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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차등의 원칙
최병서/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2011.03.29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는 ‘공정한 사회’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이나 경제 심포지엄에서도 주요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정의의 문제를 다룬 철학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다. 이런 사회 현상은 거꾸로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그만큼 공정하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 빈부 격차는 점점 더 커지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 그리고 복지 수혜계층의 확대가 국가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사회적 약자와 공공 선택의 문제를 전쟁 상황을 통해서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다. 이 영화는 사상최대의 작전이라고 불리는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배경으로 시작되는데, 생생한 전투 장면의 묘사로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이후 전쟁 영화의 교본이 됐다.


사실 전쟁은 경제학적으로 보면 엄청난 파괴적 소비행위다. 전쟁을 수행하는 데에는 막대한 양의 인적, 물적 자원이 소요된다. 이러한 대규모 군수물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막대한 재정지출이 요구된다. 국민경제 전체로 볼 때 총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며 정부재정 적자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불황기 때에 전쟁의 발발은 총수요를 창출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영화로 들어가 보자. 존 밀러 대위(탐 행크스 분)는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 미션의 목적은 전진 속에서 실종된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이고 여기에 8명의 대원이 투입된다. 이 미션은 대원들이 영화 속에서 불만을 털어놓듯이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도대체 한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8명의 목숨을 희생해도 된다는 말인가?’라는 의문이다. 똑같은 문제를 성경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잃어버린 양 한 마리와 나머지 99마리의 양에 대한 비유가 그것이다. 영화 속 부대원의 불만은 곧 ‘잃어버린 양 한 마리의 가치는 나머지 99마리의 양들만큼 값어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치환될 수 있다.


한 부대원이 이렇게 말한다. “중위님, 내가 보기에 이건 소중한 군사자원을 심각하게 잘못 배분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네요.(…this mission is a serious misallocation of valuable military resources.)”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부대원의 말처럼 이건 전혀 효율적인 선택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 존 롤스(John Rawls)의『정의론』을 살펴보자.


롤스에 의하면 정의의 문제는 원초적으로 평등한 상태에서 어떤 원칙에 동의해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는 모든 정보가 차단된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에 싸인 가설적인 원초적 상황(original position)에서 두 가지 정의의 원칙을 수립했다. 모든 개인이 자신에 관한 모든 정보, 즉 사회적 지위, 선호, 능력 등에 관해 무지한 상태에서 사회의 원칙을 정해야 하며, 이러한 상태에서만 모든 합리적인 개인이 ‘만장일치’로 합의할 수 있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원칙을 도출해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첫 번째 원칙은 모든 개인은 똑같은 기본적 자유와 권리(equal liberty and rights)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될 수 없다. 가령 경제적 복지의 이름으로 기본적 자유를 억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두 번째 원칙은 유명한 롤스의 경제적 원칙으로 소위‘차등의 원칙(difference principle)’이다. 이것은 어떤 사회에서 어떤 제도를 수립할 때 그 사회의 최소 수혜자(least advantaged)의 후생수준이 그 제도에 의해서 이전보다 향상될 수 없다면 그 제도는 부정의(unjust)한 것으로 본다. 어떤 제도 하에서 최소 수혜자들의 후생 수준을 우선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면 그 제도가 설사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한다고 해도 정의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최소수혜자들의 후생을 최대한도로 고려하는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이 원칙을 ‘최대최소 원칙(maximin principle)’이라고 부른다. 즉, 최소수혜 계층의 후생을 극대화한다는 의미다.


이 원칙에 입각하면 이 영화의 상황에서 최소수혜자는 바로 라이언 일병의 어머니다. 사회적 후생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어머니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일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 즉, 사회적으로 더 높은 가중치를 가진다. 따라서 이 일을 수행하는 작전에 8명의 목숨을 걸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롤스의 입장과 반대에 서있는 공리주의자(utilitarians)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다시 보자. 공리주의자들은 인간의 모든 고통(pain)과 쾌락(pleasure)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 그 측정단위가 유틸(util)이다. 따라서 사회구성원 전체의 효용의 합을 구할 수 있고 그것이 사회후생의 크기다. 이 때 모든 개인은 같은 비중으로 계산된다. 사회의 목표는 그것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리주의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명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계층의 희생으로 다른 계층들의 편익이 엄청나게 커질 수 있다면 소수의 이익은 희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극단적으로는 노예제도조차 옹호할 수도 있게 된다. 공리주의에 입각하면 영화에서처럼 한 명의 목숨을 위해서 8명이 희생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롤스적 최대최소 원칙에서 최소수혜자의 비중이 예외적으로 최대화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그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합리적 선택으로 차등의 원칙이 채택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한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가 커질수록 또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어려워질수록 공리주의적인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고, 롤스적 차등 원칙에 입각한 최소수혜자의 입장이 크게 부각될 것이다.


스필버그는 전쟁, 특히 이들의 미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밀러 대위의 입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밀러 대위가 호바드 중사와 나눈 대화를 음미해 보자. “대원을 한 명 잃게 되면 그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나? 한 명의 희생이 둘, 셋 아니 열 명 아마도 백 명쯤 되는 다른 부대원들을 구할 수 있었다고 자신에게 다짐을 해…그것이 곧 라이언 한 사람과 이 미션 가운데 어떠한 선택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를 보여주는 거지.(…that’s how you rationalize making the choice between the mission and the man.)”


마지막으로 멋진 장면 한 대목을 소개한다. 스필버그 영화의 촬영감독은 카민스키(Janusz Kaminski)다.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아미스타드(Amistad)’는 물론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와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이 그의 손으로 영상화됐다. 이 영화에서 그의 카메라 워크의 인상적인 대목은 주인공 라이언이 50여 년이 지나서 노르망디의 전몰장병의 묘역을 찾는 장면이다. 군인 묘지의 수많은 십자가들이 클로즈업 되면서 50년 전에 독일군이 설치한 오마하 비치의 십자 바리케이트로 바뀌는 장면의 전환은 노르망디의 현재와 과거를 극명하게 대비시켜준다.


경제학도들을 위한 연습문제 하나. 롤스타입과 공리주의적 사회후생함수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이에 기초해서 각각의 사회무차별곡선을 그려보자. 그러면 일반적 신고전학파의 사회무차별곡선은 두 무차별곡선의 중간 형태를 취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최병서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 cbse@dongd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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