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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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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박여진 한영고등학교 선생님
인터뷰 - 이지혜/KDI 경제정보센터 2010.09.30

“우리 동아리 아이들을 자랑하고 싶어요!” 혹시나 하고 걸어 본 전화인데, 수화기 너머로 박여진 선생님의 힘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 후 동아리에서 만들어내는 경제정보지라며 보내주신 ‘헤르메스(HERMES)'를 펼쳐 본 후, 선생님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학생들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뚝뚝 묻어나는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시사경제반은 어떤 동아리인가요?
2005년도에 경제에 관심있는 아이들 몇 명을 데리고 한 신문사가 주최하는 경제체험대회와 NIE 신문만들기 대회에 나가 수상을 했어요. 의욕이 넘치고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을 보며, 뭔가 체계적인 활동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싶어 만들게 됐습니다. 특별활동으로만 운영했었는데 지금은 교내에서 가장 좋은 동아리로 발전했어요.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의 기업을 방문해 생산과정을 둘러보고 기업 이념과 진로에 대해 운영자의 이야기를 듣는 기업체험학습, 연 2회 경제학술지인 헤르메스 발간, 금융교육 집중지원 프로그램, 경제 관련 스터디 등을 운영하고 있지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정말 열심히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진화해야 하는 것이 숙제인 것 같아요. 대입을 위한 경력쌓기 목적으로만 이용되지 않고 진정으로 경제에 관심과 애정을 가진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깊이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헤르메스, 클릭 경제교육과 너무 닮았네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클릭지를 구독하는 아이들이 그것과 꼭 같은 경제지를 만들고 싶어 해 벤치마크 했지요. 이 학교가 위치한 강동구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나름대로 분석해보기도 하고, 동아리 선배, 경제 분야에서 자리 잡으신 학부모들을 찾아가 원고 청탁도 하고, 삼성중공업·고리원자력발전소 등 자기들이 견학한 기업의 발전 전망에 대해 글도 씁니다. 올해 미술하는 친구가 하나 들어왔는데, 경제만평 코너를 맡아 만화도 그리구요. 내용을 구성하고 기사를 분담해 작성하고 검토하고 편집하는 모든 일을 아이들이 직접 해요. 책이 나오면 선생님들도 꼭 챙겨보시고, 교장선생님도 학교 홍보하실 때 빼놓지 않으세요. 이것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대입에도 도움이 많이 되더군요. 이런 동아리 활동이 인정받아 올해만도 서울대 특기자 전형 합격생이 두 명이나 나왔습니다.


 학생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데 영향이 클 것 같은데, 어떤지요?
며칠 전 교내 ‘사회과 경시대회’가 열렸어요. 윤리, 국사, 지리, 경제의 네 과목이 있었는데 경제에 응시한 학생이 제일 많아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릅니다. 상위권에 오른 학생 대부분이 시사경제반 아이들이었는데요, 경제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1, 2학년 학생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높더군요. 경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기업을 체험하고, 책과 신문을 읽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지식을 익혀갔던 것 같아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런 분위기 덕인지 심화경제를 선택해 듣는 아이들은 많지만, 그것이 수능에서의 선택으로 잘 이어지진 않아요. 수능에서 사회탐구 선택과목이 두 개로 줄면서 학교에서 경제교육의 위상은 계속 낮아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그런데 입학사정관이 도입되면서 경제 관련한 동아리 활동이라든가, 캠프나 연수 참여 등 학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는 놀랄 정도로 많아요. 사실, 학생들이 경제를 많이 어려워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학생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환율 체험학습도 그 일환이에요. 학생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고, 그렇게 웃고 노는 과정에서 어려운 개념들을 모두 이해하게 되거든요.


 재미있는 경제교육, 또 어떤 방법들이 있나요?
문과반은 진도나 시간 등의 제한이 커, 원하는 모든 방법을 쓰긴 힘들지만, 그런 부담이 비교적 적은 이과반의 경우에는, 경제수업을 ‘모던타임즈’라는 영화를 보는 것으로 시작해요. 시장경제체제의 본질과 문제점, 세계대공황, 인간소외 등을 이야기하며 경제를 알아야 하는 필요성을 설명하지요. 첫 시간부터 집중도나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져요. 실업을 배울 때에는 ‘풀 몬티’도 보구요.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를 보면서 교과과정엔 나와 있지 않은 게임 이론에 대해 설명했던 적이 있는데, 그 해 서강대 이과 논술고사로 게임 이론이 출제됐어요.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고맙다고 해 뿌듯했던 기억도 있죠. EBS의 ‘지식채널’이란 프로그램은 종종 ‘축구공의 경제학’ 등 경제관련 내용을 진지하고도 감동적으로 전하기도 해서 수업자료로 자주 써요. 신문 활용 수업도 자주하고, 체험경제교육 교사연구회에서 개발한 체험활동이나 게임을 쓰기도 합니다.


 더 좋은 경제교육을 위해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대학 입시에서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학교 밖에서 무엇을 했느냐보다 학교 안에서 무엇을 했느냐를 더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만큼, 학교 경제교육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많이 개발됐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산업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도 개별 교사가 소수의 학생을 데리고 기업에 연락해 시찰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거든요. 주요 기업을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 구성돼 있다면, 교사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요. KDI에서 주최하는 ‘청소년 시장경제교실’처럼 아이들이 경제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더 필요해요. 경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고 학교에서도 경제과목을 접하는 태도도 달라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영고 시사경제반이 만드는 ‘헤르메스(HERMES)'는 날개달린 모자와 신을 신은 올림포스 12신 중 하나로, 전령의 신이자 상업의 신이기도 하다. 헤르메스가 신들에게 소식을 전하듯 자신들이 연구하고 만들어 낸 지식과 정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은 명칭이란다. 학생은 어리고 배우는 자이지만 때로는 그들로부터 배우기도 함을, 그들을 자라게 하는 것은 바로 교사의 역할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