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내용으로 건더뛰기

모바일 대메뉴명

KDI 경제정보센터

KDI 경제정보센터의 다양한
경제교육을 만나 보세요.

경제교육 click 경제교육

click 경제교육

기아를 잠재울 감자대왕은 어디에?
최연수/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겸임교수2011.03.29

춘삼월이 되니, 불행하게도 춘궁기가 떠오른다. 식량의 산술학적 증가와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 사이에서 인류는 영구히 굶주릴 것이라는 맬서스의 예언이 적중이라도 하듯 21세기에도 여전히 지구상에는 8억 명이라는 많은 인구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그 옛날, 기아에 시달리던 유럽에 구세주처럼 다가갔던 작물이 있다. 바로 감자다.


땅의 소산에 따라 인구가 자연적으로 조절되던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급증한 인구로 인해 유럽은 식량난에 봉착했다. 영국의 목사이자 경제학자였던 맬서스는 그의 유명한 책『인구론』(1798)에서 인구와 식량의 불균형으로 인류는 대재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암울한 예언을 하기도 했다.


다행히도 1526년 경 신대륙에서 건너 온 구황작물 감자가 극심한 기아현상을 완화시켰다. 처음엔 문둥병의 요인이고 위에 가스를 차게 한다는 이유로 유럽인들은 이 새로운 작물에 강하게 저항했다. 자극성 있는 향신료에 익숙해진 서부유럽의 사람들에게 밍밍한 감자 맛은 별미가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거듭되는 흉년으로 굶주리던 17세기 초반 아일랜드에 감자는 구세주로 정착했다. 독일에서는 이보다 뒤늦게 30년 전쟁이 한창인 17세기에,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7년 전쟁 중인 18세기 중반에 주요 식량으로 자리잡아갔다.


감자보급에 얽힌 일화가 하나 있다. 18세기 말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은 슐레지엔에 감자를 경작해 식량난을 해소하려 했지만, 고집 센 농부들의 저항에 부딪혀 별 성과가 없자 마을 어귀 감자밭에 근위병을 세워 철통수비를 하도록 했다. 당시 농부들은 감자를 보는 족족 불더미에 던져 버렸는데, 감자밭을 둘러싼 근위병들의 존재는 감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농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면 저렇게 감시를 할까 싶었던 거다. 궁금증이 극에 달한 농부들은 감자서리를 하게 됐고 고소한 그 맛에 익숙해진 농부들은 점차 감자를 많이 심어 오늘날 독일이‘감자의 나라’가 되는 초석이 됐다. 포츠담 상수시에 있는 프리드리히 대왕의 묘지에는 독일 국기로 장식된 감자가 놓여있을 정도로 오늘날까지 그는‘감자대왕(Kartoffel Fritz)’이라는 애칭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작고 맛있는 만나’라고 세익스피어가 말했듯 감자는 18~19세기 배고픈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양식으로 각광받으며 산업혁명 완수에 필요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한 일등공신이 됐다. 더군다나 감자는 필수 아미노산 라이신이 첨가된 영양식품일뿐 아니라 고기섭취로 인해 산성화될 수 있는 체질을 중성으로 유지시켜주는 알카리성 식품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가난한 자의 친구로 다가왔던 감자는 1845~46년, 잦은 장마로 인해 생겨난 감자역병 때문에 밭에서 다 썩어나갔다. 17세기 초 감자도입과 함께 굶주림에서 해방된 아일랜드 인구는 200만 명에서 800만 명까지 증가했지만 감자역병이 휩쓸고 간 몇 년 사이 총 인구의 1/4을 잃었다. 100만 명은 굶주림으로 죽고, 100만 명은 기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굶주림에 대한 기억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한 악몽으로 DNA에 각인이라도 된 듯 아일랜드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 300만명 내외다.


한 손에 쥘 수 있는 자그마한 감자에도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숨어있다니. 20세기 들어 세계 인구가 4배나 증가하면서 기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많아진 인구보다도 부의 지역적 불균형과 무관심으로 굶주림의 역사가 지속되고 있다는 아픈 현실을 직면하고 있다. 더욱이 바이오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옥수수와 콩, 밀과 같은 곡식의 지속적인 가격상승,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 글로벌 식량위기로 확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아일랜드의 비극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최연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겸임교수 | munwonc@hanamil.net

남북한의 경제교육은 무엇이 다를까?
비밀번호 확인
  • 작성 시 등록하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 * 타인의 게시물을 허락없이 수정/삭제하는 경우
    경고조치 없이 사용상의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KDI 경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