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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합리적 소비와 바람직한 소비
조옥준/광남고 교사 2010.09.30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전력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1.7배에 달하는 등 전력 과소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08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전력 사용량은 달러당 0.580kWh로 OECD 평균(달러당 0.339kWh)의 1.71배에 달했다.                                          |기사 중 일부 발췌| 동아일보 2010년 8월 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전력산업구조 정책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 1인당 연간 전력소비량이 7607kWh로, 1인당 국민소득이 2배인 일본(7372kWh)보다 높다고 한다. KDI는 전기요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보고 비용을 올려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전력사용량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하거나 사용료 인상이라는 경제적 유인을 이용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사실 소비자들은 일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에너지 절약 활동을 한다. 절전형 멀티탭을 달고, 실내 전등사용도 줄이고, 빨랫감이 찼을 때 세탁기를 돌리고, 가전제품을 안 쓸 때에는 콘센트를 뽑아 두어 전기소비를 줄이는 게 그 예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이 ‘난 전기료에 구애받지 않고 쓰고 싶은 만큼 쓰겠다!’고 한다면 이것은 어떻게 봐야 할까?
얼마 전 집을 넓혀 새로 이사 간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큰방을 놔두고 식구들이 마루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바로 위층에서 에어컨을 24시간 틀어 놓는 바람에 실외기 소리가 밤낮으로 울려대기 때문이었다. 위층에 조치를 요구했지만 에어컨 회사 직원이 와서 그런 소리가 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대꾸하고 갔단다. 친구는 “그 집 사람들은 전기세가 걱정되지도 않은가 봐”라며 여름 내내 그 소음을 견뎌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경제주체의 하나인 가계는 경제활동 중 주로 소비를 담당한다. 소비행태는 ‘합리적 소비’와 ‘바람직한 소비’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합리적 소비는 자신의 소득 범위 안에서 소비한다는 경제적 준거를 만족시키는 개념이다. 즉, 그 위층 사람들처럼 24시간 에어컨을 틀고 그 전기세를 감당할 만큼 소득이 있다면 그들의 행위는 합리적 소비다. 반면, 바람직한 소비는 소비 행위에 윤리적 준거가 개입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도덕적이며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금욕과 절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비자 선택의 윤리적 준거까지도 만족시키는 소비인 것이다. 자신이 번 소득으로 전기세를 낸다 하더라도 바로 아래층 이웃이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소비행태가 윤리적으로 타당한가 돌아보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요새는 기술진보와 문명의 이기를 한껏 소비하며 더운 여름에도 담요를 덮고 겨울에도 반팔 옷을 입고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런 문명의 혜택을 자발적으로 거부하면서 소비를 최소화 하자는 주장도 있어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기자인 후쿠오카 켄세이는 저서 「즐거운 불편」에서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도시락 갖고 다니기, 엘리베이터 이용하지 않기, 제철 채소나 과일만 먹기 등 기존 문명에 익숙한 생활패턴에서 벗어나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는 생활을 하고 난 뒤 자신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보여주었다. 그는 물질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내면은 황폐해진 자신이 덜 소비하고 덜 가짐으로써 역설적으로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고 주장했다.
많이 소유하고 많이 소비하라고 부추기는 현대 사회에서 이른바 경제적 준거에 따른 합리적 소비가 이웃을 배려하면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바람직한 소비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의 미래를 위협하는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 기후 변화 등의 암울한 현실에 대해 이기적이고 무분별한 개인들의 소비도 책임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