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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경제교육(종간)
세계의 빈곤 실태와 우리의 상황
안병근 공주교대 초등사회교육과 교수 2012.07.31

최근 경찰은 술을 마시고 폭행을 일삼는 이른바 ‘주폭(酒暴)’ 척결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취중 행동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우리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올 만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주폭남편 때문에 살인자가 된 캄보디아 결혼 이주 여성의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임신 3개월이었던 19세의 이 여성은 남편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부엌으로 도망쳤으나 남편이 쫓아오자 급한 마음에 식칼로 남편을 겨눴고, 다시 폭행이 이어지려는 순간 엉겁결에 남편의 옆구리를 찔러 숨지게 했다. 그녀는 1년 6개월을 복역하고 2010년 광복절 사면으로 풀려나 감옥에서출산한 딸과 캄보디아로 돌아갔다.


이 사건의 일차적 책임은 주폭 남편에게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의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난 그녀가 먹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유엔개발계획(UNDP)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조사 결과에 의하면, 2011년 캄보디아 국민의 28%가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이다.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세계 인류


캄보디아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인류는 아직도 절대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올해 3월 6일 <뉴욕타임스>가 세계은행의 『세계빈곤실태 모니터』를 인용해 보도한 것을 보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경우 2008년 하루1.2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층이 47.5%에 이른다. 이웃 중국은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절대빈곤층이 1981년에 84%였다. 경제성장으로 7억 명이 절대빈곤에서 벗어났지만 2008년 현재 아직도 인구의 13%가 절대빈곤층이다. 2010년 국제연합(UN)은 『새천년 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통해 전 세계 절대빈곤층이 중국과 기타 아시아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개선되면서 2015년에는 세계 전체 인구의 15%인 약 9억 2천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도 여전히 세계 도처에서 9억 2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빈곤 실태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빈곤 실태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4일 발표한 ‘2010년 빈곤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절대빈곤율은 2010년 7.1%이다. 이 같은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어떤 수준일까? 심각한 것일까, 아닐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빈곤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어떤 사람(혹은 가구)의 빈곤 여부를 규정할 때 통상 절대빈곤(absolute poverty)과 상대빈곤(relative poverty)의 개념을 사용한다. 절대빈곤은 최소한의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소득액을 빈곤선(poverty line)으로 설정하고 소득이 빈곤선에 미달하는 경우를 빈곤으로 규정한다. 세계은행은 하루 1.25달러를 빈곤선으로 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추계하고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 최저생계비를 빈곤선으로 삼고 있다. 상대빈곤은 사회의 평균소득 혹은 중위소득의 일정비율(40%, 50%, 60%)을 기준으로 하여 소득이 그 이하에 속하는 경우로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중위소득의 50% 미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0년 현재 절대빈곤율은 7.1%이고, 상대빈곤율은 12.0%이다.


만일 빈곤선을 세계은행처럼 하루 1.25달러로 정한다면 우리나라의 절대빈곤율은 7.1%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런 기준을 사용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절대빈곤은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절대빈곤 개념을 사용하더라도 빈곤선의 수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절대빈곤율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절대빈곤율을 보면 이 점이 보다 명확해진다.


미국의 절대빈곤율은 2003~2007년에 12%대를 유지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증가하여 2009년에는 14.3%를 기록했다. 절대빈곤 인구는 2009년 현재 무려 4,356만명이나 된다. 2009년 우리나라의 절대빈곤율 8.1%과 비교해서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빈곤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빈곤선의 수준을 무시한 채 절대빈곤율만을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 사회의 절대빈곤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빈곤선을 객관적이고 타당하게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공식 빈곤선의 역할을 하는 최저생계비를 보면 2009년의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는 월 49만 845원이지만, 미국의 빈곤선은 월 913달러(약 100만 4,300원)로 우리의 2배가 넘는다. 4인 가구의 최저생계비의 경우 우리나라는 월 132만 6,609원이지만, 미국은 1,830달러(약 201만 3천원)이다. 만일 미국의 빈곤선을 우리나라에 적용한다면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미국보다 높게 나올 것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최저생계비(즉 빈곤선)가 너무 낮다는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렇게 볼 때 우리나라의 절대빈곤율은 저평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절대빈곤층은 크게 두 집단으로 나누어진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그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사람이고, 차상위계층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재산과 부양의무자가 있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못하는 사람들(비수급빈곤층)과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의 120% 미만인 사람들을 말한다. 2010년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는 155만 명, 차상위계층은 185만 명(이 중 비수급빈곤층은 117만 명)이다. 다시 말해, 절대빈곤 인구가 총 340만 명에 이르는 것이다.

 

 


정부, 빈곤 퇴치 중요성 인식해야


‘2010년 빈곤실태조사’ 결과에서 드러난 우리나라 빈곤 실태의 두드러진 특징은 빈곤 가구의 60%가 1인 가구라는 점이다. 이 1인 빈곤 가구들은 전체 1인 가구(416만 가구)의 약 27%인 114만 가구에 이른다. 이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53만 4,000가구, 차상위계층은 61만 2,000가구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연평균 13만 9,000가구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빈곤에 상대적으로 더 노출되어 있는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1인가구가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1인 빈곤가구가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대책이 ‘빈곤퇴치 정책(anti-poverty policy)’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빈곤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정부는 결코 빈곤 퇴치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차상위계층의 자활을 도와 이들이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추락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안병근 공주교대 초등사회교육과 교수 atman@gjue.ac.kr