염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즉 값을 지불하고 사회로부터 오염권을 구입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과거에 없던 오염권 판매주체의 기능을 담당하기 시작하면서 오염권을 거래하는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 이처럼 시장거래가 불가능하던 외부성에 정부가 개입하여 관련 시장을 창조하는 행위를 ‘시장창조 (market creation)’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시장실패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정부의 개입을 기대한다. 그러나 정부개입은 시장신호의 작동을 중지하거나 더욱 왜곡하는 형태로 전개되면 안 된다. 시장실패에 대한 정부개입은 왜곡된 시장신호의 오작동을 보정하는 수준의 시장창조에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