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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한국 중학생 수준의 경제이해력 분석
김경모/경상대학교 교수 2010.09.30

지난 7월 정부는 ‘경제교육활성화방안’을 발표하면서 초·중·고 학생의 시장경제원리에 대한 합리적 인식도를 측정하는 소위 ‘경제이해력 지수’를 2010년 100을 기준으로 2015년 120까지 높인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경제이해력 지수의 바탕이 되는 ‘경제이해력’의 정도를 측정한 사례는 제한적이며 이들 연구는 모두 미국 경제교육협의회(Coununcil for Economic Education; 이하 CEE)에서 개발한 평가도구를 사용했다.
CEE의 평가도구는 학교급 별로 다양하다. 5~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BET(Basic Economic Test), 8~9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TEK(Test of Economic Knowledge), 11~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TEL(Test of Economic Literacy), 그리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TUCE(Test of Understanding of College Economics) 등 네 종류가 있다. 특히 8~9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TEK는 1987년에 처음 나온 이후, 2006년부터의 준비과정을 거쳐 20년 만인 2007년 9월에 ‘TEK 2’로 개정됐고 현재 미국, 일본 등에서 추가적인 비교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글에서는 TEK 2를 이용해 우리나라 중학생 수준의 ‘경제이해력’을 측정한 결과를 소개하고 한국과 미국 학생들의 측정 결과를 비교해보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조사결과가 경제수업에 시사하는 바를 정리하고자 한다.
조사대상은 서울 시내 7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1,323명이다. 본 연구의 조사도구인 TEK 2는 애초에 8~9학년, 한국의 경우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선택한 것은 한국의 교육과정 상 중학교 사회의 경제 내용이 3학년 후반에 배치되어 있어, 중학생을 대상으로 할 경우 설문이 진행된 7월 초에 경제내용을 아직 학습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제이해력은 평균 56.6점으로,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경제이해력이 더 높게 나타났다. 남학생의 경제이해력은 100점 만점 기준으로 49.1점에 그친 반면 여학생은 61.6점으로 12.5점이 더 높았다. 이들의 경제이해력은 경제와 관련한 학습 경험의 유무에 따라 차이를 보였는데, 남녀 모두 경제관련 서적을 즐겨 읽고 경제관련 체험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우 경제이해력이 높게 나타났다. 이밖에도 남학생은 경제관련 기사나 특강을 접한 경우 경제이해력이 더 높았다.
조사대상 학생들의 경제학에 대한 태도와 소비의식에 따른 경제이해력의 차이도 살펴보았다 .경제학에 대한 태도는 경제학에 대한 선호도·경제학에 대한 관심도·경제학의 실용성에 대한 인식으로 구성됐는데, 그 태도가 우수한 학생일수록 경제이해력이 높게 나타났다. 소비의식은 가격 또는 품질에 기초한 소비행동과 실용성에 기초한 소비행동으로 분류했는데, 이는 학생들의 경제이해력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탐구영역과 일반사회영역에서 선호하는 과목에 따른 경제이해력의 차이도 살펴보았는데, 경제를 가장 좋아한다고 답한 학생들의 경제이해력이 특히 높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회탐구영역에서는 윤리를 좋아하는 남학생과 역사를 좋아하는 여학생의 경제이해력이 높았고, 일반사회영역에서는 남녀 모두 정치를 좋아하는 학생의 경제이해력이 높게 나타났다.
한편, 조사 대상 학생들의 경제이해력 평균점수인 56.6점은 미국의 중학생 경제이해력 측정결과인 51.7점보다 높다. 한국 학생이 미국 학생보다 정답률이 높은 문항은 총 40개 문항 중 25개였다.  특히 한국의 정답률이 미국의 정답률보다 평균의 차이인 10점보다 높은 문항의 수는 16개인 반면 한국의 정답률이 오히려 낮은 문항의 수는 15개로 나타나 문항별 한국과 미국의 정답률에는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많은 국제비교 연구 결과에서 발견되고 지적되듯이 이 조사 또한 표집 오차(sampling bias)를 감안하면 양국 간의 절대적인 점수 차는 그리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것보다는 개념의 종류와 인지영역에 따라 양국의 학생들이 어떤 상이한 반응을 보이는가를 비교해 보는 것이 더 의미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아래 표는 한국과 미국의 내용 표준의 주요 개념 및 인지영역 구분에 따른 경제이해력을 비교한 것이다.


우선, 주요 개념별 경제이해력을 비교하면 테스트를 통해 측정한 총 18개의 경제개념 중 12개의 개념에서 한국 학생들의 경제이해력이 미국 학생들보다 높았다. 한국 학생들은 특히 경제적 의사결정 및 한계분석, 경제체제와 분배 제도, 시장과 가격, 화폐와 통화 공급, 물적 및 인적자본 투자 등 5개 개념에 대한 경제이해력이 평균의 차이인 10점보다 높았다. 한편 미국 학생들은 전문화와 비교우위, 경쟁, 경제제도, 노동시장과 소득, 기업가, 총생산·소득·고용 및 물가 등 5개 개념에 대한 경제이해력이 한국 학생들보다 높았다.
개별 문항이 속한 인지영역에 따른 경제이해력은 한국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보다 높았으나 평균의 차이보다 크게 높지는 않았다. 구체적으로 지식영역에서는 한국과 미국 학생들의 경제이해력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이해영역과 적용영역에서는 한국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보다 각각 3.4점과 4.1점 높았다.
이상의 조사 결과는 조사대상의 선정과 관련한 큰 한계를 지님에도 불구하고 경제수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한국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에 비해 미시영역에 속하는 경제개념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학교 사회에서 다루는 경제내용이 주로 미시영역에 한정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중학교에서 집중적으로 배우는 수요와 공급 원리를 확대·응용함으로써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학생들이 접하는 거시영역의 경제 주제와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이 실현된다면 이들의 경제이해력은 보다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미시영역의 학습이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면 거시영역의 학습이 이뤄진 후 측정결과는 또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본시학습에서 미시개념을 학습한 후, 심화학습 등의 수단을 통해 거시영역을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수업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리 학생들은 미국 학생들에 비해 단순한 경제지식 보다는 이해와 적용 영역에 속하는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적절한 문제 사례를 통해 경제 관련 사실이나 개념을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경제수업을 통해 접할 수 있다면 충분한 성과를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미국학생들과의 비교에 있어서는 다소 우위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상대적인 취약점을 가진 주제, 즉 미시영역에서 평균 이하의 성취도를 보이는 경제수업 주제와 관련 개념들에 대해서는 연수와 수업계획 활동을 통해 집중적인 연구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주제는 희소성, 경제적 선택, 생산요소, 전문화와 비교우위 경쟁이다.
지금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조사대상 학생들이 2학년 또는 3학년 과정에서 선택 과목으로 ‘경제’를 수강하지 않는다면 공식적인 경제교육은 그것으로 종료된다. 그만큼 미시영역에서 학생들이 부족한 이해를 보이는 부분은 물론, 미시영역의 학습내용과  거시영역의 적절한 접점을 찾아 보다 내실있는 수업을 구성해 나가야 하는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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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0년 8월 한국경제교육학회 하계 세미나에서 발표한 「한국 중학교 수준의 경제이해력 분석」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정리한 것으로, 한경동(한국외대), 장경호(인하대)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한 것이다. 연구의 내용 및 측정도구의 개별문항에 대한 궁금한 사항은 집필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